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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입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빗썸 사태에 선 그은 당국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금융당국 개입 근거 없어 지켜보기만

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작성 2017.11.14 10:05 수정 2017.11.14 10:06 조회 재생수3,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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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거래중단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집단소송 채비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빗썸 서버는 지난 12일 오후 4시쯤 먹통이 됐다. 11일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캐시 등 일부 가상화폐 시세의 급등락으로 인해 동시 접속자가 폭증했고, 이 때문에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서버가 멈추면서 거래가 중단됐고, 매도와 매수가 불가능해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12일 오후 사상 최고인 283만 9천 800 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서버가 복구된 오후 5시 40분쯤 168만 원으로 폭락했다.

빗썸은 12일 오후 벌어진 거래중단 사태와 관련해 13일 새벽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회사 측이 보상안을 강구 중인 가운데 언제든 이번과 같은 접속 장애가 재발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온라인 쇼핑몰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구분됐을 뿐 금융당국의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융위와 금감원, 기재부, 공정위, 법무부 등이 참여한 범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해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월29일 TF는 '가상통화 거래 유의사항'이라는 자료를 통해 "가상통화는 정부 금융기관 등이 가치를 보장하지 않고 불확실한 가치 등으로 가격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가격 급변동으로 인한 손실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 본인의 책임 하에 거래 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당연히 화폐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통화 당국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한국은행 신호순 부총재보는 지난 2일 지급결제제도 콘퍼런스에 앞서 배포한 개회사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는 국제적으로도 법적 성격이나 정의에 아직 일치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 가상통화는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소비자 피해, 불법거래나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 등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정부는 이에 따라 가상화폐를 활용한 유사수신이나 사기 같은 범죄 행위는 단속하겠지만, 가상화폐 자체의 가치를 정부가 나서서 보장해주지 않고, 따라서 금융권의 예금자 보호 같은 투자자 보호책 또한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도권 밖의 일종의 투기 거래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손실이 나든 이익이 나든 온전히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빗썸 거래 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나서서 피해를 구제하거나 사태를 수습할 근거가 없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의 시스템 안정성 등은 일반 인터넷 쇼핑몰 등에 준해 당국이 관리할 수 있겠으나 투자자들의 재산 가치를 보호해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상화폐 거래는 투기적 열풍에 해당한다. 그런 제도 밖 투기 거래에 대해 정부가 안전성 확보조치를 한다고 하는 순간,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를 정부가 제도화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못하면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는 하루 거래량이 코스닥 거래량을 뛰어넘기도 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는 여전히 인터넷 쇼핑몰 수준의 규제만 받고 있을 뿐이다. 이번 빗썸 사태로 거액을 잃은 투자자들은 '자기 책임' 하에서 돈을 넣었겠지만, 정부는 언제까지 제도권 밖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있을까.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하는 선에서 머물 상황은 이미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