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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의 또 다른 주인공…따뜻함을 선물한 속기사

롤드컵 때 
페이커보다 
바빴던 사람
2017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는
전 세계 게이머를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의 현란한 손놀림을
전 세계 게이머가 지켜봤습니다. 

유려한 해설은
최고의 양념이었습니다.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 
해설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해설 소리가 
안 들린다면 어떨까요?
청각장애인들은 
해설을 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주변에 게임 좋아하는 
청각장애인 분들이 많은데,
선수들에 대해서 뭐라고 해설하는지
듣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경기를 봐도 해설을 못 들어서 
재미가 반감되는 것 같아요.”

- 이형렬 속기사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속기사 이형렬 씨입니다.
“저 사실, 
게임 방송 즐겨봐요.”

1년 전, 
청각장애가 있는 직장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게임 방송을 보면서 
해설을 듣는 건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그분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그때 강하게 느꼈죠.”
그래서  이 씨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이번 롤드컵 준결승에서

해설자의 ‘말’을 
‘글’로 보여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동료 속기사인 김태웅 씨와 함께
인터넷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포스터도 만들고,
인터넷에서 홍보도 했습니다.
드디어 준결승 당일,
청각장애인들이
이 씨가 하는 
인터넷 방송에 들어와서
경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청각장애인분들이 채팅으로
선수들 잘한다, 게임 재밌다면서
경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씨는 동료와 함께
열심히 해설을 
채팅창에 올렸습니다. 
 
그동안 해설을 듣지 못했던 분들이
채팅창에 올라온 해설과 함께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문자로 통역해줘서 
좋았다는 얘기보다도

자연스럽게 경기를 즐기는 
그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했어요.”
이 씨는 이번 롤드컵에서
선수들과 함께
또 다른 주인공이 됐습니다.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두에게 
따뜻함을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청각장애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칭찬해주시니까
오히려 당황스럽네요.ㅎㅎ”
이 경험으로
이씨는 얻은 게 있습니다.

글은 마음을 전한다는 겁니다.
“제가 하는 속기가
단순히 정보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 씨는 앞으로도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눔의 의미를 깨달은 그의 행보는
이제 시작입니다.
게이머들의 축제, '롤드컵'. 전 세계 게임 팬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에 열광하는 가운데, 한 속기사의 선행 이 화제가 됐습니다. 해설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해설을 글로 중계한 겁니다. 오직 청각장 애인의 편의를 생각했다는 속기사,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획 최재영, 김여진 인턴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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