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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이 공포로 증폭'…평생 가는 성폭력 트라우마

<앵커>

성폭력 범죄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상처를 남깁니다. 특히 직장 내 성폭력은 트라우마가 더 심하게 쌓이면서 더 오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성폭력 연속보도, 오늘(10일) 세 번째 순서에서 그 이유와 해법을 짚어보겠습니다.

조동찬 의학 전문 기자입니다.

<기자>

김 모 씨에게 2년 전 회식자리는 악몽과 같았습니다. 한 남성 임원이 자신을 포함해 여직원 네 명을 나란히 세워놓고는 다른 직원들 보는 앞에서 추행했습니다.

[김 모 씨 : 손으로 옷을 끌어가며 불렀고, 그리고 나란히 비교 대상자들을 세웠죠.]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고, 그래서 더 수치스러웠습니다.

[(목격했다는 걸 느끼셨습니까?)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어요. 수치심이 더 증폭되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사가 시작됐지만 그 이후로도 공포심은 계속됐습니다.

[일단 마주치게 됐을 때 두려웠고, 그리고 그 이후에 그 사람이 징계를 받은 이후에 보복할 수 있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성폭력 경험자의 84%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립니다.

수치심과 수면 장애는 기본이고 심하면 자살 충동으로도 이어집니다.

게다가 뇌까지 위축시키게 됩니다. 최근 성폭력을 당한 40대 여성의 뇌 영상을 보면 뇌의 앞쪽과 오른쪽 뇌가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성폭력의 트라우마가 평생 계속되면서 예기치 못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해란/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신체가 멍이 드는 것처럼 뇌가 순간적으로 확 저하 되거든요.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뇌에 아주 부정적인 기억이 각인되기 때문에 사실 거의 평생 지속할 정도입니다.]

사실 거의 평생 지속될 정도로 직장 내 성폭력은 피해자가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참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게는 엄격한 징계, 피해자에게는 네 탓이 아니라는 응원이 트라우마가 평생 이어지는 걸 막는 방법입니다.

[직장 성폭력 연속기획]
▶ 성폭력 당하고도 밉보일까 '침묵'…두 번 우는 비정규직 (11.08 8뉴스 리포트)  
▶ 왕따, 징계, 사직권고…성폭력 겪고도 2차 피해에 '고통' (11.09 8뉴스 리포트)  

(영상취재 : 김찬모·김남성,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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