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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여중생 임신시킨 연예기획사 대표 무죄…시민단체 "흔한 그루밍 수법" 비판

장현은 작가,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11.10 11:52 수정 2017.11.10 14:56 조회 재생수3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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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뉴스pick] 여중생 임신시킨 연예기획사 대표 무죄…시민단체 "흔한 그루밍 수법" 비판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여중생을 임신시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어제(9일) 무죄 판결을 확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어린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때 쓰는 흔한 수법인 '그루밍(grooming)'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루밍'이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어제(9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등으로 기소된 40대 조 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조 씨는 2011년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당시 15살이던 A 양을 처음 만났습니다.

조 씨는 연예인을 화제로 A 양과 가까워지면서 수차례 성관계를 했습니다.

임신까지 하게 된 A 양은 이후 가출해서 한 달 가까이 조 씨의 집에서 동거하기도 했습니다.

A 양은 출산 이후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조 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중학생이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남성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맺었다고 수긍하기 어렵다"며 조 씨에게 각각 징역 12년,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A 양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다시 열린 2심은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피해자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도 이번에는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에 대한 몰이해와 편향적 태도를 보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 아동·청소년 인권보호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어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성을 법원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그루밍수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연구도 되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루밍은 성 착취를 수월하게 하고 폭로를 막으려는 목적을 갖고 신뢰를 쌓거나, 성적인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이 취약한 아이들한테 통제의 조정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로 길들이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의 중학생 피해자 역시 그루밍에 의한 사례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탁틴내일 아동성폭력상담센터'가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청소년 성폭력 피해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78건 중에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이 34건으로 43.9%였으며, 14세에서 16세 중학생 대상이 44.1%로 가장 취약하다고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사안은 대법원 판단이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지만, 다시 재발하지 않으려면 법이나 제도가 좀 더 많이 개선돼야 한다"며 "의제 강간 연령(합의하에 성관계했어도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연령 기준)이 우리나라가 만 13세로 낮은 편이므로 이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