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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징계, 사직권고…성폭력 겪고도 2차 피해에 '고통'

<앵커>

직장에서 성폭력을 겪게 되면 이미 큰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뒤따르는 2차, 3차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제대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고 심지어 황당한 소문까지 퍼트린 사례도 있습니다. 

직장 성폭력 연속기획, 오늘(9일)은 이런 2차 피해를 유덕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30대 초반인 이 모 씨는 지난해 직장 상사와 함께 외국으로 출장 갔습니다.

거래처와 저녁 식사가 끝나고 술에 취한 상사는 이 씨의 숙소 열쇠를 빼앗아 방안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야수로 돌변했습니다.

[이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 강제로 추행을 했고, 제 방에 누워 있었어요. 같이 눕자, 자자 이러면서….]

강하게 저항해 위기를 넘긴 이 씨. 귀국 후, 오랜 고민 끝에 회사 사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이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 '술 먹어서 그러니 이해해다오' 이런 식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말을 하고….]

그리고는 유급 휴가까지 주면서 달랬습니다. 등 떠밀리듯 가게 된 휴가. 한 달 뒤 돌아와 보니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 네가 무단결근을 해서 (회사에) 손실이 발생했으니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성폭력 피해에 이어 억울하게 사직 권고까지 받게 된 겁니다. 더구나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건 회사에 나도는 악의적인 소문이었습니다.

[이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 둘이 사귄 것 같다, 둘이 서로 좋아해서 한 일이다, 근데 쟤(피해자 이 씨)가 본인이 강제추행 피해자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가며 버티던 이 씨는 결국 올해 초 회사를 스스로 나왔습니다.

이런 2차 피해는 비단 이 씨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 10명 가운데 6명 가까이는 이 씨처럼 악소문과 왕따, 징계 같은 2차 피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피해자의 40%는 피해 사실을 가슴에 묻은 채 회사에 알리지 못하는 겁니다.

[손영주/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 : (직장 내 성폭력)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직장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사업주가 해결을 함께 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거나 아니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1대 1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치유하기 쉽지 않은 심신의 상처를 떠안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 그런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억울한 누명까지 씌우는 회사의 몰염치한 행태는 이제 뿌리 뽑아야 합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제 일, 영상편집 : 윤선영)

[직장 성폭력 연속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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