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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원 수사팀을 위한 변명

박상진 기자 njin@sbs.co.kr

작성 2017.11.09 09:39 조회 재생수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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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국정원 수사팀을 위한 변명
지난 2013년은 검찰과 국정원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되었을 것이다. 검찰은 그해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아래 자행된 국정원의 댓글공작, 즉 선거개입 수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 권력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에 수사팀은 갖은 고생을 다해가며 수사에 매진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처참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쫓겨나가고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은 조직의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징계를 받고 수사에서 손을 떼야만 했다. 팀장은 교체됐고 폐족과 다름없던 남은 검사들이 그나마 나머지 수사를 꾸역꾸역 이어갔다. 당시 수사팀은 검찰 내부 지지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개인의 공명심 때문에 무리한 수사를 하고 분란을 일으켜 조직에 누만 끼쳤다는 비난이 뒤통수를 때렸다.  

4년이 지나서야 원세훈 전 원장과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2013년 문제가 됐던 공직선거법 적용도 결국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수사팀을 중심으로 다시 구성된 현 국정원 수사팀은 이제서야 명예를 회복하고 국정원 2기 수사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4년 전과 비슷한 수사팀에 대한 비난은 여전히 들려온다. '옛 수사팀이 다시 뭉쳐 복수하듯 무리한 수사를 한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대부분이 적폐수사에 매달린다' '지나치게 국정원을 괴롭힌다' 등 국정원 수사에 대한 불만이다. 이런 비난이 보수언론과 야당 등만이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이용해 국민을 사찰하고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반헌법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검사들은 그런 국정원의 범죄를 은폐하는데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댓글 사건 수사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증인들에게 다른 증언을 하라고 하고 주요 증인을 빼돌렸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핍박을 받아가며 힘들게 국정원의 범죄혐의를 밝히려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가 있었다면, 범죄를 저지른 쪽에서 그 사실을 철저히 감추려는 검사들도 있었던 것이다. 
국정원 상납그런데 4년 전 수사팀마저 당시 검찰 수뇌부 분위기에 순응해 수사를 진행했다면, 국민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검찰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증거조작 가담에 부실수사까지 검찰은 역시 정권의 ‘충견’이었나 하는 인식만 더 굳어졌을 것이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검찰에 대해 4년 전 국정원 댓글수사팀이 그나마 엄혹한 상황에서도 기본을 고수했기 때문에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어느 정도 지켜냈다고 본다. 내외부에서 불편해하는 상황을 뚫고 개인적 불이익까지 감수해 가며 기본을 지킨 수사팀에게 검찰 조직은 적지 않은 빚을 졌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물론 4년 전 상황을 이유로 현 수사팀이 뭘 해도 문제시 삼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 내부 구성원이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을 두고 수사팀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수사과정에서 위법한 처사가 드러났거나 부당한 처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피의자의 죽음이 수사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과거 국정원 수사를 못하게 막고 수사팀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진실규명을 사실상 방해한 당시 검찰 수뇌부의 행동이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비극을 야기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울분을 쏟아내기에 앞서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과 자성, 책임론 제기가 있어야 한다. 그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춰 행동하고 그에 맞는 혜택만을 누린 사람들은 어느새 잊혀지고 당시 외압에 맞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려 했던 사람들만 또 비난을 받는 상황이 재연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