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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당하고도 밉보일까 '침묵'…두 번 우는 비정규직

<앵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직장 내 성폭력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성희롱 발생 장소 가운데 41%가 직장이라는 조사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서 8시 뉴스에서는 오늘(8일)부터 이렇게 심신을 파괴하고 관계를 마비시키는 직장 성폭력 문제를 다뤄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그 첫 순서로 약자 가운데에서도 약자인 비정규직 여성들의 고통을 노동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29살 A 씨는 3년 전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이 떨립니다.

작은 회사에 막내로 입사해 지방에 출장 갔을 때였습니다.

반주를 곁들인 저녁 자리에서 상사의 성희롱이 시작됐습니다.

[직장 성폭력 피해자 : 성형수술 해서 가슴 큰 여자보다 가슴 좀 작더라도 '자연산 가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 막 그런 얘기를 하고….]

늦은 밤 숙소에서는 끔찍한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새벽 2시, 그 상사가 방에까지 찾아왔던 겁니다.

[처음에는 과격하게 문을 두드리면서 말하더니 점점 애달프게 부르는 거예요, 제 이름을. 문 좀 열어줘, 너 만나고 싶어, 너랑 빨리 만나고 싶어, 너 보고 싶어….]

상사의 추태는 30분 넘게 계속됐고 숙소 직원의 만류로 겨우 끝났습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간 첫 직장. 계약직이었던 A 씨는 그 상사에게 밉보일까 두려워 그 이후로도 계속 침묵해야 했습니다.

[저는 막내였고…한참 갈 길이 멀잖아요….]

대기업과 달리 작은 기업에는 사내 성폭력 전담 기구가 없는 곳이 많은데다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고용이 불안하고 동료와의 유대감이 낮은 비정규직은 직장 성폭력에 더욱 취약합니다.

[류형림/한국여성민우회 : 아직 회사에서 다른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한 상황인 거죠. 비정규직 여직원만 노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고용 불안을 미끼로 성적 폭력을 가하고도 죄책감 없는 상사. 회사의 명예를 앞세워 덮기에 급급한 사주.

당하고도 말 못 하는 비정규직 성폭력 피해자가 느는 이유입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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