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가 방송이 되고 나서 평소 예뻐하는 모 후배기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미리 밝혀 두지만 이 후배는 정말 '화이팅’ 넘치게 취재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진 친구입니다.) 자신도 단순한 영단어 문제를 풀고 점수를 매기면서 희열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이상했던 게 아니었다며 안도했습니다.
사실 저도 회사 생활이 힘들었을 때 <수학의 정석>을 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포(수학포기)자’들로부터의 비난을 각오하고 밝히지만...)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가장 좋아 했고 제일 잘하는 과목이기도 했고요 수학을 풀고 있으면 집중이 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 이런 저런 사고의 과정을 거쳐 답에 도달했을 때의 짜릿함... 이런 것들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귀차니즘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ㅉㅉㅉ
(물론 모 선배기자께서는 제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라시며 그렇게 칭찬에 목말라 있는 사람도 있냐며 이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고로, 두 반응 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반응들이라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왜 이런 감정들을 느낄까요? 어떤 심리가 숨어있는 걸까요? 사실 우리들은 모두 다 커 가면서 이런 저런 경험들이 늘어나고 깨우쳐 가며 성숙하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잘 상처받기도 하고 떼쓰고 싶고 울고 싶기도 한, 또는 누군가가 나를 어르고 달래줬으면 하는 어른 모습을 한 어린이 같을 때도 있습니다. <어쩌다 어른>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같은 TV 프로그램 제목이 같은 맥락이지 않나 싶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비집고 들어온 감정들, 행위들이 아닐까요? 어릴 때 했던 것 혹은 어려워서 못했던 것을 하게 되면서 느끼는 성취감, 그 단계에서 풀지 못했던 것을 풀어내면서 'complex'를 치유하는 행위일 수도 있고요, 어린 시절 했던 것(음악, 몸짓, 그림)들에 집중하면서 진정한 '나', 순수한 '나'를 마주하기도 하고 정화되는 느낌, 힐링 되는 느낌을 받는 거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키덜트 문화가 이런 방식으로 확장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만족, 행복이 최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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