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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동학습지 푸는 어른들 "나만 이상한거야?"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어른이들'

한지연 기자 jyh@sbs.co.kr

작성 2017.11.06 12:58 수정 2017.11.22 08:13 조회 재생수9,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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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키덜트 문화가 여가와 자기 계발로 확산하고 있다는 취지로 아동 학습지 푸는 어른들이 늘어난다는 내용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 "칭찬 받고 스트레스도 풀고"…아동 학습지 푸는 어른들 (키덜트란 아이를 의미하는 kid와 adult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써보자면 ‘어른이’ 정도가 될 듯합니다.)

이 기사가 방송이 되고 나서 평소 예뻐하는 모 후배기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미리 밝혀 두지만 이 후배는 정말 '화이팅’ 넘치게 취재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진 친구입니다.) 자신도 단순한 영단어 문제를 풀고 점수를 매기면서 희열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이상했던 게 아니었다며 안도했습니다.아동학습지 푸는 어른들후배와 저와의 은밀한 ‘깨똑’ 내용을 공개합니다.또 많은 분들이 기사 댓글을 통해 공감한다는 뜻을 알려주셨는데요, 가장 눈에 띄었던 댓글은 아이디 pain****님과 dong***님의 댓글이었습니다. pain****님의 댓글은 발상이 너무 귀여워서 눈에 띄었고요,아동학습지 푸는 어른들dong****님은 댓글에서 자신이 고등학생이라고 밝히시며 “여러분, 여러분도 보호 받을 자격 있어요. 그리고 의심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어쩜 이렇게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지, 정말 어른인 저까지 ‘동 땡땡땡’님께 위로를 받게 돼, 뭉클했습니다.

사실 저도 회사 생활이 힘들었을 때 <수학의 정석>을 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포(수학포기)자’들로부터의 비난을 각오하고 밝히지만...)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가장 좋아 했고 제일 잘하는 과목이기도 했고요 수학을 풀고 있으면 집중이 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 이런 저런 사고의 과정을 거쳐 답에 도달했을 때의 짜릿함... 이런 것들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귀차니즘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ㅉㅉㅉ아동학습지 푸는 어른아동 학습지 취재 도중 저도 이렇게 산수 문제를 풀어보았는데요, 왜 이렇게 설레던지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아동학습지 푸는 어른들몇 달 전 어른들의 색칠공부라고 할 수 있는 ‘명화그리기 DIY'를 샀는데요. 이번 기사 방향과는 좀 다르지만... 강아지를 좋아하는 동생에게 그려서 주려고 했는데 동생이 제 후배도 그렇고, 제 기사에 댓글을 단 많은 분들도 그렇고 물론 당시 잠시 스치듯 느낀 감정이었지만 저도 그렇고 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 선배기자께서는 제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라시며 그렇게 칭찬에 목말라 있는 사람도 있냐며 이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고로, 두 반응 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반응들이라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왜 이런 감정들을 느낄까요? 어떤 심리가 숨어있는 걸까요? 사실 우리들은 모두 다 커 가면서 이런 저런 경험들이 늘어나고 깨우쳐 가며 성숙하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잘 상처받기도 하고 떼쓰고 싶고 울고 싶기도 한, 또는 누군가가 나를 어르고 달래줬으면 하는 어른 모습을 한 어린이 같을 때도 있습니다. <어쩌다 어른>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같은 TV 프로그램 제목이 같은 맥락이지 않나 싶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비집고 들어온 감정들, 행위들이 아닐까요? 어릴 때 했던 것 혹은 어려워서 못했던 것을 하게 되면서 느끼는 성취감, 그 단계에서 풀지 못했던 것을 풀어내면서 'complex'를 치유하는 행위일 수도 있고요, 어린 시절 했던 것(음악, 몸짓, 그림)들에 집중하면서 진정한 '나', 순수한 '나'를 마주하기도 하고 정화되는 느낌, 힐링 되는 느낌을 받는 거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키덜트 문화가 이런 방식으로 확장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만족, 행복이 최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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