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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11 : 물휴지와 받은메일함은 왜?…'언어는 인권이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7.11.05 07:33 조회 재생수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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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외국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가 음식을 먹는 중에 남자가 음식을 흘려 바지에 묻은 모양이었다. 급히 일어난 외국인 남자가 종업원을 불러 말했다. 물휴지 주세요. 억양은 약간 이상했지만 또박또박 또렷한 발음이었다. 그런데 종업원은 한순간 멍한 표정이었다. 그가 다시 한번 물휴지요 하니까 그제사 종업원은 아, 네 하면서 그걸 가지러 갔다. 처음엔 분명 못 알아들은 눈치였다. 종업원이 사라지자 한국인 여자 손님이 나직이 이렇게 귀띔 하는 게 아닌가. 한국에서는 물티슈라고 해요. 헐!"
 
저도 식당 가면 습관처럼 늘 손 닦을 수건을 달라고 합니다. "물티슈 주세요" Wet Tissue도 아니고 물휴지도 아니고 '물티슈'라 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요? 한글날이 법정공휴일이 되면서 이번 추석이 사상 최장 연휴가 되는 데 기여했지만 일 년에 단 하루만 우리 말글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인 건 여전한 듯합니다. 
 
오늘 읽는 책은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가 쓴 <언어는 인권이다>입니다. 이 대표는 2000년부터 17년째 국어운동에 하고 있는 국어 운동가인데 그러면 책 또한 한글과 한국어의 우수성, 자주성을 내세우면서 우리 말글을 아끼고 사랑하자 이런 식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인권과 민주주의가 나옵니다. 제목부터 그렇죠. 이 대표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젊은 날 민주화운동을 하다 구속되었을 때 감옥에서 나와 한방을 썼던 잡범들. 배운 것 없어 어려운 말 앞에 주눅 들고 자기변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언어 문제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보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곰곰이 짚어보게 되었다.... 시민이 공론을 만들어가는 공간인 공론장의 언어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 민주적 토론을 북돋울 시민적 예의가 깃든 말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국어를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정부 등 공적 기관이 정하여 사용하는 공공언어 가운데 어려운 말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주 교묘하고도 비열한 방식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평등권을 짓밟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그런 일들은 남이 나를 무식하다고 무시할까 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우리는 어려운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절절매거나 할 말을 못 하게 된다." 
 
"차별을 은폐하려는 용어 사용은 오히려 차별을 더 강화한다. '다문화주의'가 중요하다면서 여기저기서 다문화, 다문화를 떠들다 보니까 어느새 '다문화'는 외국 이주민 가족의 우스꽝스러운 별명이 되어버렸다....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보장하려면 언어에서도 차별하지 않고 대등한 공동체 성원으로 대접해야 한다."
 
"뭔가 하려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영어를 퍼뜨리는 사람, 줄임말 신조어를 퍼뜨리는 사람이 있기에 과거와 다르게 말이 변한다. 그와 똑같이, 비록 다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이런 말을 쓰지 말자고 하면 그런 방향으로 사회적인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오로지 구경꾼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다."

 
**출판사 피어나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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