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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회용 컵' 권하는 사회…이대로 괜찮나요?

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작성 2017.11.04 13:28 수정 2017.11.04 14:55 조회 재생수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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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일회용 컵 권하는 사회…이대로 괜찮나요?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계산대의 직원 분이 종종 “여기서 드실 건가요? 가지고 나가실 건가요?”라고 묻습니다. 안에서 먹겠다고 하면 “머그잔에 담아드려도 될까요?”란 질문이 이어지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깨달았습니다. “머그잔에 담아드려도 될까요?”란 질문을 언제부턴가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내가 자주 가는 매장들만 그런 걸까? 궁금증은 취재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들어간 A 커피전문점. 따뜻한 음료를 주문했는데, 직원은 묻지도 않고 일회용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 건넸습니다. 상당히 큰 매장이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만이 가득했습니다. 어렵게 발견한 머그잔에는 ‘물’이 담겨 있었죠.

다음으로 들어간 B 커피전문점. 이번에도 직원은 자연스레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건넸습니다. 머그잔을 이용할 건지 일회용 잔을 이용할 건지 왜 물어보지 않았냐고 묻자, “저희는 무조건 일회용 잔에 드려요. 머그컵은 원하시면 드리는데요, 굳이 저희가 여쭤봐서 드리지는 않아요.”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차를 전문으로 파는 C 음료전문점에 들어갔습니다. 그 곳의 직원은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저희 매장에는 일회용 컵밖에 없어요. 매장별로 조금 다르긴 한데, 저희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 일회용밖에 사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매장의 쓰레기통 안에는 일회용 컵이 수도 없이 쌓여 있었습니다.
커피 일회용컵 취재파일이후로도 다양한 브랜드의 매장 대여섯 곳을 더 돌아다녔지만, 유감스럽게도 “머그잔(혹은 유리잔)에 담아드려도 될까요?”라고 먼저 물어오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매장에선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며 다회용 컵에 담아달라고 하자, 직원이 놀란 얼굴로 찬 음료를 담는 유리잔은 준비돼 있지 않다면서 “아이스 음료는 일회용 컵이 훨씬 좋아요.”라며 일회용 사용을 권했습니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수많은 음식점들이 식품접객업에 속합니다. 찬 음료를 주로 담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해당 법률이 정한 일회용품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종이로 만들어진 일회용 컵은 어떨까요? 종이컵은 재활용법 상 일회용품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유명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대부분 환경부와 ‘일회용 컵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매장 곳곳에서 ‘고객님의 음료를 머그잔에 담아드리겠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전단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법 규정도 협약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매장에선 손님 탓을 합니다. 손님들이 머그잔이나 유리잔을 싫어한다는 거죠. 하지만 환경 단체의 설명은 좀 다릅니다. 설거지 등을 맡길 인력이나 장비에 투자를 하는 것보다 일회용품을 쓰는 게 오히려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들이 내심 일회용품 사용을 더 선호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업체도 싫어하고 손님도 싫어한다.”며 일회용품 사용 단속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현행법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아예 법을 바꾸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단속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기업이 반기고 좋아할 규제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가 어떤 규제를 만들고 유지하는 건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일 겁니다. 정부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한때 감소하는 듯 하던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커피 일회용컵 취재파일지금 당장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업체에는 설거지 등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고 손님에겐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다 마음이 바뀌어 들고 나갈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일회용 컵 남용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긴 시간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하고 어쩌면 영구히 회복되지 않을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환경단체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서둘러 부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2000년대 중반 도입됐다 폐지됐던 당시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법률에 명시하고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은 미환불 보증금에 대해서도 투명한 관리 방침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겁니다.

나아가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일회용 컵 남용 문제는 더는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합니다. 그리고 환경을 지키는 일은 때로는 수고스럽고 번거롭기 마련이며 많은 경우 공짜가 아닙니다. 그러니 적어도 매장에서 음료를 드실 거라면 이제 직원에게 먼저 얘기해주시면 어떨까요? “머그잔에 담아주세요.”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