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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올림픽 성화봉은 어떻게 악천후를 극복할까?

산 넘고 물 건너…2,018km 대장정 나선 '평창 성화'

하성룡 기자 hahahoho@sbs.co.kr

작성 2017.11.04 09:09 수정 2017.11.04 14:16 조회 재생수7,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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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성화 봉송 연예인 (사진=연합뉴스)‘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드디어 11월 1일, 대한민국 땅을 밟았습니다. 지난달 24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돼 그리스 전역을 돈 뒤 9일 만입니다. (올해는 행사 도중 비가 내려 오목거울을 이용한 태양열 채화가 어렵게 되면서 하루 전 자연광으로 미리 채화해 놓은 예비 불꽃으로 성화봉에 불을 붙였습니다.)

성화는 인천, 제주, 부산 등 전국 17개 시도, 2018km를 달려 대회 개막일인 내년 2월 9일 평창 성화대에 점화됩니다.

100일이 넘는 워낙 긴 여정에 비행기, 기차, 배, 수중 봉송을 거쳐야 해 위험 요소가 곳곳에 많습니다. 과거 올림픽 성화 봉송만 봐도, 온갖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요. 비 바람에,물에 잠겨 성화가 꺼지는 사례도 빈번했습니다. 과연 평창 성화는 악천후를 뚫고 무사히 2018km를 달릴 수 있을까요?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 성화가 꺼지면 라이터로 켠다?

근대 올림픽에서 성화가 최초로 도입된 때는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대회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성화 봉송을 하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봉송 릴레이가 시작된 건 8년 뒤인 제11회 베를린 대회였습니다.

성화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수많은 대회를 거치면서 갖은 수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1978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주경기장에 갑작스러운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거센 빗줄기에 성화가 꺼지고 말았는데요. 다시 성화 점화를 위해 사용된 것은 다름 아닌 라이터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그리스에서 가져온 불꽃만 사용해야 된다고 발표했고, 이후 모든 올림픽 대회 조직위원회는 예비용 성화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같은 조치에도 러시아 소치올림픽 성화 봉송 중 ‘라이터’가 또 한 번 등장하게 되는데요. 러시아의 수영 영웅 샤바르시 카라페트얀이 터널을 지나던 중 갑작스러운 강풍에 성화봉 불이 꺼진 게 발단이 됐습니다. 예비용 성화가 있었음에도, 봉송주자 근처에 있던 경찰이 자신의 라이터로 성화봉에 불을 붙였고, 그대로 릴레이를 이어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성화 봉송을 이어가던 중에 반중 ‘티벳 시위대’ 저항에 성화가 세 번이나 꺼진 겁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성화 봉송 중에도 알몸으로 가짜 성화를 든 남성이 봉송로에 난입한 일도 있었는데요.  역시 ‘티벳의 독립’ 위한 알몸 퍼포먼스로 밝혀졌습니다.평창 성화봉● 평창 성화봉은 악천후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강풍과 비바람, 그리고 관중 난입으로 봉송 중 성화가 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평창올림픽 성화봉은 일단 자연 환경에는 힘차게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 성화봉 제작사 한화에 따르면, 평창의 추위와 바람, 눈 등 악천후의 기상 조건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유지하는데 모든 기술력을 집중했다고 합니다.

성화봉 개발 양산, 생산 기술을 책임진 한화 화약의 유강식 차장에게 성화봉의 비밀을 자세히 들어봤습니다.유강식 한화 화약 차장(평창올림픽 성화봉 제작 '반다비 TFT')Q. 평창올림픽 성화봉은 강풍과 비바람을 어느 정도까지 버텨 낼 수 있나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의 경우 아름다운 불꽃과 더불어 안정적인 불꽃에 차별성을 두고 진행했습니다. 최초 개발 시 목표 설정부터 대회장소인 평창의 저온과 강풍 조건을 고려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저온은 영하 35도에서, 순간 풍속은 35m/s에서 최소 15분 이상 불꽃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개발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는 평창 지역의 예년 기상조건을 충분히 상회하는 조건입니다. 또한 해당 기상 조건 뿐만 아니라 주자가 용이하게 들 수 있도록 연료를 포함한 성화봉 무게가 1.5kg이하, 백자를 모티브로 한 유려한 디자인 요소까지 만족을 시켜야 했습니다."

Q. 강풍과 비바람을 이겨내는 기술력을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봉의 경우 에너지원이 화약 방식이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은 가스 방식이기 때문에 항공기 엔진 부분 엔지니어링 기술을 도입하고, 극한 조건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전용 챔버를 특수 제작하여 테스트를 반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구현했습니다. 핵심 기술은 크게 3가지 구조적 특징을 가집니다. 첫 번째는 4개의 방벽 구조로 성화봉 버너 시스템 내부 점화부에 격벽이 있어 일정 방향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도 점화원을 보호해, 오히려 반대 방향 에너지 공급으로 더욱 강한 불꽃을 만듭니다.
두 번째는 기와 구조로 우천시 유수를 통해 열량을 최대한 보존해 불꽃을 악천후로부터 보호하죠. 마치 눈,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 있는 곳의 우리나라 전통 가옥 구조인 너와집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에너지 순환 구조인데, 타오르는 불꽃의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것이에요. 불꽃이 타면서 발행하는 열에너지를 성화봉 내부로 전달해 우리나라 겨울지방 특히 강원도 등 저온의 극한 조건에서도 견디도록 했습니다. 이런 기술은 국내 및 국제특허를 출원했습니다."

Q. 성화봉 제작을 하면서 뿌듯한 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IOC위원들과 워크샵에서 이번 성화봉에 대해 발표를 했어요. 개발 진행 상황과 기술 등 상세한 발표를 했죠. 그리고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워크샵에 참여한 다양한 단체에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도 IOC 위원들이 직접 찾아와 명함을 건네며 "퍼펙트"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데 성화봉 제작에 대한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서울올림픽 성화봉과 평창올림픽 성화봉● 30년 전에도 극찬 받은 ‘서울올림픽’ 성화

한국에서 평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른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30년 전, 서울올림픽 성화봉도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번 평창 대회와 마찬가지로 한국화약주식회사(현 한화)에서 제작을 맡았습니다. 당시 서울올림픽 성화봉은 특유의 연기가 퍼지는 아름다운 성화의 불꽃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IOC 관계자들에게 역대 올림픽 성화 불꽃 중 가장 환상적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 올림픽 성화봉 제작을 담당했던 민병만 전 한화기념관 관장에게도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성화봉은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민병만 전 한화기념관 관장(서울올림픽 성화봉 제작 담당)Q. 당시 성화봉 제작에 실무 책임자였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올림픽 성화봉을 공개하는 기자회견 바로 전 날이었죠. 전 세계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성화의 모형을 공개하는 날인데, 전날 오후까지도 재질 및 제작 방법 등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죠. 일단 기자회견장에는 실제 공정과는 다르지만, 모양이 같은 성화봉을 공개해야 했습니다. 유리를 녹여 만든 법랑을 활용해 머리 부분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일단 당초 계획과 가장 흡사한 샘플 모형을 만들기 위해 머리 부분은 아내의 매니큐어로 유광 처리 효과를, 화로 부분과 손잡이 사이는 샌드페이퍼로 직접 갈아 무광 처리 효과를, 그리고 올림픽 엠블럼이 들어갈 자리에는 물감으로 색을 입혔던 그 에피소드가 가장 생각납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신문지로 급하게 싸서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로 뛰어갔던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난 추억입니다."

Q. 당시 IOC로부터 “역대 올림픽 성화 불꽃 중 가장 환상적”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요즘에는 가스식 성화봉이 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는 화약식 재료를 활용해 성화봉의 연소 작용을 도왔습니다. 우리가 당시 활용했던 것은 정확히 화약은 아니고, 화약식 재료라고 불리는 적린 이산화망간 마그네슘통을 주성분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성분이 연소하면 멀리서 봐도 아름다운 주황빛 불꽃이 뚜렷하게 보이고, 하얀 연기를 내뿜어 시각적으로도 큰 효과를 주었죠. 당시에는 연기가 많이 나는 성화봉이 찬사를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Q. 올림픽 성화봉이 릴레이 도중 꺼지는 일이 간혹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은데요.

"당시 채택했던 적린, 이산화망간, 마그네슘통 성분은 바람이나 물 같은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물에 담갔다가 빼도 다시 활활 타오를 정도였으니까요. 정해놓은 연소시간(당시 성화봉은 7분용과 10분용, 두가지의 연소 시간을 설정해 제작)까지 절대로 꺼지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꺼지지 않는 성화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