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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백두산 분화에 영향 줄까…전문가 의견 엇갈려

북한 핵실험 백두산 분화에 영향 줄까…전문가 의견 엇갈려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나왔습니다.

국내 지질과학분야 연구자들은 어제(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지질학회 2017 추계지질과학연합학술대회 특별 세션에서 북한 핵실험이 진앙지와 휴화산인 백두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발표자로 나선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수직으로 최대 4m 정도 함몰하는 등 변이가 관측됐다"며 "핵실험장 인근에서의 지진동은 0.29G(지진가속도)로, 원자력 발전소의 내진 설계 0.3G임을 고려하면 원자력 발전소도 견딜 수 없는 강한 진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강력한 지진동은 핵실험장뿐만 아니라 백두산 인근까지도 굉장히 큰 지진동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백두산 지역에 예상되는 지진동은 백두산 지표에서는 38kPa(킬로파스칼), 백두산 하부 마그마방에는 100kPa(1기압) 내외의 동적 응력변화를 유도했을 것으로 추론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 마그마방의 마그마 상태에 따라 핵실험의 영향을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교수는 "단정적으로 (화산분화에) 어느 정도의 압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실험결과를 보면 100kPa 내외의 압력 증가로도 (마그마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형성돼 화산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상청 지진화산센터 이원진 연구원은 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표면의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의 2차원 영상 정보를 분석, 풍계리 핵실험장과 110㎞ 떨어진 백두산 주변에서는 이렇다 할 지표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풍계리 일대 약 9.2㎢ 지역에서 최대 약 3m의 인공적인 수직 지표변이가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백두산 분화 간의 연관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은 "화산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꼭 핵실험 때문이라고 인과관계를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의문이 든다"며 "미국 핵실험이 주로 이뤄진 네바다주의 경우 핵실험 이후 이렇다 할 화산분화가 있진 않았다. 백두산 분화와 핵실험을 연관시키는데 회의가 드는 근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미국의 네바다 핵실험장과 알래스카 알루션 열도의 화산들은 근처에 이미 큰 지진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핵실험이 주요 요소가 아니더라도 자연지진에 의해 반응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핵실험장과 백두산 인근 지역은 1978년 지진관측자료와 1900년 이전 관측자료를 보더라도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곳으로 핵실험 외에는 주요 인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핵실험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교수는 "핵실험이 화산폭발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동력이라는 설명이 아니라 언젠가 있을지 모를 백두산 분화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인자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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