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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청량리재개발비리] "정말 무서운 사람"…'청량리 황제'의 첫 구속 ①

[취재파일][청량리재개발비리] "정말 무서운 사람"…'청량리 황제'의 첫 구속 ①
"한 마디로 '청량리의 황제'입니다. 진짜 무서운 사람이에요."

A 씨는 중간중간 촬영을 멈춰 세웠다. 지난 15년간 폭력조직 청량리파로부터 지속적인 갈취와 폭행, 납치 피해를 당했다는 A 씨. 인터뷰를 자처했지만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해서 내뱉었고, 불안한 듯 주변을 끊임없이 경계했다. 그만큼 A 씨가 직접 겪은 청량리파 조직원들은 잔인하고 집요했다. 특히 두목 66살 김 모 씨는 이름 석자만 들어도 '손이 떨리는' 존재였다.

▶ 조폭 폭행·갈취에 주민 '덜덜'…"청량리파 엄정 수사 촉구" 
[SBS 보도 기사링크] https://goo.gl/SVoZYx

● '조폭'으로 처벌된 적 없는 청량리파…"대단한 뒷배 있는 듯"

김 씨가 구속된지 벌써 약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A 씨는 여전히 그의 구속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요 참고인으로 수사기관에 불려 갈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김 씨로부터 "잠깐 보자"며 연락이 왔다는 것. "조사받을 때 입을 함부로 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김 씨의 얼굴을 A 씨는 지금도 잊지 못했다. A 씨는 "누군가 대단한 뒷배가 있는게 분명했다"며 "그렇지 않고선 수사기관이 날 언제 부르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말했다. A 씨는 "15년간 가까이에서 봐왔지만, 청량리에서 그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져도 단 한 번도 처벌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2013년 경찰의 대대적 수사…조폭 범죄 처벌 불발

실제로 청량리파 두목 김 씨와 조직원들은 단 한 차례도 '조직폭력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가장 처벌 가능성이 높았던 건 지난 2013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을 때다. 당시 경찰의 수사 의지는 높았다. 이에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 관련 사실을 털어놓았다. 조직원 약 80명 가운데 50명으로부터 청량리파의 결성 과정, 활동 내용, 집결지 등 이들을 조직폭력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분명한 '자백 진술'이 모아졌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조직폭력 범죄는 반드시 검사의 지휘가 있어야 한다"며 "충분한 증거가 모아졌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경찰은 "담당 수사 검사가 '청량리파는 조폭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폭력 범죄 처벌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과거 검찰의 검거 작전으로 소탕되고 남은 잔당이라는 설명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김 씨와 간부급 조직원들은 쏙 빠진채, 그들의 지시에 의해 폭행을 저지르고 '연장'을 준비했던 조직원들만 간단한 처벌을 받았다. 조직폭력 범죄가 인정될 경우, 관련 법에 의해 조직 두목은 10년 이상 징역에서 최대 사형까지, 간부급 조직원은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이 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는 피해자 A 씨. 그런 그였기 때문에 두목 김 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청량리 옛 집창촌 재개발, 비리, 조폭
● '청량리 황제'의 첫 구속…'재개발 비리'가 발목 잡아

그런 김 씨가 지난 8월 서울북부지검에 구속됐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조직이 근거지를 둔 성매매 집결지 '청량리588' 일대가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이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철거 용역업체로부터 20억 원 가까운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조직폭력 범죄 수사는 피해왔지만, 엉뚱하게도 재개발 사업 비리에 발목이 잡힌 것. 김 씨는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이 결정된 이후 조폭 두목에서 사업가로 변신을 꾀했다. 사업 시행사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했다.

시행사 임원 자리에는 청량리파의 간부급 조직원을 앉혔다. 단순 폭력조직이 지금의 기업형 조직으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김 씨는 또 시행사 설립에 앞서, 이 지역 주민들을 대표하는 재개발추진위원회에선 '감사'를 역임했다. 폭력조직 두목이 재개발 사업 진행을 투명하게 하도록 만들 책임이 있는 감사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 [단독] 폭력조직 개입…'청량리 집창촌 재개발' 비리 정황
[SBS 보도 기사링크] https://goo.gl/zrb4E8

<②부에 계속>

▶ [취재파일][청량리재개발비리] "정말 무서운 사람"…'청량리 황제'의 첫 구속 ②
[기사링크] https://goo.gl/eNL2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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