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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한 내 괴롭힘 합법"…'화살 교감' 두둔한 감사

교육청 감사관 "교대는 다 선후배들…그것까지 생각을 해라"

<앵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교무실에서 여교사를 세워놓고 장난감 활을 쏜 이 사건. 지난달 SBS 보도가 있은 뒤 교육청이 감사에 나섰는데요, 감사가 교감을 두둔하는 쪽으로 진행된다며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6월 사건 직후부터 신 모 교감은 줄곧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교감, 교직원 상대 공개 사과/사건 11일 후 : 저는 그때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활을 겨누었던 기억은 나고. (당시 현장에 있던 교직원 2명에게) 확인한 결과 겨누기만 하고 쏘지는 않았다는 그런 얘기를 전해 듣고, 쏘지 않은 것으로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달 보도가 나가고 난 뒤 인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하자 교감이 말을 바꿨습니다.

활을 쏜 건 맞는데, 여교사가 화살이 날아오기 2초 전에 옆으로 피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 겁니다.

[피해 교사 : 교감 선생님은 (제가 화살 날아오기 직전에 피한 거리가) 정확하게 2.7m라고 하시더라고요. 3개월 동안 기억이 안 난다고 줄곧 공언해 오셨는데, (갑자기 그런 구체적인 게 기억난다고 하니) 저는 황당할 수밖에 없죠. 이게 사건 본질과 관련이 없는데도 제가 그 주장에 끌려다녀야 하고.]

그런데 교육청 감사관들이 교감의 이 주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교감의 말대로 화살을 피했다면 활을 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동료 교사들에게 묻는가 하면, 피해 교사에게는 문제를 키우지 말라는 취지로 들리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교육청 감사관 : 조직 사회에서 내가 이런 걸 했을 때 피해를 보더라도 최소화를 시키는 게 좋잖아요, 선생님도 힘들지 않게. 이 바닥이 어쨌든, 특히 교대는 다 선후배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것까지 생각을 하시고 (확실한 것만 말씀을 해 주시라고.)]

지난 20일 인천교육청에 대한 국감에서도 감사관의 발언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천교육청 국감, 지난 20일) : (감사관이) 피해 교사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권한 내의 괴롭힘은 위법이 아니다' 그러면 괴롭힘이 합법입니까?]

[박융수/인천시 부교육감 : 아닙니다, 잘못된 거죠. 그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분명히 시정을 하겠고요, 해당 감사관에게도 적법한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초등학교 교사 36명 가운데 31명은 교감에 대한 합당한 징계와 공정한 감사를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했고 인천 전교조도 같은 취지의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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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종원 기자, 교육청 감사관이 한 말 중에 "권한 내 괴롭힘은 위법이 아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기자>

피해 여교사가 교육청에 민원을 낼 때, 교감의 장난감 활 사건 이외에도 이전부터 교감이 직위를 이용해 피해 교사를 몇몇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괴롭혀 왔다는 등의 일을 같이 민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한 감사관이 "교감의 재량권 안에서 행해진 일이라면 괴롭힘이라 해도 위법이 아니"라고 피해 교사에게 설명하며 부적절한 예를 들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맘에 들지 않으면 미워하지 않느냐고 한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해당 학교 교사들은 학생 사례를 든 건 몹시 부적절하다, 또 권한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을 괴롭혀도 된다는 거냐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해당 감사관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교감이 위법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처벌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걸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취지와 실제 발언이 상당히 달라 보이네요. 활 사건에 대한 감사 방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죠?

<기자>

사실 활 사건의 본질은 후배 여교사를 세워 놓고 활을 쏜 행위가 교사의 교권과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관은 화살을 피했느냐, 안 피했느냐. 얼마나 멀리 피했느냐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을 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실제 조사관이 피해 교사에게 한 말을 들어 보시죠.

[교육청 감사관 : (교감 주장대로) 한 2, 3m 정도 떨어져 있었다고 하면, 저도 화살 과녁 앞에 서 보고, 교감 선생님이 저를 향해서 (재연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위협감이 좀 덜하다는 느낌을 제가 받았어요.]

즉 거리에 따라 공포감이 달랐을 거고 징계 수위도 달라질 거라서 확인했다는 해명이지만, 교사들은 사건의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활을 쏘았던 교감은 2005년에 다른 학교에 근무할 때도 행정직원을 폭행하고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하기도 해 감사를 받았지만 모두 큰 징계 없이 넘어갔고 이대로라면 올해 말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해 교사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 그걸 이유로 감사 중단을 교육청에 요청해둔 상태입니다.

<앵커>

계속 취재해주셔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윤선영, VJ : 김준호, 구성 : 탁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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