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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1대대 일지에 '광주'는 없었다…스러지는 5·18 출격대기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10.21 09:55 수정 2017.10.21 10:38 조회 재생수3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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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101대대 일지에 광주는 없었다…스러지는 5·18 출격대기설
JTBC가 지난 8월 21일과 22일 "80년 5·18 당시에 공군 전투기들이 광주를 폭격하기 위해 출격 대기 했다"고 단정해 보도하고 대통령이 진상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5·18 광주 출격 대기설'은 팩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5·18 당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 중 "문서로든 구두로든 광주 출격 대기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JTBC가 광주 출격 대기의 증인이라며 인터뷰한 전직 조종사는 "출격대기 지시를 받은 적은 없고 정황상, 느낌상 광주로 갈 것 같다고 생각만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5·18 전투기 조종사 “광주 공습설, 소문·정황일 뿐 지시는 없었다”

이제 광주 폭격 출격 대기설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들은 당시 공군본부와 전투비행단, 비행대대에 남아있는 관련 서류들입니다. 한 발 더 들어가 주한미군, 특히 우리 공군 작전에 관여하는 미 7공군과 주고받은 작전 문건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어디에도 광주 출격 대기를 보여주는 문건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광주 출격 대기를 숨기기 위해 폐기했을 수도 있지만 수기로 매일매일 기록한 대대 작전일지에는 폐기, 조작 흔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조종사들은 광주 출격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관련 문건에도 광주 출격 대기는 정황조차 없습니다. 5·18 때 공군의 고위 지휘관들도 같은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 대대 작전일지에 '광주'는 없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5·18 때 전투기 조종사들의 진술을 청취한 뒤 공군본부와 전투비행단의 작전 지시 문서, 비행대대의 작전일지까지 샅샅이 훑고 있습니다. 먼저 전직 전투기 조종사들이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심 증인이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광주 출격 대기를 확신하며 증거를 제시할 듯하더니 막상 조사에 들어가자 "광주 출격 대기와 관련해서 직접 듣고, 직접 본 바는 전혀 없다"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는 식으로 대답한다는 겁니다.
[취재파일] 101대대 일지에 '광주'는 없었다…스러지는 5·18 출격대기설사실 전직 전투기 조종사들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도 "광주로 가기 위해 출격 대기를 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한 조종사는 "광주에 폭동이 났었으니 광주로 출격할 것이라고 정황상 생각만, 상상만 했었다"고 말했고 어떤 조종사는 "거의 매일 출격 대기를 하는 부대라 당시에 어디로 간다며 출격 대기를 했는지 기억조차도 못하겠다"고 증언했습니다. "JTBC 앵커가 광주 폭격이라고 했지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을 빼는 조종사도 있습니다.

공군본부와 수원의 10 전투비행단에는 1980년 5월 중 광주 폭격을 지시하고 지시받은 작전 문서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전투기를 움직여 폭격하려면 미군의 동의를 구해야 했습니다. 광주 출격을 계획했다면 공군은 미 7공군에 관련 문서를 보냈을 텐데 5·18 특조위는 그런 문서도 못 찾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JTBC가 주요 출격 대기 부대로 지목한 10 전투비행단의 101대대의 작전일지에도 "광주 출격을 준비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작전일지는 일일이 손 글씨로 작성했습니다. 5·18 특조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작전일지에는 대단히 상세히 대대의 활동을 적어뒀다"며 "80년 5월 101대대의 작전일지에는 글씨를 지우거나 덧쓴 흔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광주 출격 대기를 했다면 미군, 공군본부, 전투비행단에는 단서가 없더라도 매일매일의 일기나 다름없는 대대 작전일지에는 무언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겁니다.

● 5·18 특조위의 결론…출격 대기는 없었다? 확인 못 한다?

JTBC는 한 전직 조종사가 "광주 지도를 사무실 캐비닛에서 꺼내서 봤다"는 진술을 했고 전투기에 공대지 무장을 한 것이 광주 출격 대기의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출격 장소의 지도는 조종사들이 대기하는 사무실의 캐비닛에 허술하게 두지 않습니다. 광주로 출격할 참이었다면 광주로 가는 하늘길과 복귀 경로가 나온 상세 지도, 그리고 광주의 세밀한 지도, 각종 호출부호, 암구호 등으로 구성된 여러 장의 문서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취재파일] 101대대 일지에 '광주'는 없었다…스러지는 5·18 출격대기설공대지 무장은 후방지역 소요 진압용이 아니라 북한군 격멸을 위해 예나 지금이나 하고 있습니다. 전·현직 전투기 조종사들은 "무장 출격 중 절반이 공대지"라고 말합니다. 요즘도 한미 공군 전투기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공대지 폭격 훈련을 합니다. 이는 후방 지역 소요 진압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북한군 타격을 위한 훈련입니다.

종합하면 5·18 때 광주 출격 대기 소문이 있어서 추적해보니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서류를 뒤져 봤는데 광주 출격 대기를 암시하는 글자 한 톨 못 찾았습니다. 이 정도면 5·18 특조위의 결론은 짐작이 가능합니다.

5·18 때 전투기들의 광주 출격 대기는 없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백번 양보하면 광주 출격 대기설은 확인할 수 없는 뜬소문 정도입니다. 5·18 특조위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광주 출격 대기를 섣부르게 단정한 보도들은 광주의 진상을 덮고 싶은 세력들에게 쓸데없이 반박의 빌미만 주게 됐습니다. 특조위가 어떤 결론을 내든 공군의 명예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박히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공군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