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도주극 탈북민 통장·전화 만들고 살았지만…경찰 헛발질만

전남 나주 정신병원에서 입원 중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살인미수 전과 탈북민이 3달간 경기도에서 일반인처럼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초기 수색에 실패한 데다 통장과 휴대전화까지 만들고 살고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8월 1일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보호관찰을 받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48살 유태준씨가 전자발찌를 부수고 병원을 탈출했습니다.

탈출 당시 유씨는 환자복 하의를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이튿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광주보호관찰소의 신고로 수색에 나선 경찰은 탈출 당일 병원 주변과 도로를 집중수색했지만, 유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허탕을 친 경찰은 4일 만에 유씨의 신상 정보,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수배 전단을 만들어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정작 경찰이 병원 인근에만 수색을 집중하는 동안 유씨는 이미 서울로 상경했고 이어 경기 부천, 안산 등지를 전전하다가 9월에는 인천에 정착해 일용직 근로자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주 중 유씨는 9월 우연히 만난 노숙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통장까지 재발급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선 10월 10일 통장을 발급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이후 경기도에서 유씨의 행방을 쫓던 경찰은 사건 발생 78일 만인 18일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던 유씨를 검거했습니다.

유씨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집 계약까지 하고 일용직으로 일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통장을 발급한 10월 10일 이전에는 피의자 행적을 몰랐고, 조력자 위주로 수사해 행적을 놓쳤다"며 미흡했던 수사를 인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