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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그림 왜 대작?…"회화라는 특수성·보조 수준 넘어"

조영남 그림 왜 대작?…"회화라는 특수성·보조 수준 넘어"
법원이 가수 조영남(72)씨의 그림을 '대작'이라고 판단해 미술계에 파장이 예상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오늘(18일) 조 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조 씨가 자신의 작품이라고 판매해 온 그림을 온전히 조 씨의 창작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먼저 조 씨의 작품을 대작으로 판단한 근거로 작품의 양식이 '회화'에 해당한다고 전제했습니다.

회화는 물감 등 도구를 통해 아이디어를 형상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외부에 표출되는 표현작업을 중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개성과 화풍이 필연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조 씨 역시 그동안 자신의 작품이 보조 인력의 손을 빌린 부분인 표현방식보다는 아이디어 등에 중점을 두는 '팝아트'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판사는 "조 씨의 그림은 평면 캔버스에 붓, 아크릴, 물감 등 도구를 이용해 화투를 핵심 주제로 삼은 작품"이라며 "제작 방식과 작품의 형태에 따르면 양식상 회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작품 활동에 관여한 보조의 역할이 조 씨의 지휘·감독을 벗어났다는 점도 조 씨의 작품을 대작으로 판단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 판사는 "송 모 씨 등은 조 씨와 떨어진 독립 공간에서 스스로 선택한 재료를 이용해 자율적인 작업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조 씨의 구체적이거나 상세한 지시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독립적으로 (조 씨의 작품) 창작 표현에 기여한 작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아이디어에 기반해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보조인력에 맡기고, 나아가 작품을 대량생산하는 현대미술과 조 씨의 작업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사는 "앤디 워홀 등 유명 작가들이 개념과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기계나 조수 등의 힘을 빌려 이를 형상화하는 작업방식은 현대미술의 주도적 흐름"이라면서도 "조 씨의 작품 제작·판매 방식은 이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앤디 워홀 등의 경우 보조인력을 정식으로 고용해 자신의 지휘·감독 아래에 작품을 생산하고, 작업실을 '공장'이라고 부르는 등 대량생산을 떳떳하게 공개한다는 게 이 판사의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표현작업은 보조인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작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조 씨의 경우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송 씨 등에게 작업을 맡긴다는 사실을 극소수만 인지했기 때문에 대중은 물론 대부분의 구매자도 몰랐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유사 사례가 없는 이번 사건을 장기간 심리한 이 판사는 "조 씨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며 "창작활동, 작품거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있어 누구나 공감하는 합리적 기준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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