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으로 어금니 하나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 씨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하는 등 가족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인물로 알려졌던 터라 충격은 더 컸습니다. 살인 이외에도 성매매 의혹, 부인 자살 의혹 등 이 씨의 반인륜적 범죄 행각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사형 집행을 주장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잔혹 범죄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사형제 논란'
우리나라는 형법 41조에서 법정 최고형에 사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형제가 남아 있지만, 국내에서는 1997년 12월 이후 2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인정하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나 어금니 아빠 사건 등 잔혹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를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09년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흉악 범죄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법무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 "재판 오판 가능성 있다"…전 세계 국가 70% 이상이 사형폐지
사형제에 대한 논의는 국회에서도 계속됐습니다. 1999년 12월 유재건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사형제 존치와 폐지를 놓고 관련 법안의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습니다. 이후 19대 국회까지 사형제를 완전히 없애자는 법안이 6번이나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1953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연쇄살인 혐의로 검거된 존 크리스티의 자백은 영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아내와 딸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돼 3년 전 교수형에 처한 티머시 에번스 사건의 진범이 자신이었음을 자백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내무부는 1966년 이미 사망한 에번스를 사면하고 2003년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98개국 중 104개국이 법률상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37개국입니다. 전 세계 국가 중 70%가 넘는 141개국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셈입니다. 게다가 북한과 중국, 이슬람 국가 등에서 사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국민은 사형집행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룹니다. 최근 어금니 아빠 사건 관련 기사에는 '사형집행이 부활하기를 지지한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해당 댓글의 추천 수가 2만을 넘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