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대통령님, 무궁화대훈장 어떻게 하실 건가요?

[취재파일] 대통령님, 무궁화대훈장 어떻게 하실 건가요?
청와대 출입기자입니다만 솔직히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하거나 취재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300명에 달하는 출입기자들이 한꺼번에 대통령을 따라 다녀선 제대로 일정을 진행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시급한 현안은 아니지만 꼭 질문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무궁화대훈장 문제입니다. 정권 말이면 늘 논란이 된 게 바로 무궁화대훈장이었습니다. 초점은 이른바 훈장 자체보다는 셀프 수여에 맞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문제의 본질은 수여 방식이 아니라 훈장 그 자체에 있습니다.

● 대통령의 훈장, '무궁화대훈장'

상훈법은 무궁화대훈장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훈법]
제10조(무궁화대훈장)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의 최고 훈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대통령의 배우자, 우방원수 및 그 배우자 또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안전보장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前職) 우방원수 및 그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


위 조항에서 보듯 상훈법은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면 누구나 무궁화대훈장을 받게 돼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셀프 수여’는 지지율이 떨어진 임기 후반 대통령에게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될 순 있겠으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에 받도록 돼 있는 훈장을 왜 받느냐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국민적 지탄을 받는 대통령에게까지 훈장을 줄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훈법상 이 훈장의 취지는 ‘대통령직’ 자체에 주는 것으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와는 무관합니다. 만약 그것이 문제라면 법을 바꾸면 될 일입니다.

‘대통령 당선이 무슨 큰 공훈이라고 훈장을 주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비단 우리 나라만 그런 건 아닙니다. 프랑스도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 크루아(La Legion d’honneur / Grand-Croix )를 신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수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궁화대훈장(사진=연합뉴스)
● 대통령 당선이 최고의 공훈?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바로 우리 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대통령만 받을 수 있게 한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프랑스도 최고 훈장을 대통령에게 수여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만’ 수여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나라에 큰 공훈을 세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그 공로를 기리고자 나라에서 주는 휘장”이라는 훈장의 사전적 의미에도 부합합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의 ‘최고 훈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 뿐입니다.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거나 그의 배우자가 되는 겁니다. 나라를 위해 그 어떤 희생을 치르고 아무리 엄청난 공로를 세우더라도 ‘최고 훈장’은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훈장답게 제작비도 엄청납니다. 금과 은, 루비, 자수정, 비단 등을 이용해 제작되는데 금만 190돈, 그러니까 0.7㎏이 들어갑니다. 행정안전부(2013년 기준)에 따르면 대통령용이 5,000만원, 배우자용이 3,500만원에 달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김좌진 장군 등이 받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이 109만원, 김수환 추기경이 받은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이 62만원 정도니까 제작비만 놓고 보자면 무궁화대훈장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의 46배, 국민훈장 무궁화장의 81배나 되는 셈입니다.

안중근 의사나 김좌진 장군이 역대 대통령들보다 나라 위해 세운 공훈이 떨어진다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 최고 훈장, 수여 대상 제한 없애야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훈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나라를 되찾고,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습니다. 그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훈이 ‘공훈에 보답함’임을 생각할 때 그 공훈에 맞는 훈장을 수여하는 것 또한 대통령이 언급한 보훈의 의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뜻이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보훈을 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상훈 체계도 그에 맞게 정비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훈장은 현행대로 무궁화대훈장으로 하거나 별도의 훈장을 신설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직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의 수여 가능 대상은 모든 국민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그 공훈에 따라 최고 훈장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상훈법 개정안이 제출됐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두 ‘셀프 수여’ 논란 해소에 관한 내용일 뿐 앞서 언급한 것 같은 상훈법 체계를 바꾸는 내용은 빠져 있습니다. 전 국민에게 관계되는 일임에도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한 차례나 나올까 말까 한 문제이다 보니 그간 늘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이 받는 훈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훈법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봤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 대통령만 받는다?…무궁화대훈장 '셀프 수여' 
▶ 금 190돈 들인 최고 훈장…박 대통령도 받았다 
▶ [취재파일] 최고훈장, 국민에겐 안 주는 나라 - 대한민국 
▶ [취재파일] 한국 최고훈장 VS 외국 최고훈장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한 새 정부에서 이 문제도 함께 고려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