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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남은 놀이터…'내 고향' 아파트를 기록하는 사람들

<앵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 중엔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로 단지 안의 구석구석을 떠올릴 겁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사라지고 있는 요즘. 아파트의 추억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이삿짐 내리는 풍경이 일상이 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내년 1월까지 6천 세대가 모두 떠나야 할 이 단지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김계식/'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참여자 : 여기가 옛날에 동북중학교 뒤로 들어가는 학생들 비밀 통로가 있던 데예요.]

주민부터, 20년 전에 떠난 사람까지, 여기서 나고 자란 '둔촌아파트의 아이들'입니다.

단지 곳곳의 풍경을 찍어 디지털 지도로 남깁니다.

[김수나/'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참여자 : 서울에서 이렇게 새들이, 집 뒤에 바로 나오자마자 많은 데가 별로 없으니까 (아쉽죠.)]

학창 시절 비밀 공간, 내 손때가 남은 놀이터, 38년 동안 옥상보다 높이 자란 나무들을 정성껏 카메라에 담습니다.

[난 저 기와가 너무 좋아. (우리 땐 또래들이 진짜 바글바글했지.) 이거 나중에 보면 눈물 날 것 같아….]

부동산이 아닌 마을로서의 아파트를 책으로도 남깁니다.

눈썰매를 끌던 주차장과 놀이터에서 열린 축제.

요즘 아파트에선 찾아보기 힘든 넉넉한 공터와 울창한 숲의 사계절이 담겼습니다.

[정현지(26세)/둔촌아파트 출생·거주 : 명절 되면 친구들이 시골에 가잖아요. 부러워했었는데, 지금 보면 나는 한 번도 내 고향을 떠나지 않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어요.]

'개포주공아파트 키즈'도 베어져 나갈 단지 내 3만 그루의 나무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성민/'개포동 나무산책' 작가 : (아파트가) 경제적 가치의 통계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있는 곳이고, 저희랑 같이 자라 난 나무들이 있거든요.]

'콘크리트 성냥갑'이 아닌 삶과 추억과 생태가 어우러진 공간.

이들이 간직하고자 하는 아파트의 모습에서 미래 도시의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인규/'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편집장 :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지금의 도시가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잖아요. (우리 활동이) 도시 전체 환경을 한 번 다시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취재 : 김대철·전경배·제 일,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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