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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통업계의 변신…아기 동반 고객을 잡아라!

[취재파일] 유통업계의 변신…아기 동반 고객을 잡아라!
‘식스 포켓(six pocket)’, ‘에잇 포켓(eight pocket)’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저출산 시대 워낙 아이가 귀하다 보니 아기 한 명이 태어나면 그 부모는 물론 조부모, 외조부모, 심지어 삼촌과 고모, 이모 등 여러 명의 지갑이 한꺼번에 열린다고 해 흔히 쓰는 말입니다. 특히 조부모들은 젊은 부모보다 씀씀이가 크다고 알려져 있고, 여기에 미혼 이모와 고모, 삼촌들도 ‘조카 바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통 크게 쇼핑을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런 시장을 그냥 놔둘 리 없습니다. 아기 동반 고객을 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유입니다.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문을 연 복합쇼핑몰들은 백화점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모유수유실과 기저귀 가는 공간은 기본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아기 동반 고객을 위한 신생 복합쇼핑몰의 휴게실에 처음 들어가 봤는데, 마치 공항에 위치한 항공사 라운지처럼 들어가는 순간 직원이 손님을 맞아 안내도 해주고 도와주는 광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유 수유실도 기저귀 가는 공간도 쾌적하고 편리하게 배치돼 있었고, 한 쪽에는 준비해온 이유식을 간단하게 데워 먹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해당 쇼핑몰의 화장실이 있는 공간에는 남녀 화장실 사이에 가족 화장실이 따로 있어 기저귀를 가는 건 물론 부모가 함께 아기의 화장실 이용을 도울 수 있도록 했더군요.
아기 동반 고객, 이유식 카페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이유식 카페였습니다. 아기를 위한 이유식과 엄마를 위한 간단한 커피와 차를 파는 이 공간은 영유아 의류잡화 매장의 한쪽 끝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평일이어서인지 아기를 동반한 부부보다는 엄마 혹은 엄마와 할머니 일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보였습니다.

다양한 메뉴가 마련돼 있고 주문하면 따뜻하게 데워 내주는 서비스도 만족스럽지만, 아기가 먹을 만한 걸 바리바리 가방에 싸서 외출해야만 했던 수고를 덜어주니 쇼핑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많은 엄마들이 얘기했습니다.

‘아기와 함께 쇼핑하기‘를 떠올리면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공공장소에서 우는 아기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모유 수유를 하거나 이유식을 먹일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해 고생해본 분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는 이런 수고를 하지 않고도 집에서 쉽게 컴퓨터를 통해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그래서 생존 전략의 하나로 이런 편의 시설을 마련해 아기 동반 고객 유치에 나섰습니다.

한 대형 유통업체의 이유식 카페의 매출은 같은 공간 기준 의류잡화 매장 매출의 2.4배에 달한다는 비공식 집계도 있었습니다. 넓은 공간을 더 많은 상품으로 채우기보다 충분한 공간을 할애해 고객을 위한 편의 시설을 만드는 것이 결국은 더 많은 매출로 이어진다는 걸 유통업체들이 깨닫고 있는 겁니다. ‘아기와 함께 쇼핑 하기’란 여성들의 그 오래된 악몽이 즐겁고 기꺼이 할 만한 경험으로 바뀌어나갈 날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 '아기 데리고 쇼핑' 편하게 했더니…어른 지갑 열린다 (10.05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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