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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너는 내 운명' 전태풍과 하승진 닮은 꼴(?) 콤비의 꿈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8년 간의 희비쌍곡선

[취재파일] '너는 내 운명' 전태풍과 하승진 닮은 꼴(?) 콤비의 꿈
외모만 보면 비슷한 구석이 없습니다. 신장은 무려 41cm나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프로농구 KCC의 전태풍(37세, 180cm)과 하승진(32세, 221cm)을 자세히 보면 정말 닮은 곳이 많습니다.

거침없이 할 말을 다하는 성격과 재치 있는 언변, 그리고 코트 위에서는 뜨거운 승부욕을 보이지만 코트만 벗어나면 집 밖에 모르는 가정적인 남자라는 것도 똑같습니다. 여기에 두 선수 모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뒀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두 선수는 KCC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을 때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희비쌍곡선을 그렸고, 이에 따라 KCC의 흥망성쇠도 갈렸습니다.

● 1년 차이로 KBL 데뷔…3년 동안 찰떡 호흡
2009년 처음 만난 전태풍과 하승진
NBA 도전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하승진이 2008~2009 시즌부터 KCC의 유니폼을 입고, 1년 뒤 귀화 혼혈 선수인 전태풍이 어머니의 나라를 찾아 KCC에 입단하면서 두 선수의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비슷한 성격에다가 하승진이 영어에도 능통한 까닭에 둘은 이내 단짝이 됐고 함께 KCC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습니다.

처음 호흡을 맞춘 2009~2010시즌 두 선수는 비슷한 평균 득점을 기록하며(전태풍 14.4득점-4.7도움, 하승진 14.17득점-9.7리바운드) 정규리그 3위와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견인했고, 이듬해인 2010~2011시즌 정규리그는 다시 3위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과 전자랜드, 동부를 연파하며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최고의 순간을 함께한 이들은 2011~2012시즌에도 정규리그 4위로 봄 농구를 함께 했습니다. 처음 호흡을 맞춘 3시즌 동안 전태풍과 하승진 모두 지금까지 프로 생활 중 개인 평균 최고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또 각자 조금씩 부침이 있었지만, 두 선수의 평균 득점 합은 3시즌 모두 28점으로 똑같았습니다.
[취재파일] '너는 내 운명' 전태풍과 하승진 닮은 꼴(?) 콤비의 꿈
● 이별과 동시에 찾아온 KCC의 암흑기

하지만, 찰떡 호흡을 자랑하던 두 선수는 2011~2012 시즌을 마친 뒤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했습니다. 전태풍은 ‘귀화 선수는 3시즌이 지나면 팀을 옮겨야 한다’는 보기 드문(?) 규정에 묶여서 오리온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하승진은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KCC도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2012~2013시즌에는 최하위로 떨어졌고, 2013~2014시즌 7위, 2014~2015시즌 9위 등 하위권을 전전하며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 재회와 동시에 KCC 부활
15~16 시즌 KCC의 사상 첫 정규리그 1위를 견인한 두 선수
추락하던 명가 KCC는 2015~2016시즌 전태풍과 하승진이 재회하면서 드라마처럼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공익근무를 마친 하승진이 2014~2015시즌에 복귀하고 이듬해 FA 자격을 얻은 전태풍이 친정팀으로 돌아오며 5살 차 콤비는 다시 뭉쳤고, 이들은 최고 용병 에밋을 도와 KCC의 사상 첫 정규 시즌 1위를 이끌었습니다.

● 부상도 같이…최악의 시즌

함께 푸른 유니폼을 입기만 하면 승승장구하던 이들은 6년 만의 우승을 노리던 지난 시즌 나란히 부상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하승진은 발목을 다쳐 단 2경기만 뛰고 시즌 아웃됐고, 이어서 전태풍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5경기 만에 시즌을 접었습니다. 이전까지 나란히 한 시즌 최소경기가 38경기였던 두 선수가 동시에 역대 최소 경기 시즌을 맞으며, KCC는 1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서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두 선수의 연봉도 함께 추락했습니다. 2016~2017시즌 5억 5천만 원을 받았던 하승진과 5억 4천만 원을 받던 전태풍 모두 올 시즌 연봉은 2억 원으로 60% 이상 떨어졌습니다.

●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두 노장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두 선수는 같이 재활을 하며 칼을 갈았습니다. 그리고 내일 개막하는 2017~2018시즌에서 함께 날아오르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자존심 회복을 다짐한 닮은 꼴(?) 두 노장이 올 시즌에도 멋진 우정과 화려한 플레이, 그리고 특유의 입담으로 프로농구 판을 뜨겁게 달구길 기대합니다.

[취재파일] '너는 내 운명' 전태풍과 하승진 닮은 꼴(?) 콤비의 꿈
(※ 아래는 언제나 유쾌한 두 선수와의 인터뷰입니다.)

Q. 둘이 만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는데 서로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하승진 : 나이 든 게 너무 많이 느껴져요. 처음 봤을 때 저희는 둘 다 20대였고 철부지 어린애들이었는데 이제 두 명 다 두 아이의 아빠가 똑같이 되고, 그리고 이제 머리도 많이 빠지고 수염도 많이 나고 아저씨 된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한편으로는 좀 씁쓸하네요. (웃음)

전태풍 : 저도 승진이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하승진을 바라보며) 승진이 보면 흰머리도 많이 생기고 수염도 하얗고 주름도 많이 생기고 이런 차이가 있네요. 하하~


Q. 그래도 함께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하승진 : 태풍이 형과 서로 알아온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선수들보다도 호흡도 잘 맞고 서로를 잘 알게 되고 더 좋은 플레이를 맞춰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태풍 : 이제 나이 먹어서 개념, 개념이 더 생기고 이제 다른 선수에 대한 생각도 더 생겼어요.


Q. 부상은 완전히 회복했는지?

전태풍 : 몸이 너무 좋아요. 100%는 아닌데 90, 85% 정도. 작년에 부상 다 낫고 체력도 좋고 다 괜찮아요.

하승진 : 아픈 데 없이 무난하게 시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이죠.


Q. 지난 시즌 경기를 뛰지 못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전태풍 : 아, 작년에 좀 힘든 시간이었죠. 뭐 숙소서 계속 재활하고.. 뭐 우리 팀 게임할 때  다 보고 좀 마음이 아팠어요. 근데 이것 때문에 이번 시즌 더 열심히 하고 곡성? 곡성? (하승진이 ‘복수’라고 알려주자) 복수해야죠. 복수. 하하~

하승진 : 우선 저도 태풍이 형처럼 마음이 많이 아팠죠. 재활하면서 숙소에 남아서 선수들 경기하면서 매일 보면서 지는 모습도 많이 보고 하니까 마음도 많이 아프고 속상했는데 올해 또 심기일전해서 작년에 못했던 것 만회하려고 많이 노력할 생각입니다.


Q. 연봉이 절반 이상 깎여서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하승진 : 저는 사실 올해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돈 생각보다는 성적으로 만회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희가 작년에 못하면서 (빚을) 갚아야 될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래서 올해 심기일전하고 있습니다.

전태풍 : 돈보다 다른 선수랑 비교할 때.. 뭐야 무시게 하는? (하승진이 ‘무시당하는’이라고 알려주자) 네! 무시당하는 느낌이 있어서 이제 이번 시즌 다른 선수한테 더 제 힘 보여줄 거에요. 이게 제일 목표에요.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하승진 : 태풍이 형, 작년에 많이 아파가지고 많이 속상 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도 좀 많이 빠지고 했는데, 올해는 아프지 말고 몸 건강히 잘해서 머리도 좀 덜 빠지고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자.

전태풍 : 고마워. 그리고 승진이 너는 좀 그냥, 괴물, 넌 괴물이야. 괴물처럼 그냥 보여주고 다 죽여 버려. 우린 괜찮을 거예요. 몸 관리하고 끝까지 합시다. 나머지 팀, 관중 다 모든 사람한테 그냥 보여줘. 우리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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