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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의 몰락…'어금니 아빠' 가정에 무슨 일 있었나

'조용한 가족'의 몰락…'어금니 아빠' 가정에 무슨 일 있었나
"여기 산 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주변하고 친하게 지낸 것도 아니니까 자주 보진 못했지요. 아내랑 돌아다니는 모습도 몇번 보긴 했어요. 크게 사이 나빠 보이거나 사람이 이상해 보이진 않았는데…."

딸 친구 여중생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 모(35)씨 가족은 이웃 눈에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부가 문신을 새기고 다닌 점만 빼면 조용한 편이었다는 것이 이웃들 전언입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이 씨 자택에서 현장검증이 있었던 오늘(11일) 이웃 주민들은 관련 사건 보도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며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인근 빌라에 산다는 한 40대 남성은 "나는 본 적이 없는데 주변과 왕래가 없었던 것 같다"며 "주민들이 다들 깜짝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주부들은 "'어금니 아빠'가 여기 사는지도 몰랐는데 뉴스를 보고 무척 놀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습니다.

다만 이 씨의 몇 가지 특이한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인근의 한 상점 주인은 "이 씨 부인이 투신하고 나서 이 씨가 물건을 사러 들렀는데 안부를 물으니 '아내가 성폭행당한 일 때문에 힘들어서 뛰어내렸다'고 털어놓더라"는 일화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상점 주인은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녀 문신이 있는 줄 알았고, 여성 2명이 있었는데 1명은 한국인이 아니라 러시아 쪽 사람 같았다"며 "이 씨가 아내와 함께 다니긴 했는데 러시아 여성과 더 친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가 살해한 친구 A양에게 수면제가 섞인 음료수를 건네 범행에 가담한 딸도 학교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성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업을 빼먹는 날이 많았으나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동급생들은 전했습니다.

이 씨 딸이 다니는 중학교 재학생 B양은 "조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학교는 잘 나오지 않았고, 어울리는 친구가 두셋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학교 교감은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출결에서만 담임이 걱정하는 정도였고, 온순한 성품에 학교에서도 잘 지냈고 말이 적은 편이었으며 크게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고 밝혔습니다.

교감은 다만 "엄마가 죽고 난 뒤의 느낌은 생각보다 초연하다, 희로애락이 드러나지 않는구나 싶었다"며 "학교에서도 사회복지사를 통해 아이를 봐 달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심리상담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이 씨와 그의 딸은 겉으로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계기가 두 사람의 삶에서 이미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씨의 감정 경험은 일반인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초등학교 졸업 후 여러 건의 전과를 만들면서 시설을 드나드는 가운데 반사회적 사고가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 씨에게 '인지적 결핍'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다른 사람 눈에 적절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습득해야 누군가가 죽으면 슬퍼하는 등 사회적으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 씨는 그런 역량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 씨는 평상시에는 조용히 사는 사람 같지만 성적으로 왜곡되고 도착 성향도 보인다"며 "이런 사람의 행동은 일반인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고, 행동 억제력이 없어 언제든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씨가 TV에 나와 조명을 많이 받은 뒤 '많은 사람이 나를 지원한다'는 긍정적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 방송 출연이 도약 계기가 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곽 교수는 "우울증이나 조절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가 있을 것 같다"며 "겉으로 평범해 보인다고 해도 가족이 이면에서 힘든 점은 분명 있었을 것이고, 아버지가 평소 어땠는지 딸에게서 진술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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