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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최재천 "붉은 불개미 앞으로 계속 올 거고 막기 힘들 것"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7년 10월 9일 (월)
■ 대담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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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개미, 다른 여왕개미와 함께 살기도 해
- 하루 알 천 개씩 낳는 등 어마어마한 번식력 있어
- 정착하면 농작물, 가축에까지 피해 입힐 수 있어
- 美 남부, 열대지방에서는 가전제품 안에서 살기도 해
- 불도저로 밀거나 흙을 삽으로 퍼서는 여왕개미 못 찾아
- 일개미가 다 죽었다면 여왕개미 혼자 살기 어려워 죽었을 것
- 발견한 군락 외에 주변으로 퍼졌을 경우 문제


▷ 김성준/사회자:

추석 연휴 내내 부산 감만항은 붉은불개미의 여왕개미를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서 현장을 굴삭기로 밀고, 트랩을 1,800개 정도 설치했다고 하죠. 하지만 여왕개미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여왕개미 찾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살인개미라는 별명만큼 그 치명적인 위험성 때문입니다. 국내 개미 박사로 알려진 최재천 박사님과 함께 붉은불개미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사회자:

교수님께서 이 붉은불개미를 두고 전세계 개미 중에서 이것보다 더 골치 아픈 개미가 없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던데. 어느 정도기에 그렇습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지금까지 이 개미가 진입한 나라들이 다 고생하거든요. 그런데 개미는 워낙에 번식력이 강한 게, 거의 모든 개미가 그렇지만. 이 개미는 특별히 번식력이 강하기도 하고요. 또 어떨 때는 여왕개미가 한 마리가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여러 마리의 여왕개미가 함께 사는 묘한 개미예요.

▷ 김성준/사회자:

다른 개미들은 안 그렇지 않습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그렇죠. 물론 그런 경우들이 몇 개 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에는 언제나 여왕 한 마리만 있는 건데. 여러 마리의 여왕이 한꺼번에 하루에 천 개씩 낳으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증폭이 되는 거죠. 거기다가 얘네들의 적응력이 특별히 좋아서요. 거의 모든 서식 환경에 다 적응하고 살아요. 그래서 참 힘듭니다.

▷ 김성준/사회자:

이렇게 많이 번식을 하고 아무 데서나 잘 살고. 그런데 이 개미가 우리가 이번에 붉은불개미에 대해서 들었을 때는 살인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것 외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조금 전에도 제가 얘기 드린 대로 굉장히 다양한 서식 환경에 적응하거든요. 열대우림부터 사막까지, 그리고 농촌에서 숲 속으로, 도심까지 가리는 데가 없어요. 그리고 일단 정착을 하면 농작물에 대한 피해도 막심하고, 가축에 대한 피해도 막심하고, 우리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가지로 불편하게. 심지어는 우리가 쓰는 가전제품 안에도 둥지를 틀고 살아서.

▷ 김성준/사회자:

가전제품이요?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예. 가전제품이 항상 전원에 연결되어 있으니까 온도가 따뜻할 것 아니에요? 아마도 그걸 좋아하는 건지. 예를 들면 미국 남부라든가 아니면 열대 지방의 가전제품 안에는 툭하면 얘네들이 들어와서 살아서 민원이 발생하고 그럽니다.

▷ 김성준/사회자:

번식력이 강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여왕개미가 하루에 알을 천 개까지 낳는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이 천 개 낳는다고 천 개가 다 개미로 다 부화하지는 않겠죠?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다는 아니더라도요. 개미는 워낙 여왕개미가 천 개 낳아놓고 자기가 혼자 보살피는 게 아니라, 수천 마리의 일개미들이 다 보살피기 때문에 거의 다 부화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굉장히 잘 보살피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커나가는 거죠.

▷ 김성준/사회자:

그러면 이번에 부산 감만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얘기로 좁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연휴 내내 굴삭기까지 동원해서 대규모 인력이 트랩 설치하고 그야말로 개미 색출 작업에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는데.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지금까지 벌어진 이 작업으로 여왕개미는 못 찾았지만, 붉은불개미를 일단 차단하는 데에는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십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이건 성공이라는 게 참 판단하기 어려운 게요. 개미는 속성상 일개미를 아무리 많이 죽여도 여왕개미가 죽지 않으면 끝이 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왕개미를 못 찾았다는 게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인데요. 여왕개미를 찾는 일이라는 게 저희 개미 전문가들은 거의 어떤 수준으로 하느냐면, 고고학자들이 옛날 유적 발굴할 때 흙을 벗겨내잖아요. 그리고 붓으로 치우면서. 그렇게 해야 여왕을 찾아내거든요.

불도저가 들어가면 못 찾아요. 흙을 삽으로 퍼내거나 그러면 안 되고요. 전문 개미학자가 쭈그리고 앉아서 아주 세심하게 해야 찾는 건데. 제 생각에 한 천 마리 정도 있었다는 것으로 보면 여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아마 푹푹 떠내는 흙에 여왕이 섞여서 다 나왔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그리고 아마 죽었겠죠? 그 정도 됐으면.

▷ 김성준/사회자:

그 정도 되면 죽었을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그렇죠. 그리고 여왕이 혼자 독립해서는 그 상태에서는 더 살기 굉장히 힘들어요. 처음에 자기가 혼인비행을 마치고 나라를 건설할 때는 혼자서 건설하지만. 일단 일개미들을 만들어서 그 일개미들의 보좌를 받기 시작하면 여왕은 굉장히 무능력한 존재가 돼요. 알 낳는 일만 주구장창 할 뿐이지 다른 일은 별로 할 줄을 몰라요.

그런 상황에서 일개미들이 다 죽어나가면 여왕개미 혼자 살아남기는 대단히 힘들어요. 그러니까 아마 죽었으리라고 보는데요. 문제는 군락이 그것 하나였을까가 문제인 거죠. 더구나 이 개미가 특별히 골치 아픈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개미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여왕이 한 마리만 있는 건데. 여왕이 두 마리만 있어도 권력 다툼 때문에 나라가 망하거든요.

그런데 이 개미는 어쩌다가 몇 안 되는 개미 종에서 여왕이 여러 마리가 평화롭게 나라를 다스리는 제도를 개발했어요.

▷ 김성준/사회자:

아주 독한 녀석이 더 독한 생태계를 만들었네요.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그렇죠.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어쩌면 혹시 얘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벌써 상당 시간이 흘러서 우리가 찾은 건 그러 여러 군락의 하나일 뿐이고. 이미 주변에 퍼져나가 있으면 어떻게 할까. 그건 걱정이 되죠.

▷ 김성준/사회자:

그리고 이게 이번에 어떤 컨테이너에 묻어서 왔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 이 불개미가 사는 나라가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고. 그 나라들하고 우리가 교역을 많이 할 것이고 인천항, 부산항 어느 항구든지 컨테이너가 완벽한 방역 없이 들어왔을 텐데. 이게 이번에 감만항에서 발견된 개미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닙니까?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그걸 제가 조사도 안 해본 사람이 뭐라고 얘기하기는 참 어려운 얘기인데요. 그냥 이렇게 얘기할게요. 세월이 한참 흐르면 제 생각에는 언젠가는 뚫고 들어올 겁니다. 얘네를 막기는 거의 불가능할 거예요. 왜냐하면 중국이 이미 무너졌고, 타이완이 초토화 됐고.

▷ 김성준/사회자:

중국이 무너졌다면 우리에게는 순식간 아닌가 싶은데요.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그렇죠. 시간문제인데. 그래도 제 생각에 이번에 우리 검역본부가 그래도 발 빠르게 움직여줘서. 제 생각에는 그래도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닌 단계까지 만들어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런 일들을 앞으로 끊임없이 수시로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계속 올 텐데.

▷ 김성준/사회자:

혹시 사전에 막을 방법 같은 건 없을까요?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글쎄요. 아무리 열심히 화물들을 한다고 해도 어디에 어떻게 껴서 들어올지 100% 막는다는 것은 아마 힘든 일일 것 같은데요. 일단 이런 식으로라도 어느 항만이나 이런 곳에서 발견이 되고 나면 제 생각에 앞으로는 이번에 했던 것처럼 지나치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원돼서 하는 것보다는. 개미 전문가들에게 조금은 차분하게 시간을 주고. 이건 그냥 마구 땅을 판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개미, 거듭 강조하지만 일개미 한 마리 잡아봐야 아무 소용없고요. 여왕개미를 색출해야 되기 때문에.

▷ 김성준/사회자: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네.

▷ 김성준/사회자:

지금까지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님과 붉은불개미에 대해서 얘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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