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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합니다" 한국인, 美서 2년 넘게 가택연금…무슨 일?

<앵커>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미국에 2년 넘게 가택연금된 상태입니다. 범죄인으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재판을 받고 있는 건데, 범죄인 인도나 재판 모두 잘못된 거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김종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헌석/K터보 대표 (미국 화상 통화) : (제 상태는) '홈 어레스트(Home Arrest)'에요, 가택연금이죠. (지금 있는 곳은) 원룸이죠. 15평? 여기 방 안에 (전자발찌) 센서가 있는데요, 센서로부터 거리가 제한돼요. (집 밖으로 임의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고성능 송풍기 분야에서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던 이헌석 대표. 이 대표의 운명이 바뀐 건 재작년 1월, 경찰에 붙잡히면서부터입니다.

[이헌석 대표/미국 화상 통화 :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니, 아무 내용도 모르고 무슨 내용으로 수갑을 채우냐?' 그랬더니 그분들도 자기들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갑을 채우기가 뭐했는지 (수갑은 안 채우더라고요.)]

구치소로 옮겨지고 나서야 체포된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범죄인 인도 요청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헌석 대표/미국 화상 통화 : (미국이 인도요청한 이유를) 전혀 몰랐죠. 제가 그냥 생각했던 건 '(수출하면서) 크게 법을 어겼나?' 내용도 아무것도 모르고 (인도를 결정하는) 재판에 들어간 거죠.]

미국 검찰이 이미 이 씨를 기소한 뒤 신병 인도를 요청했던 건데, 한국 법원에서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습니다.

[박진명/이헌석 대표 부인 : (남편 면회를 가면서 구치소가) 저쪽에 이렇게 보이는데 전화가 왔어요, 서울구치소라고. 오늘 면회 오지 말라고, 지금 비행기 탄다고. 운전하고 있었는데 너무 떨려서 옆에다 차를 대서 (울었어요).]

그렇게 해서 미국 감옥에 한 달간 수감 됐다가 1억 원 넘는 보석금을 내고서야 풀려났는데, 미국 시카고의 월세방에서 구금 생활을 한 지 벌써 2년 반 가까이 지났습니다.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걸까? 2009년, 이 대표의 회사는 미국 6개 도시 하수처리장 건설 현장에 대형 송풍기를 수출합니다.

이때 이 도시들은 미국 정부의 ARRA라는 기금을 지원받아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있었는데 이 ARRA 기금은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 그러니까 미국 제품을 쓸 때에만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의 회사가 한국에서 조립한 송풍기에 '미국에서 조립됐다'는 뜻의 '어셈블드 인 USA' 라고 허위 표기를 해 미국 정부의 기금을 타냈고, 이게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미국 검찰이 이 씨를 기소한 겁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미국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적용한 이런 범죄 혐의들을 슬쩍 바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범죄인 인도 요청 때 가장 중한 범죄로 제시했던 미국 정부의 기금을 허위로 타냈다는 혐의는 공소장에서 아예 삭제돼 버렸고, 사기 피해자가 미국 정부라던 내용도 피해자는 미국의 민간 건설사라고 바뀌었습니다.

애당초 이 대표의 회사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의 민간 건설사와 납품 계약을 맺었던 것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렇게 범죄인 인도 때 제시했던 주요 혐의가 무너진 만큼 신병 인도부터 잘못됐던 것이라고 이 대표는 주장합니다.

[차동헌/변호사 : 피해자가 사실상 (美 정부에서 민간 건설업자로) 바뀌었기 때문에 첫 공소장 범죄혐의의 기본 사실이 완전히 달라진 거죠. 과연 한국 법원에서도 (변경 된 내용의) 그런 사안이었다면 (자국민을) 범죄인 인도를 해 줬을까.]

하지만 미국 법원과 검찰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씨는 한국 법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 위반이 아니라는 미국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의 미국 연금 상태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던 회사는 지난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한국의 집도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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