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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무·숲·잔디에 안치…"자연장 선호 40% 넘었다"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작성 2017.10.05 10:08 조회 재생수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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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나무·숲·잔디에 안치…"자연장 선호 40% 넘었다"
추석을 맞아 조상의 묘나 납골당을 찾아 제를 올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뿌리깊은 우리의 장례 문화에서 20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바뀐 게 있습니다. 바로 화장률입니다. 1994년 화장률은 20.5%에 불과했습니다. 화장률은 해마다 증가해 2005년에는 드디어 50%를 돌파한 후 2015년에는 80%를 웃돌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5월까지 화장률은 83.2%로 높아졌고, 인천 지역 화장률은 93.9%로 열에 아홉 이상 화장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후 화장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화장은 보편적인 장례문화가 됐습니다.

화장률이 높아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2015년 장례문화진흥원 조사를 보면 화장 선호 이유로 ‘관리하기 쉬워서’(40.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깨끗하고 위생적(36.2%),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13.6%) 순이었습니다. 관리하기 쉬워서라는 응답의 이면에는 경제적 요인이 있습니다. 묫자리를 마련하고 봉분, 묘비를 설치하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보통 장례 비용이 수천만 원을 넘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을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 국민은 화장 후 유골을 어떻게 안치하기를 바라고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납골당 선호가 가장 높았지만, 올해 조사를 보면 자연장을 원한다가 40.1%로 납골당 봉안 40.5%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이어 산, 강, 바다에 뿌리는 산골 15.9%, 화장시설 내 유골을 집단으로 뿌리는 유택동산 2.9%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납골당과 자연장 선호도가 비슷해진 건 올해 조사에서 새롭게 나온 트렌드입니다.
수목장자연장은 유골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유골을 나무 아래 묻는 수목장이 대표적이고 최근엔 화초장, 잔디장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수목형’이 5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수목장림 30.5%, 화초형 10.4%, 잔디형 5.4% 순이었습니다. 나무나 숲에 유골을 묻는 방식이 84%로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고인을 추모할 상징물인 나무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수목장도 단점은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설 수목장의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경우 수목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초기 비용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또 나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기후변화에 따라 고사하거나 병충해에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나무가 행여 말라 죽거나하면 조상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민간 수목장림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불법, 편법 운영과 비싼 가격, 산지 훼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자연장, 수목장, 잔디장이에 반해 잔디 아래 유골을 묻는 잔디장은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수목장보다 유리합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잔디장은 초기에 약간의 황량함은 있지만, 잔디는 일단 잘 관리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초기 장례비용이 낮으며, 무엇보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어느 정도 평등한 장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얼마전 인천가족공원에서 잔디장으로 남편을 모신 유봉자씨는 산에 올라가지 않아서 좋고 따뜻한 햇볕이 들고, 가족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추모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잔디장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잔디장은 잔디를 입힌 땅을 30cm가량 파서 그 안에 유골함을 넣는 방식입니다. 뼛가루를 흙과 잘 섞은 뒤 그대로 묻거나 생분해성 유골함에 담기도 하는데 유골함은 옥수수전분 등으로 만들어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분해됩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장례인 셈입니다. 잔디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적지만 점차 이 방식을 선호하는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잔디장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는 인천가족공원을 기자가 직접 가 보니 묘지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잔디밭 공원에 가까웠습니다. 유족들은 그곳을 찾아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했습니다.  

수목장이든 잔디장이든 자연장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건 매우 긍정적입니다. 납골당도 인위적인 건물에 유골을 안치하는 방식이라 자연적이라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나무나 숲, 화초, 잔디 주변에 유골을 묻는 자연장은 후손들이 쓸 자연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라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도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고인을 모시고 추모할 수 있는 공원형 자연장지 조성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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