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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6 - 임무 기호 'C'…비무장 시민 상대로 '전투?'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6 - 임무 기호 'C'…비무장 시민 상대로 '전투?'
● 37년 간 유지된 '침묵의 카르텔'
 
‘침묵의 카르텔’은 불리한 문제에 대해 특정 이해집단이 조직적으로 침묵하거나 은폐하는 것을 뜻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관련자들의 '침묵의 카르텔'은 무려 37년 동안이나 굳게 이어져 왔습니다. 전일빌딩에 남은 193개 탄흔이 헬기 기관총 사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올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한 이후에도 이들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지요. '헬기 사격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헬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라는 말로 여전히 헬기 사격 의혹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침묵의 카르텔'이 강한 것은 이들의 네트워크가 군 전역 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추적해보니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 등 육군 항공여단 관계자들은 전역 후에도 산림청, 경찰, 소방 등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희송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는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헬기 사격이 이뤄졌더라도 조종사들의 양심 고백을 듣기 어렵다”며 37년 동안 이어온 ‘침묵의 카르텔’을 깨트리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6 임무 기호 ‘C’..비무장 시민 상대로 '전투'?
● 열쇠는 '개인비행기록카드'
 
많은 전문가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깨트릴 열쇠로 꼽는 게 개인비행기록카드입니다. 군 헬기 조종사들은 비행 뒤 이 기록표를 의무적으로 작성합니다. 제대 후 취업 등을 위해 어떤 기종을 타고 얼마나 비행했는지 남겨두는 것입니다. 이 기록표가 모두 확보되면 헬기 사격이 의심되는 특정 날짜와 시간에 비행한 조종사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광주 출동 조종사 중 몇 명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침묵의 카르텔’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SBS 기획취재팀은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조종사 2명의 개인비행기록카드를 입수했습니다. 공격 헬기인 코브라와 500MD의 조종사들이었습니다. 코브라 헬기 조종사는 80년 5월 22일부터, 500MD 조종사는 5월 20일부터의 비행기록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두 조종사는 모두 취재진과의 접촉에서는 '한 적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헬기 사격을 부인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 임무기호 'C'
 
개인비행기록카드에는 임무 기호도 적혀 있었습니다. ‘C’ 였지요. 지난달 ‘C’라고 적은 500MD 조종사를 만나 물었는데 “C는 Combat, 전투를 의미한다”며 “타부대와의 연합 작전 같은 임무는 대개 훈련을 의미하는 ‘T(Training)’를 적는다”고 말했습니다. ‘C’를 적는 경우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평소에 전투할 일 있냐”며 “잘 적지 않는 기호”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조종사는 모두 지난 95년 검찰 조사에서는 자신의 임무와 관련한 질문에 ‘전투’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코브라 헬기 조종사는 “광주 상공을 비행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했지요. 500MD 조종사 역시 “공중 정찰을 하거나 대개는 광주교도소에서 대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사격 의혹을 부인하며 한 말로, 전투와는 상관없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자신이 개인비행기록카드에 적은 임무와는 전혀 다른 진술을 한 셈입니다.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6 임무 기호 ‘C’..비무장 시민 상대로 '전투'?
● 20일 임무 'C'…비무장 시민 상대로 전투?
 
눈에 띄는 점은 80년 5월 20일에도 임무가 C, 전투였다는 것입니다. 5월 20일은 밤 9시 50분쯤 공수부대의 발포가 있었던 날입니다. 광주역에서 시위대의 차량에 중사 한 명이 깔려 숨지자 제3공수여단이 시위대를 향해 M16 실탄을 발포했지요. 하지만 이 날은 아직 계엄군이 자위권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때였습니다.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그 다음날인 21일 자위권, 즉 위협을 받을 경우 자기방어적 차원에서 발포할 수 있음을 천명했습니다.
 
송 모 당시 육군1항공여단장은 SBS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임무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폭도 진압을 하니 조종사들이 임무를 C(전투)로 적었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20일은 자위권이 공식화되기 전이었고, 시민들은 무장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이후에 시민들이 무장을 했다고 밝혔는데 광주 상공의 헬기는 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을 상태로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더 많은 조종사들의 개인비행기록카드를 입수하기 위해 계속 힘을 쏟고 있습니다. 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조종사들을 추려내 조사하는 게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특조위의 활동은 11월 말까지 이제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80년 5월 광주에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명확히 하는 게 핵심일 테지만, 비무장 시민들을 상대로 ‘전투’ 임무를 지시한 명령자까지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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