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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주 사드 기지의 패트리엇…빗겨간 절차적 정당성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10.02 14:07 수정 2017.10.02 16:39 조회 재생수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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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성주 사드 기지의 패트리엇…빗겨간 절차적 정당성
위에 있는 사진은 지난 8월 미군 수뇌부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방문했을 때 촬영된 것입니다. 사드 발사대 2기를 뒤로 한 채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왼쪽),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오른쪽)이 나란히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브룩스 사령관과 해리스 사령관 사이, 브룩스 사령관의 어깨 너머로 짙은 국방색 얼룩무늬의 작은 발사대 1기가 보입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팩-3입니다.

사드 기지에 있는 패트리엇. 성주 기지에는 사드만 배치되는 줄 알았는데 패트리엇도 1개 포대가 배치됐습니다. 군 관계자는 “성주 기지의 패트리엇은 사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드는 중부 이남을 폭넓게 방어하고, 패트리엇은 그 사드를 방어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패트리엇도 사드처럼 고성능 레이더를 가동합니다. 패트리엇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보다 전자파와 소음을 훨씬 더 많이 방출합니다. 당연히 우리 정부도 패트리엇 포대의 성주 기지 배치 사실을 알테지요. 절차적 정당성을 엄정하게 따지는 정부가 패트리엇의 소음과 전자파가 기지 주변 주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로 평가했을까요? 역설적이지만 더 강력한 전자파와 더 큰 소음을 내는 패트리엇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안 합니다.
[취재파일] 성주 사드 기지의 패트리엇…빗겨간 절차적 정당성● 사드 기지의 패트리엇은 사드 방어용

사드는 고도 40~150km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합니다. 최대 사거리는 200km 정도입니다. 적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찍고 내려오는 종말 단계의 고고도에서 광범위하게 요격하는 방어체계입니다. 한 지점이 아니라 지역을 넓게 방어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패트리엇 팩-3는 고도 40km 이하에서 적 미사일을 잡습니다. 요격 고도는 낮지만 좁은 지역을 이른바 ‘맨 투 맨(man to man)’ 마크하는 데 적격입니다. 그래서 주한미군의 사드를 족집게 방어하기 위해 미군이 패트리엇 포대를 성주 기지에 배치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사드 기지에 패트리엇이 배치된 것을 두고 사드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허술한 요격체계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사드가 허술하다기 보다는 사드는 만능이 아니고 요격 범위가 종말 단계의 고고도로 맞춰졌기 때문에 패트리엇을 사드 방어용으로 성주 기지에 배치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만능 요격체계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미국도 미사일의 비행단계별로, 그러니까 상승단계, 중간단계, 종말단계 고고도, 종말단계 중ㆍ저고도로 나눠서 각각의 요격체계를 두고 있습니다. 하나의 요격체계가 모든 미사일을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취재파일] 성주 사드 기지의 패트리엇…빗겨간 절차적 정당성● 패트리엇만 빗겨간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 잣대

현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드 발사대 6기 중 2기가 배치된 상황에서도 이미 반입된 발사대 4기를 묶어두고 환경영향평가를 원칙대로 실시하겠다며 사드 반입에 대한 보고가 누락된 것에 대한 진상조사를 한 것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져도 원칙은 지키겠다는 조치였습니다. 지금은 사드 1개 포대, 즉 발사대 6기가 모두 성주 기지에 배치됐지만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구 배치가 아니라 임시 배치라고 규정하는 것 역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주의 패트리엇 포대는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 기준을 적용한다면 사드보다 더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패트리엇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보다 전자파와 소음을 훨씬 많이 방출합니다. 미군이 패트리엇을 기존 미군 기지에 들인다면야 우리 정부에 통보할 필요도 없고 미군 기지 안의 일이라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성주 기지는 미군에게 새로 공여되는 땅이기 때문에 패트리엇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안 했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드와 패트리엇에 적용하는 잣대가 딴판입니다. 패트리엇은 순수한 군사적 용도의 무기체계이고 사드는 이번 정부와 이전 정부에게 공히 '정치 무기'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박근혜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드를 이용했고, 문재인 정부는 사드에 반대하다 정권을 잡은 뒤에는 절차적 정당성과 북한의 위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엉거주춤 사드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드의 배치 과정은 낱낱이 설명하면서 패트리엇은 배치 사실조차 밝힌 적이 없습니다. 전자파와 소음이 더 강하다는데 패트리엇은 나 몰라라하는 모양새입니다.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과 지난 5월 청와대의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조사 소동을 되짚어 보건대 청와대가 성주 기지에 패트리엇이 배치된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