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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표 한 장 가격 아시는 분?

[취재파일] 우표 한 장 가격 아시는 분?
최근 젊은 후배들하고 이야기하다 우표 얘기가 나왔다. 어릴 적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내던 기억이 있던 나는 한참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친구에게, 국군 아저씨께 보냈던 편지 스토리를 들려줬다. 특히 방학이면 친구들과 선생님께 편지를 많이 보냈던 것 같은데 당시 우표 가격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우표 뒷면에 침을 발라 편지지에 붙이면 끈적끈적하게 착 하고 달라붙는데 풀보다 더 잘 붙더라는 얘기에 이르러선 비위생적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래도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최근 몇 년, 아니 상당히 오랜 기간 우표라는 걸 직접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학생 때 외국에 나가 있던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내 부족한 기억력을 믿는다면, 15년 넘게 우표를 사거나 우표를 붙인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긴 전화와 문자 메시지라는 훌륭하고 편리한 것들이 내 손안에 있는데 굳이 직접 편지지를 사서 글을 쓰고(더욱이 한 번 잘 못 쓰면 고쳐 쓰기도 쉽지 않은..) 우표를 사서 붙인 뒤 우체통에 넣는 수고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우체통
'어떤 표현을 쓸까, 줄은 여기서 바꿔 써야 하나, 철자법은 이게 맞나..' 고민 고민 끝에 꾹꾹 눌러 쓰던 편지에 대한 향수가 절로 나는 건 아무래도 계절 탓인가 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맘때 많이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인의 시 '가을 편지'에 작곡가 김민기가 곡을 써 만든 노래.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나는 원곡을 불렀던 샹송 가수 최양숙의 '가을 편지'가 좋다. 성악을 했던 탓인지 발성에서 묻어 나오는 분위기가 가을에 가장 잘 맞는 느낌이랄까.

손편지의 개수는 따로 통계를 잡지 않아 정확한 숫자가 나오진 않지만, 손편지를 포함해 우표를 붙여 보내는 일반우편물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02년 52억 통이던 우편물은 2013년에 39억 통으로 떨어지더니 작년엔 33억 통으로 줄었다. 이 일반우편물 33억 통이란 수치는 통신사나 은행에서 매달 보내는 고지서 등이 포함된 수치이니 그 가운데서도 손편지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일거다. 34년째 집배원 일을 하고 계시는 이세규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나오기는 나옵니다. 근데 이제 옛날같이 많지는 않아서 그렇죠. 군대간 아들한테 편지를 쓴다든가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직접 써서 모임 안내장이라든가 그걸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오기는 나옵니다 가끔.."
[취재파일] 우표 한 장 가격 아시는 분?
우편물량이 줄다 보니 우체통도 덩달아 줄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던 그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는거다. 1993년 전국에 5만7,599개였던 우체통은 계속 줄어 지난해엔 1만 4,026개만 남은 상태다.  해마다 우체통 1800개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정겨운 우체통을 왜 없애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통에 들어 있는 편지가 하루 3통 미만인 경우가 석 달 이상 지속될 때' 우체통은 철거 대상이 된다는 기준이 있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다고 한다.

이러다 언젠가는 빨간 우체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 또 빨간 우체통 속에 담겨진 옛 정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서글프다. 참 처음에 우표 값 얘기를 했었지. 요즘 우표 값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인정하긴 싫지만 열이면 여덟, 아홉은 모르지 않을까. 관심이 없다 보니 나 역시도 우표 값이 330원이란 걸 전혀 몰랐었다. 오늘은 우표를 사러 우체국에 들러 그리운 은사님께 편지 한장 띄우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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