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해보니 최근 몇 년, 아니 상당히 오랜 기간 우표라는 걸 직접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대학생 때 외국에 나가 있던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내 부족한 기억력을 믿는다면, 15년 넘게 우표를 사거나 우표를 붙인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긴 전화와 문자 메시지라는 훌륭하고 편리한 것들이 내 손안에 있는데 굳이 직접 편지지를 사서 글을 쓰고(더욱이 한 번 잘 못 쓰면 고쳐 쓰기도 쉽지 않은..) 우표를 사서 붙인 뒤 우체통에 넣는 수고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손편지의 개수는 따로 통계를 잡지 않아 정확한 숫자가 나오진 않지만, 손편지를 포함해 우표를 붙여 보내는 일반우편물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02년 52억 통이던 우편물은 2013년에 39억 통으로 떨어지더니 작년엔 33억 통으로 줄었다. 이 일반우편물 33억 통이란 수치는 통신사나 은행에서 매달 보내는 고지서 등이 포함된 수치이니 그 가운데서도 손편지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일거다. 34년째 집배원 일을 하고 계시는 이세규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나오기는 나옵니다. 근데 이제 옛날같이 많지는 않아서 그렇죠. 군대간 아들한테 편지를 쓴다든가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직접 써서 모임 안내장이라든가 그걸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오기는 나옵니다 가끔.."
이러다 언젠가는 빨간 우체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 또 빨간 우체통 속에 담겨진 옛 정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서글프다. 참 처음에 우표 값 얘기를 했었지. 요즘 우표 값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인정하긴 싫지만 열이면 여덟, 아홉은 모르지 않을까. 관심이 없다 보니 나 역시도 우표 값이 330원이란 걸 전혀 몰랐었다. 오늘은 우표를 사러 우체국에 들러 그리운 은사님께 편지 한장 띄우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