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5·18 전투기 조종사 “광주 공습설, 소문·정황일 뿐 지시는 없었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9.28 15:32 수정 2017.09.28 15:38 조회 재생수3,457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5·18 전투기 조종사 “광주 공습설, 소문·정황일 뿐 지시는 없었다”
지난 8월 21일과 22일 JTBC는 1980년 5·18 당시 공군 전투기들이 광주를 폭격하기 위해 출격 준비를 했다는 의혹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JTBC 보도의 요지는 “80년 5월 21일~22일 공군의 수원 제 10 전투비행단 전체에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고 F-5 전투기에 공대지 무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전직 전투기 조종사들이 “10년 넘게 전투기 조종사를 하면서 공대지 실무장은 그 날이 유일했다”, “동료들과 광주 지도를 봤다”고 JTBC에 증언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5·18 출격 대기는 의혹을 넘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취재파일] 5·18 전투기 조종사 “광주 공습설, 소문·정황일 뿐 지시는 없었다”문재인 대통령은 JTBC의 연속 보도 다음 날인 8월 23일 광주 출격 대기 의혹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라고 군에 지시해 JTBC의 보도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런데 JTBC의 보도는 이전까지의 의혹과 소문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JTBC 보도들은 공군 전투기들이 광주를 공습하기 위해 출격 대기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JTBC 인터뷰에 응한 전직 전투기 조종사들 중 광주를 특정해 출격 대기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5·18 때 전투기를 조종했던 다른 예비역 조종사들 가운데 제가 직접 접촉한 사람들도 “광주 출격 대기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JTBC와 인터뷰했던 한 예비역 조종사는 “정황 상, 느낌으로, 소문으로 추정만 했을 뿐 광주 출격 대기 지시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5·18 때 전투기 조종사들이었던 사람들이 말하는 팩트는 “지시는 없었고 조종사들 사이의 입소문 만으로 광주 출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입니다. 광주 공습설의 진앙(震央)들조차 소문으로, 정황 상 광주로 가는 줄 알았다면 광주 공습설은 허구에 가까워 지는 것입니다. 

● “광주 출격은 정황 상, 느낌으로, 소문으로 알았다”

8월 22일 JTBC와 전화 인터뷰를 한 인물은 예비역 공군 소장 김 모 씨입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예비역들의 모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김 소장은 장영달 전 의원의 주선으로 JTBC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JTBC는 “5ㆍ18 당시 사천 훈련비행단 조종 학생으로 있으면서 역시 광주를 상대로 한 폭격에 대비했다는 증언입니다”라고 광주 출격 대기를 단정하면서 그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광주 출격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습니다. 그는 저와의 통화에서 “문서로나, 지시를 직접 들은 바는 전혀 없다”, “광주사태가 났기 때문에 정황 상, 소문 상 그렇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소장은 “알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 모 예비역 소장 인터뷰*
Q : 광주 지역으로 작전 지역이 그렇다는 것은 그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잖아요.
A  : 문서로나 지시를 직접 들은 바는 전혀 없습니다. 그때 소문으로 그렇게만. 여기서 광주사태가 났기 때문에 당시. 이때 그거 아니면 뭐가 있겠느냐 다들 그렇게만 알고 있었고. 정황 상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제 입으로 광주 폭격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고요. 말이 너무 세잖아요. 광주 폭격 그러니까. 앵커가 그런 말씀 하셔가지고 그때 정황 상, 소문 상 이렇게만 말씀을 드린 겁니다.
Q : 공대지 무장을 하고 대기를 한다는 것에서 어디로 간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고요?
A :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입장은, 소위나 교관들이 알 수 있는 입장은 아니고. 비행기 안에 대기한 것도 아니고요. 무장만 한 상태로 있다가 금방 해제가 됐습니다.

JTBC가 접촉한 80년 제 10 전투비행단 101대대의 F-5 조종사들은 “10 전투비행단은 평시에도 무장하고 대기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5·18 때의 기억을 할 수 없다”, “너무 오래 돼서 지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5·18 때의 공군 작전사령관과 101대대 대대장도 “상부로부터 광주 출격 대기 지시를 받은 적도,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80년에 101 대대에 근무했던 한 예비역 장군은 “대한민국 전투기 조종사가 후방 지역을 폭격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101대대 전투기 조종사 A씨 인터뷰*
A : 수원이, 아시겠지만 전투비행단 중에서는 제1선이거든요. 평시에도 갑종 대기상태를 유지해요. 전력의 85%를 대기하는... 무장하고 대기하는 사례들이 참 많았어요. 기억을 명확하게 복기할 수가(없습니다)... 하도 많으니까...


● “광주 지도를 보았다” vs “출격 지역 지도는 그렇게 지급되지 않는다”

JTBC의 8월 21일 보도에서 광주 공습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묵직한 팩트는 일부 조종사들이 광주 지도를 펴 봤다는 진술입니다. 하지만 광주 지도를 봤다는 주장을 한 전직 전투기 조종사 역시 광주로 갈 것이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JTBC 취재진에게 문의했더니 JTBC 기자는 “그 조종사도 구두로도 문서로도 광주 출격 대기 지시를 받지는 못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그 조종사는 출격 대기 중에 동료들과 광주 지도를 사무실 캐비닛에서 꺼내 본 기억을 광주 출격 대기의 증거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공군 조종사들은 출격하는 장소의 지도를 사무실 캐비닛에서 꺼내 보지 않습니다. 공군 전현직 조종사들은 “출격을 하려면 출격 지역으로 진입하는 경로, 빠져나오는 경로, 출격 지역의 상세 지도, 암구호, 호출부호 등으로 구성된 여러 장의 문서를 받는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 전직 전투기 조종사는 “조종사들이 대기하는 사무실의 캐비닛에 있는 지도를 보고 출격하는 일은 2차 대전 때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JTBC에 광주 지도 목격 증언을 한 조종사와 한솥밥을 먹은 한 조종사는 “광주로 출격하려고 캐비닛에서 광주 지도를 꺼내 봤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전 101대대 전투기 조종사 B씨 인터뷰*
Q : 광주 지도를 깔았다는 거예요. 그때 보여줬다는 거예요.
A : 그거는 전혀 사실무근한 얘기예요.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전혀 잘못 전파된 얘기이고. 대한민국 전투 조종사가 후방 지역에 폭격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얘기입니다.


● 공대지 실무장과 광주 출격 대기는 관계가 없다

JTBC는 “5·18 때 수원 제 10전투비행단과 사천 훈련비행단의 항공기들이 500파운드 폭탄으로 공대지 실무장을 했고 공대지 무장은 북한군의 도발과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닙니다. 전투기의 공대지 무장은 북한군의 도발을 물리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군 전투기는 북한군이 하늘로 도발하면 공대공으로 잡고, 육지나 바다로 도발하면 공대지 폭탄과 미사일로 응수합니다.

경기도 포천 승진 과학화 사격장에서 매년 실시되는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는 지금도 F-5, F-4가 KF-16, F-15K와 함께 공대지 폭탄을 투하합니다.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무력 시위로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서 한반도로 출격한 미 해병대의 F-35 전투기도 공대지 폭격 훈련을 했습니다. 이런 폭격이 후방의 시위 진압을 위한 훈련일까요? 80년이나 지금이나 공군 전투기 실무장 훈련의 절반은 공대지입니다.

“5·18 때 전투기들이 공대지 무장을 했다는 것은 광주 폭격 준비의 명백한 증거”라는 JTBC의 주장은 잘못됐습니다. 당시 수원 101대대의 전투기 조종사는 “5·18 때 공대지 무장은 북한 도발에 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101대대 전투기 조종사 B씨 인터뷰*
A : 전투기 조종사가 평시에 어떤 유사시를 대비하거나 북의 국지도발을 대비하기 위해서 무장을 당연히 하죠. 그건 북을 향해서 한거지, 남쪽을 향해서 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공군이 80년 전두환 신군부와 함께 광주 공습을 계획했다면 공군 역시 큰 죄인이 됩니다. 전두환 신군부 안에서 또는 전두환과 당시 공군 참모총장 사이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보도와 관련된 내용들만으로는 광주 공습설은 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정황과 추측 만으로 사실 확인이 끝난 것처럼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기록 조작5·18 관련해서는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이 많습니다. SBS도 광주항쟁 당시 헬기 투입과 사격 논란과 관련해서 군이 관련 자료를 조작하거나 폐기한 사실 등을 밝혀냈는데, 언론으로서는 당연히 한 조각의 사실이라도 더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추측과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광주 항쟁의 진실을 밝히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이미 확인된 광주항쟁 관련 사실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중요하고, 잘못된 주장이 있다면 과감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니 당시의 더 정확한 상황이 분명한 기록 등을 통해 조속히 밝혀져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김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