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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형병원, 잠복 결핵 관리 엉망인가?

대형병원 잠복 결핵 보도에 대한 팩트 체크

[취재파일] 대형병원, 잠복 결핵 관리 엉망인가?
지난 20일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 대형병원 ‘잠복 결핵’ 관리 엉망, 의료진 수백 명씩 ‘양성’ 첫 확인 (☞ 기사 바로보기) ]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국내 5대 대형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잠복 결핵 검사의 중간 결과를 단독 보도했다. ‘환자와 접촉이 잦은 의료인들의 결핵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검사가 이루어졌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527명, 검사 대상의 28%가 잠복 결핵 양성판정을 받았고, 서울대병원은 20%, 서울아산병원은 13%가 잠복 결핵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보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최도자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했으며, 해당 보도에는 "5대 병원의 잠복 결핵 양성자가 많고 실제 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검진과 치료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라는 최의원의 인터뷰가 반영됐다. 최도자 의원실에서는 KBS 보도 직후,‘의료기관 종사자의 잠복결핵 감염 심각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이후 23개 이상의 매체에서 대형병원의 심각한 잠복 결핵 양성률과 엉터리 관리 실태를 보도했다. 특히 헬스조선에서는 후속 취재를 통해 [높은 잠복결핵 양성률보다 위험한 빅 5병원의 대응 (☞ 기사 바로보기)]이라는 심층 기사를 실었다. 이 보도에서는 해당 대형 병원들이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병원 내부 지침이 있지만, 실제 이들에 대한 추적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도자 의원실 관계자의 말을 빌어 “현재 결핵관리법에서는 검진에서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 치료를 받는 것은 해당 의료종사자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 보도와 최도자 의원실의 국감자료와 다른 방향으로 보도한 매체는 딱 하나 있었다. 라포르시안은 ['5대 병원 잠복결핵 관리 엉망' 지적한 기사·국감자료가 황당한 이유 (☞ 기사 바로보기)]라는 기사에서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이 5대 병원에서 유난히 높다거나 관리가 엉망이라고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6월 공개한 집단시설 종사자 대상 잠복결핵검진 추진 중간결과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어린이집은 4만3,551명이 검진을 받았는데 9,116명, 20.9%가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고, 사회복지시설은 2만3,276명이 검진을 받았는데, 6,926명, 29.8%가 잠복결핵으로 진단됐다는 것이다. 잠복결핵 감염 검진이 의무화 된 집단시설 종사자의 양성률은 평균 21.4%였다. 또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에서 일반인 731명을 대상으로 한 잠복결핵 검사에서 양성률이 36.8%로 나타난 것도 예를 들었다. 대형병원 의료인의 잠복 결핵 양성률이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 그리고 일반인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 팩트 체크 1. 대형병원 의료진의 잠복 결핵 양성률, 높은가?

우리나라 결핵 환자는 조금씩 줄고 있다. 지난 2011년 인구 십만 명당 100명이었는데 지난 2015년엔 80명으로 연평균 6.3% 감소했다. 결핵 사망자도 지난 2011년엔 10만 명당 6명이었는데, 2015년에는 5명으로 소폭이지만 줄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아진 결과를 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결핵 유병률은 8배, 결핵 사망자 비율도 5배나 높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결핵 1위 국가이다. (☞ 관련자료 보기)

그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높은 잠복 결핵 감염률을 꼽을 수 있다. 결핵 잠복 감염이란 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왔지만,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잠복 감염자에게 결핵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염 시키지도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잠복 결핵 감염자를 발견 하기 위해 검진하거나, 우연히 발견됐다 하더라도 치료하지는 않아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학계는 판단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결핵환자 신고 현황 연보’ (☞ 관련자료 보기)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복 결핵 감염자 수는 전체 인구의 1/3인 1천 5백만 명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잠복 결핵 감염자가 실제 활동성 결핵 환자로 악화될 확률은 평생 10% 정도 되는데, 1천 500만 명의 10%는 150만 명이다. 현재 해마다 3만 명씩 발생하는 활동성 결핵환자의 비율을 적용하면 50년 동안의 결핵 환자 수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은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보고 됐고, 그 이후 대한민국 잠복결핵 감염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진행됐다. 논란이 있었다. 잠복 결핵을 질병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검사와 치료를 강제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한 토론 과정을 거쳐, 활동성 결핵 환자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잠복 결핵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2014년 1월 28일, 잠복 결핵 환자도 관리할 수 있도록 결핵예방법이 개정되었다.  (☞ 관련자료 보기)

이에 따라 ‘결핵안심국가실행계획’ 이 만들어졌고, 올해부터 집단시설 종사자 약 120만 명 (의료기관·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시설 종사자 38만 명, 병역판정검사대상자 34만 명, 재소자 및 학교 밖 청소년 5만 명, 고1 32만 명)에 대해 잠복결핵감염 검진에 대한 검진이 시작된 것이다. <2017년 9월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 2기 결핵관리 종합계획 26페이지>.

국내 잠복 결핵 환자의 비율은 33%, 1천 5백만 명은 국가 기관이 조사한 추정치이며, 이 추정치가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됐고,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잠복 결핵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이번 대형병원 의료진의 잠복결핵 감염률은 이에 못 미친다. 또 중간결과이기는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시설보다도 낮다. 대형병원의 잠복결핵 감염률이 더 높다고 말하는 건 적어도 현재까지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핵, 엑스레이
● 팩트 체크 2. 대형병원 잠복 결핵 관리, 엉망인가?

앞서 언급했지만, 잠복 결핵에 대해 검사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었다.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이다. 국가가 강제로 진행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 결핵예방법 문구에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결핵환자등과 잠복결핵감염자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결핵 치료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완곡하게 기술 돼 있다. 2016년 2월 질병관리본부는 결핵예방법에 근거해 의료기관 결핵관리에 대한 별도의 관리 지침서를 작성해 배포했다.

잠복결핵감염 양성 판정자에 대해 반드시 치료해야 할 경우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는데, ①주기적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된 경우 또는 ②최근 2년 이내 결핵환자와 접촉력(활동성 결핵환자와 밀폐된 공간에서 연속 8시간 (누적 40시간) 이상 함께 있는 것)이 있으면서 잠복결핵감염 검사에서 양성인 경우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잠복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인이 주기적인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된 경우에 해당할 수 없다. 또 결핵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국가결핵관리지침’>에 따라 검사 대상자로 선정되면 결핵검사를 받는 등 국가의 관리 내에 있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까지 처벌받은 의료인은 없다. 결국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하는 잠복결핵 양성 의료인이 치료받지 않고 있다는, 즉 관리가 엉망이라는 단 하나의 사례조차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잠복 결핵에 양성이더라도 ① 과거 결핵 치료력 없이 ‘자연 치유된 결핵 병변’에 해당하는 경우와 ②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 잠복결핵감염 검사 양성자는 기관에 따라 치료를 고려하는 권고 대상자일 뿐이다. 치료를 받거나, ①결핵예방교육을 받고, ②결핵 관련 증상 발생 시 결핵 검사를 받으며?③정기적 결핵증상 모니터링을 받으면 된다. <의료기관 결핵관리 안내 2016년 2월 질병관리본부 12, 13페이지. 서울아산병원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를 진료하는 중환자실·응급실·신생아실·호흡기내과 등의 의료진은 치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잠복 결핵 양성 판정자에 대해 대형병원이 법과 규칙을 어기고 관리를 엉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이지 않는다.

● 팩트체크 3. 잠복결핵 관리 법안, 허술한가?

잠복 결핵 양성 판정자 모두에 대해 강제로 치료를 받게 하는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을 두고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최도자 의원은 말했다. 잠복결핵을 낮추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하나의 타당한 견해라 할 수 있지만 감염 병은 국제 기준을 살펴야 한다. 감염 병은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2000년 대부터 세계 여러 나라는 국제 기구를 통해 규칙을 맞추고 있다. WHO에서 독감 환자에 강제 치료 조항이 없는데 우리나라만 강제 규정을 만들 수 없거니와 반대로 국제 사회에서 격리 규정이 만들어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에 대해 우리나라만 관용을 베풀 수 없다. 잠복결핵환자 관립 법에 사각지대가 있는지를 따져보려면 국제 기준을 검토해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잠복결핵 양성자 중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를 10가지로 제시했다. 에이즈 환자, 투석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의료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최근 활동성 결핵환자에게 접촉했다면 치료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 관련자료 보기)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는 잠복결핵 양성반응의 강도에 따라 치료 대상을 분류했다. 에이즈 환자, 장기 이식 대기자는 약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잠복 결핵에 강한 양성 반응 (a positive IGRA result or a TST reaction of 10 or more millimeters)이 나왔더라도 치료 의무 대상은 다섯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병원, 보육시설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을 상대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세 번째로 명시돼 있다.  (☞ 관련자료 보기). 우리나라보다 결핵 유병률이 매우 낮은 나라임에도 의료인의 잠복 결핵 치료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정을 만들었다.

세계보건기구 규정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잠복 결핵 관리 법안에 사각 지대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규정을 들이대면 사각지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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