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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귀한 몸 '송이버섯'…소나무 뿌리에 '더부살이'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7.09.21 15:22 조회 재생수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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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귀한 몸 송이버섯…소나무 뿌리에 더부살이
송이버섯은 은은한 솔향과 식감, 삿갓 머리 모양으로 가을 버섯 중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산에서 바로 딴것을 가볍게 뿌리만 손질한 뒤 얇게 썰어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고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소고기 무국이나 미역국에 넣기도 하고, 잔치국수 고명으로 얹어 주던 어머니의 손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강원도 양양과 충북 괴산, 경북 상주, 문경 쪽이 주산지이지만 기상여건에 민감해 귀한 대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1kg에 수 십만 원을 호가하다 보니 일반인들 밥상에 오르기는 너무 먼 존재였다. 관련 사진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송이버섯 인공재배의 길을 열었다. 2천년 초부터 연구를 시작해 16년 여 만에 성공했다. 송이재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준다. 연구팀은 송이와 소나무의 공생 관계에 주목했다. 송이버섯 균은 소나무 뿌리에 붙어 더부살이를 한다. 송이는 소나무가 광합성 작용으로 만든 포도당을 먹으며 살아간다. 송이는 기주식물인 소나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만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 솔숲 중에도 송이가 자라는 곳과 자라지 않는 곳이 구별되는 이유다.관련 사진인공재배기술의 시작은 송이버섯 균 감염 묘 생산이다. 어린 소나무 묘목을 송이가 자라는 솔숲에 심어 2년간 송이 균이 묘목 뿌리에 침입하도록 유도해 만든다. 송이버섯 균에 감염된 묘목은 송이가 없는 솔밭에 옮겨 심고, 2년 뒤쯤 묘목 뿌리에 송이 균이 생존해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지난 2천1년쯤 강원도 양양과 홍천 시험림에 8백 그루의 묘목을 심었고, 이 가운데 송이 균에 감염된 1백50그루를 소나무 숲에 옮겨 심었다. 지난 2천6년 확인결과 송이 균이 생존해있는 나무는 31그루였다. 이 나무들 가운데 한그루에서 지난 2천10년 10월 송이버섯 1개가 처음으로 자랐다. 그 뒤 7년만인 최근 송이버섯 3개가 잇따라 흙과 솔잎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관련 사진세계 여러 나라에서 송이 인공재배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1970년대 초 연구를 시작한 일본은 1983년 히로시마 임업시험장에서 송이 감염 묘를 이용해 1개의 버섯을 생산한 게 전부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1만 그루의 송이 감염 묘를  만들었으나 아직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고 한다. 관련 사진송이 인공재배기술은 오랜 시간과의 싸움이다. 송이버섯 균 감염 묘를 생산하는 데 2년이 걸리고, 묘목을 옮겨 심은 뒤 버섯 균 생존 확인을 거쳐 처음으로 버섯이 나는 데까지 최소 6년 6개월에서 13년 5개월이 필요했다. 대략 8년에서 15년 정도 걸려야 성공을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성공하면 고생한 만큼 결과가 뒤따른다. 국립산림과학원 화학미생물과 가강현 박사는 “한번 송이 균이 정착해 버섯이 발생하면 30년 이상 송이채취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상업적 재배가 가능한 수준으로 송이 발생률을 높이는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송이는 세계적으로 연간 2천 톤에서 4천 톤이 생산돼 시장규모가 4천억에서 8천억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생산량은 감소추세에 있다. 적당한 수분과 선선한 기온이 송이가 자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최근 이상고온현상 등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높아진 하늘아래 아침저녁으로 찬기를 느낄 만큼 일교차가 심한 가을, 황금 빛 들에는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송이가 전해온 희소식이 입맛을 돋운다. 언젠가 아주 특별한 가을 밥상을 그려본다. 숲과 물, 공기의 건강을 지켜줘야 그날이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