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위에서 선배가 말씀하신 ‘군함도’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군함도’는 개봉 당일 2,027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갖고 있던 전국 스크린 수 1,991개의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던 관객들은 매우 화가 났거나 최소한 실망했겠죠. 당시에는 ‘덩케르크’의 관객들이 그랬을 겁니다. ‘군함도’가 개봉하기 전까지 ‘덩케르크’는 전국에서 하루 평균 7,157회 상영됐습니다. 하지만 6일 뒤 ‘군함도’가 개봉하자 그 주에는 평균 2,011회로 뚝 떨어졌습니다. 10,418회 상영된 ‘군함도’와는 5배 정도나 차이가 납니다.
7. 1년이면 30일은 ‘좌석 독과점’
이렇게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4년 전인 2013년에는 ‘일간 1위 영화’(당일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가 전체 좌석 중 60%이상을 차지하는 ‘좌석 독과점’이 발생한 날이 6일에 불과했습니다. 이 수치가 2015년에는 14일로 늘어나더니, 작년에는 30일로 급증했습니다. 1년이면 한 달은 특정 영화가 60% 이상의 좌석을 점유하는 겁니다. 올해도 8월 2일 기준 이 같은 ‘좌석 독과점’에 이른 날이 전체 217일 중 18일로(365일로 치면 30일) 작년과 사정이 비슷합니다. ‘잘 나가는’ 또는 (내가 만들고, 배급하고, 상영하기 때문에) ‘잘 나가야만 하는’ 영화의 좌석 독과점이 심해지면서 피해를 보는 쪽은 관객입니다. 여전히 ‘덩케르크’를 보고 싶은 관객이 많지만 손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영화는 ‘군함도’로 제한된 것처럼 관객들의 선택권이 침해 받는 일이 잦아지는 거죠. 뭔가 천만 영화의 비밀에 조금 다가선 것 같은 느낌이 드시나요?
우리는 또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들이 확보한 스크린 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과거에는 흥행 영화가 차지했던 스크린수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연도별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2009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1,154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흥행영화라 할지라도 평균 541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흥행영화 중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영화의 비율이 증가합니다. 2012년에는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한 흥행영화의 60%(5편 중 3편)가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더니 2014년 63%(8편 중 5편), 2015년 92%(12편 중 11편), 2016년 90%(10편 중 9편), 그리고 올해는 500만 이상을 동원한 7편(택시운전사, 공조, 스파이더맨:홈 커밍, 군함도, 청년경찰, 더 킹, 미녀와 야수) 모두 1,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것이 흥행영화로 가기 위한 일종의 필수조건이 된 것입니다.
9. ‘초반 싹쓸이’와 ‘치고 빠지기’가 대세?
우리는 이번에는 연도별 천만 영화 돌파에 걸린 시간의 추이도 분석해봤습니다. 2005년 ‘왕의 남자’는 66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2006~2014년까지 약 9년 동안에는 30일 대를 오르내리다가 2015년(‘베테랑’)에 천만 관객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30일 이내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부산행’)와 올해 (‘택시운전사’)는 19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천만 관객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요? 이미 설명 드렸습니다. 개봉 초기에 엄청난 수의 스크린 수를 동원하면서 ‘초반 싹쓸이’하는 전략 (전문용어로 ‘와이드 릴리즈’라고 부릅니다)을 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