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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천만 영화의 '불편한 진실' ①

이주형 기자 joolee@sbs.co.kr

작성 2017.09.22 09:05 수정 2017.09.22 09:18 조회 재생수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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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두 사람은 세대는 다르지만 청소년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안정효의 소설에 등장하는 ‘헐리우드 키드’ 까지는 아니었어도, <스크린>과 <로드쇼>같은 영화잡지를 꾸준히 구독하고(이주형) 심야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라디오에서 청취하며(안혜민) 처음에는 오락, 액션 영화에서 나중에는 예술 영화까지 차츰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영화들로 ‘감상 필르모그래피’를 넓혀갔습니다.

70년대생인 저의 학창 시절에는 장안의 화제작이라 해도 개봉관 한 곳에서만 그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람보2>는 종로3가의 피카디리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고 <다이하드>는 단성사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없었던 시절, 모든 극장에는 서로 다른 영화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한 영화를 시작하면 웬만하면 오랫동안 상영했습니다. ‘서편제’는 단성사에서 93년 4월10일 개봉해 10월22일 종영할 때까지 무려 194일 동안 상영됐습니다.

“90년대생인 안혜민 씨 때는 어땠어?”

“선배 때와는 달리 같은 영화를 어디서 볼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IMAX 포맷의 영화를 더 잘 보기 위해서 IMAX 전용관이 갖춰진 영화관을 선택하고, 음악이 중요한 영화를 위해서는 사운드 특화관을 찾는 것처럼요.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오면서 영화관을 선택할 기회는 늘어났지만 영화를 선택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어느 영화관에 가더라도 모두 같은 영화를 걸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2.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저는 오락영화든 예술 영화든 스타일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혜민은 색깔이 뚜렷한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취향이야 어떻든 우리는 일정 규모 이상의 관객들이 찾는 한, 어떤 영화가 좀 더 많은 스크린에서 꾸준히 상영되길 희망합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하루 이틀만 방심하면 보려고 점 찍어뒀던 영화는 막을 내린 뒤입니다. (저는 영화를 가급적 극장에서 봅니다) 이런 현실은 -반론도 있지만- 한국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수직계열화’란, 영화를 만들고(투자사•제작사), 극장에 배포하고(배급사), 상영하는(극장) 것까지 한 기업에서 다 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만든 영화일수록 내 극장에서는 더 많이, 오래 걸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겁니다.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요.

3. 최근 개봉했던 영화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으로 영화 팬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 전국의 스크린수가 사상 최초로 2000개를 넘어섰습니다. 그날 전국에 있는 모든 스크린의 전체 상영횟수 중 55%가 ‘군함도’였습니다. 7월26일 ‘군함도’ 개봉 당일 부산 서면에 있는 CGV대한의 상영시간표를 한번 보지요. 27회차 중 단 1회차만 ‘수퍼배드3’에 배정됐을 뿐 나머지 26회차는 모조리 ‘군함도’를 상영했습니다. 이러면 그 지역 사람들이 근처에서 편하게 볼 영화가 사실상 ‘군함도’ 밖에 없을 것입니다. ‘군함도’는 CJ계열사가 투자, 배급(CJ E&M), 상영(CJ CGV)까지 맡아 ‘수직계열화’한 영화입니다.
[마부작침] 천만 영화의 비밀_군함도 개봉 당시 부산 cgv대한 상영시간표4. 물론 ‘군함도’ 개봉일에는 CJ와 더불어 영화시장 3대 과점 기업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각각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동원해 관객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을 거들었습니다. 이 사실은 수직계열화가 스크린 독과점 현상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방증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군함도’ 논란은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화산업에서의 대기업 규제 움직임에 새로운 불쏘시개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은 문화부장관이 된 도종환, 안철수 의원 등은 지난해 10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영비법 개정안)을 내서 대기업이 영화 상영업과 배급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자고 발의했습니다.

5. 한국영화산업에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대해서는 몇몇 논문이 나와있습니다. 결론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경제학자들) 수직계열화가 다양한 영화 상영과 관람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과 ‘과학적으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라는 주장이 엇갈립니다. 언론은 대체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비판하는 쪽이죠. 하지만 최신 통계에 바탕 한 논문이나 구체적인 분석 기사는 아직 없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2014년 12월22일 이후 ‘멀티체인별 상영 현황’이라는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영화산업에서 독과점 현상이 심화한 최근 3년 간의 최신 통계를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극장은 과거보다 수십 배 이상 많아졌는데 보고 싶은 영화는 보기 더 힘들어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갖게 된 영화 팬으로서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최근 블록버스터의 기준이 되다시피 한 ‘천만 영화’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됐습니다. 안혜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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