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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로켓맨'…적 깎아내리는 트럼프의 '별명의 기술'

'김정은은 로켓맨'…적 깎아내리는 트럼프의 '별명의 기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로켓맨'(Rocket Man)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을 계기로 촌철살인과 같은 그의 '별명의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전하면서 "로켓맨은 어떻게 지내는지 (문 대통령에게) 물어봤다"고 적었습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단지 알파벳 아홉 글자로 대통령은 김정은을 조롱하고 북한 정권의 미사일 무기를 하찮게 만들었으며, 엘튼 존의 유명한 노래 가사를 떠올리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로켓맨이라는 별명은 세계적인 팝스타 엘튼 존이 1972년 발표한 동명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자, 김 위원장의 반복되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비아냥거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공격은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시발점은 2012년 대선 당시 트위터를 통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성향을 보였던 NBC 방송의 진행자 척 토드를 "졸린 눈의 척 토드"(Chuck "Sleepy Eyes" Todd)라고 부른 것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올해 4월에도 트위터를 통해 토드를 '졸린 눈'이라고 부르며 그의 '러시아 스캔들' 보도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정치권 내에서도 다수의 정적을 깎아내리는 식의 별명을 붙여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3월 열린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맞수였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꼬마 마코"(Little Marco)라고 부르며 제압한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꼬마' 외에 '경량급'(lightweight)이라는 별명을 추가해 지명도가 낮다는 루비오 의원의 약점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이로부터 2주도 안 돼 루비오 의원이 후보직에서 물러나자 새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상대로는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본선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선 초반 "무능력한 힐러리"(Incompetent Hillary)라는 다소 투박한 별명 공세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2주 후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정직한(삐뚤어진) 힐러리"(Crooked Hillary)는 새 별명을 붙여 상대방의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을 부각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에도 별명을 통한 공격을 잊지 않았다.

"망해가는 뉴욕타임스"(Failing New York Times)나 "아마존 워싱턴포스트"(Amazon Washington Post·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의 사주라는 점을 언급한 표현)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이한 점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치 제3자를 언급하는 것처럼 별명을 붙인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이 가까워져 오자 트위터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 한 글자로 줄여 "T에게 투표하세요"(Vote T)라는 표현을 즐겨 썼습니다.

트럼프의 별명 짓기 사례들을 분석한 학자들은 그가 천재적이거나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P는 보도했습니다.

심리학 전문지 '사이컬러지 투데이'의 한 기고자는 이런 경향을 다른 사람을 좋은 아니면 나쁜 대상으로 단순화하려는 트럼프의 충동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위스콘신대의 한 커뮤니케이션 학자는 지난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트럼프의 별명 공격과 관련해 "적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접두사처럼 붙여 상대방의 스캔들과 골칫거리를 동시에 언급하게 하는 교활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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