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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타우러스 vs SM-3…국방개혁의 바로미터는?

[취재파일] 타우러스 vs SM-3…국방개혁의 바로미터는?
얼마 전 송영무 국방장관이 사드 임시배치 대국민 담화를 하며 적 미사일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SM-3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2020년대 중후반에 건조하는 차기 이지스함 3척에 SM-3를 무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입니다. 며칠 뒤 공군은 사거리 500km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의 첫 실사격에 성공했습니다. 타우러스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타격 수단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SM-3는 북한 미사일을 막아내는 방어 체계이고 타우러스는 북한 미사일이 지상에서 떠오르기 전에 타격하는 공격 체계로 둘 다 요긴한 무기들입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전쟁, 특히 핵미사일에 올인하는 북한과의 일전을 떠올리면 장관의 언급은 섣불렀고 타우러스의 존재는 부각됩니다.

아무리 빨라도 SM-3는 2020년대 중반 차기 이지스함 1번 함이 건조될 때까지는 그림의 떡입니다. 아예 같은 성능의 요격 체계인 지상 기반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를 지금 사들여 곧바로 실전 배치하는 편이 북한 미사일과의 싸움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타우러스 같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증강은 전력 공백이 점점 심각해지는 공군에게 대북 공격 능력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속하게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입니다. 북한 미사일과 싸워 이기도록 군을 개혁할 생각이 있다면 송 장관은 모군인 해군을 버리고 당장 필요한 대북 전력을 증강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합니다.
이지스 어쇼어 개념도
● 통일 후에 외쳐도 늦지 않을 '대양 해군'

우리 해군은 '대양 해군'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5대양을 누비겠다는 꿈입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북한 해군과 대양으로 나아가 싸울 일이 없습니다. 수심 얕은 서해와 남해, 고작해야 동해 먼바다에서 북한 해군의 중소형 함정과 맞붙게 됩니다. 연근해 해군이면 족합니다.

차기 이지스함에 SM-3 달까, SM-6 달까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연근해 해군에게 이지스함은 사치입니다. 건조를 시작도 안 했으니 차기 이지스함 짓지 말고 SM-3와 똑같은 성능의 지상 기반 이지스 어쇼어를 곧바로 도입해서 당장 한반도를 360도 방어하는 쪽이 훨씬 방위력 증강에 도움이 됩니다. 동서해 옆으로 빠져있는 이지스함의 SM-3보다 육지에 있는 이지스 어쇼어가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SM-3 발사 개념도
함정 지을 돈으로는 해병대 상륙용 오스프리 같은 빠르고 수송능력 뛰어난 항공기 들이는 쪽이 낫습니다. 독도급 2번 함은 오스프리가 뜨고 내릴 수 있게 갑판도 튼튼하게 제작됐습니다. 허울만 그럴듯한 대양 해군을 좇으며 차기 이지스함을 건조하기보다는 하루바삐 대북 전투력의 실속을 강화하는 것이 북한 미사일을 잡는 첩경이고 국방개혁입니다.

차기 이지스함 건조하지 말자는 주장은 해군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입니다. 조직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차버리자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북한 미사일을 격파하는 빠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면 대승적으로 조직을 버리고 실리를 챙겨야 합니다. 청와대 국방개혁자문단의 핵심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은 해군 출신이라는 과거는 잊고 북한과 싸워 이기는 국방개혁의 책임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 장관은 국방 장관이 아니라 해군 장관 같은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공군 전력 공백, 무장 강화로 극복

공군 전력 공백이 심각합니다. 2020년부터 F-4, F-5가 무더기로 도태됩니다. 공군 주력 KF-16은 내년부터 7년간 성능개량사업을 벌이는데 연간 20대 가까이 전력에서 이탈합니다. 공군의 최강 전투기인 F-15K는 부품 동류 전환 즉 부품 돌려막기를 하며 근근이 출격 횟수를 맞추고 있습니다.

차기 전투기 F-35A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지만 완전 전력화는 2024년 이후의 일입니다. 전투기 부족분은 후년 100대를 돌파하고 킬 체인과 KAMD를 구축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2020년 중반에는 최대치에 이르게 될 전망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공군이 전작권 환수의 걸림돌이 되기 십상입니다.

지난 4월 세종연구소와 언론사들이 공동 개최한 한 안보 대회는 치열한 토론 끝에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기 위해 핵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첨단무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 수뇌부 공격을 위해 지하시설까지 공격할 수 있는 타우러스 같은 미사일을 더 들여와야 한다”며 “투발 수단인 첨단 전투기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첨단 전투기까지 추가 도입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드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공대지 미사일을 넉넉히 확보하는 일도 비용 문제가 걸리지만 전투기 도입에 비해서는 헐합니다. 노후 전투기를 억지로 수명 연장하며 붙들어두지 말고 과감히 폐기해서 조직 슬림화하고 인원 줄이면 공대지 미사일 살 돈 생깁니다. 역시 공군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입니다만 공군이 북한 미사일 잡는 강한 펀치로 거듭날 수 있다면 감내해야 합니다.

공군 전투기 중 가장 신형이지만 전투능력이 떨어지는 FA-50 60대의 전투력 강화가 시급합니다. 레이더를 비롯해 항전장비는 KF-16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현재 임무는 지상의 육군 지원이 고작입니다. 작은 전투기에 맞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있습니다.

최근 첫 실사격 영상이 공개돼 호평을 받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의 350K-2 모델은 FA-50에 탑재할 수 있습니다. F-15K에서 쏜 타우러스 350K에 비해 타우러스 350K-2는 무게가 20% 이상 가볍고 길이도 짧습니다. 사거리는 350K가 500km이고 350K-2는 400km입니다. 소형 전투기용으로 개발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입니다. FA-50에 장착하면 휴전선 이남에서 평양은 물론 북한 대부분 미사일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습니다. FA-50이 일약 킬 체인의 핵심 타격 수단으로 재탄생해 전투기 부족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톡톡히 메울 수 있습니다.
타우러스-350K와 350K-2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음속의 바늘의 끝을 다른 바늘의 끝으로 맞추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기 때문에 발사 전 북한 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 전력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고 합리적입니다. 공대공 무장도 아스람(asraam) 같은 경우 사거리가 60km 이상이어서 100km 이상 볼 수 있는 레이더를 갖춘 FA-50에 무장하면 FA-50의 공대공 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됩니다. 현재 FA-50에는 사거리가 10km도 안 되는 빈약한 공대공 무장이 달려있습니다. FA-50에 장거리 첨단 무장을 통합하면 수출도 잘 됩니다.

F-15K에 운용할 예정인 복합유도폭탄 GBU-56과 F-35A에 장착할 것으로 보이는 GBU-54 도입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관성적으로 어중간하게 전력을 증강하는 버릇을 일소하고 북한 미사일을 집중 공략할 펀치 확보에 주력할 때입니다. 북한은 오로지 미사일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 육군, 전방을 비워라

49만 명의 우리 육군은 동구권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 터키보다도 많습니다. 155마일 휴전선을 따라 장병들을 일렬로 세우고 밤낮없이 지키게 하려니 49만 명으로도 모자랍니다.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북한군은 툭하면 군사분계선 MDL을 넘어와 남쪽 비무장지대 DMZ에 목함지뢰를 파묻지만 못잡습니다.

휴전선 그러니까 MDL이 155마일, 즉 250km입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2km까지가 우리 쪽 DMZ입니다. 면적이 무려 500㎢인 데다 정글이나 다름없는 곳에 지뢰투성이입니다. 미 육군에게 이 지역을 맡겨도 북한군은 유유자적 침범하고 돌아가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일반 전초 GOP를 새롭게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GOP는 이미 그 기능을 대부분 잃었습니다. GOP의 역할은 선형(linear) 방어 체계상의 조기 경보와 북한군 남침 시 1차 방어, 북한국 국지도발과 간첩 침투 대응입니다. 조기 경보 기능은 목함지뢰 도발과 각종 귀순 사건으로 이미 무력화됐습니다. 또 한미 정찰감시 자산은 GOP보다 일찍 북한군의 동태를 잡아냅니다.

GOP의 1차 방어선 기능도 허약합니다. 북한군이 우리 군 GOP의 위치를 낱낱이 꿰고 있어서 남침 시 GOP는 북한군 장사정포의 실사격 원점 잡이용으로 전락합니다. 국지도발과 간첩 침투 대응의 기능 역시 2015년 8월 지뢰 도발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GOP는 있으나 마나입니다. ‘물 샐 틈 없는 휴전선 경계’는 군대 허언(虛言) 중 최고 허언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강화된 관측 장비와 최소한의 인원만 철책에 남기고 나머지 병력은 대폭 축소해 남쪽으로 빼는 것입니다. 대신 화력과 기동장비를 휴전선 이남에 집중 배치해 적 도발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면 됩니다.

장정들의 수도 줄어들고 복무기한도 짧아지기 때문에 휴전선을 지금처럼 인해전술로 방어할 수도 없습니다. 국방 개혁한다면 아랫돌, 윗돌 자리바꿈하는 시늉에 그치지 말고 과감하고 효과적인 대수술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해군과 공군은 북한 미사일 잡는 임무에, 육군도 북한 미사일을 노리면서 휴전선을 효과적으로 지키는 역할에 몰두해야 합니다. 적어도 군은 전투력과 하등 관계없는 조직, 밥그릇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돈과 병력을 적재적소에 써야 합니다. 그 많은 국방비로 지금까지 뭐 했냐는 타박, 이제는 지겹습니다. 국방장관이 먼저 모군인 해군을 멀리하며 솔선수범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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