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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타♥아나운서, 왜 속물이라 욕먹어야 하나

SBS뉴스

작성 2017.09.17 10:11 수정 2017.09.17 10:41 조회 재생수2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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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가 예쁘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고백한다면 누구든 축복받을 일이다. 그런데 그 젊은 남녀가 남자 스포츠스타와 여자 아나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독 여자 아나운서에게 ‘속물’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지난 13일 미국 LA다저스의 투수 류현진과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야구 아나운서로 활동중인 배지현 아나운서가 결혼을 전제로 열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두 젊은 남녀의 사랑과 당당한 열애고백을 축하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 눈살을 찌푸리는 악성 댓글들도 존재했다. 배지현 아나운서가 수백억을 버는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돈을 보고 만나는 거 아니냐는 인신공격성 댓글이었다.

류현진과 배지현 아나운서의 사랑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한 ‘예쁜 커플’이라 말했다. 류현진이 어깨수술을 하고 재활과 복귀 과정을 거치는 힘든 시기에 배지현이 큰 힘이 돼줬고, 배지현 역시 보고싶은 류현진을 만나기 위해 단 하루의 일정이라도 LA까지 날아가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고 했다. 이들의 사랑은 오히려 일반적이지 않아 더 고됐고, 그럼에도 단단하게 지켜낸 위대한 사랑이었다.

그런데도 류현진이 수백억의 사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지현이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고 있다. 이는 비단 류현진-배지현 커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결혼한 김태균-김석류, 박병호-이지윤 등 야구계 뿐만 아니라, 박지성-김민지 등 축구계 스타와 아나운서의 만남에서도 여자 아나운서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이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경기장에서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자 스포츠아나운서는 꽃같은 존재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남자 선수들이 여성 스포츠아나운서를 선망의 대상으로 본다. 반대로 여자 아나운서 역시 성실하고 듬직한 남자 선수들에게 충분히 끌릴 수 있다.

또 매일 경기가 있어 자주 마주치고, 같이 아는 지인들이 많다보니 충분히 서로 눈이 맞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의 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다. 사실 스포츠를 전문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완전히 이해해줄 배우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원정경기가 많아 전국을 떠돌아야 하고, 경기시간에 몸상태를 맞추다보니 일반인과 생활패턴도 다르다. 그러다보니 이 문제로 연애를 시작하기도, 그 만남을 지속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경기를 뛰는 선수나, 이를 방송으로 전달하는 스포츠아나운서나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런 배경을 따져봤을 때, 남자 선수와 여자 아나운서가 만나는 건 직장 내 커플, 일명 CC(Company Couple)와 비슷한 셈이다. 비슷한 근무형태에서 일하며 자주 만나다가 정들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에게 욕먹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나의 사랑이 돈 때문인 걸로 평가절하 되는 것도 모자라 속물이라 욕을 먹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분명 상상이상의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럼, 스포츠스타가 여자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직업군의 여성과 교제한다면, 욕을 먹지 않을까? 그건 또 그렇지 않다. 상대가 돈을 많이 버는 스포츠스타라면, 여자아나운서가 아닌 일반 여성과 만난다 해도 싸잡아 욕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이 아는 유명인이라서 여자아나운서를 향한 비난이 수면 위에 더 보일 뿐이다.

이런 잘못된 대중의 시선에 대해 여자 아나운서들도 억울한 마음을 밝힌 적이 있다. 수년 전 한 인터뷰에서 최희 아나운서는 "연예인과 연예인이 사귀면 사랑인 거고 일반 직장인도 사내 커플이 되면 축하할 일인데 왜 우리는 운동선수를 만나면 속물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라며 "여자 아나운서가 운동선수를 만나면 일부러 접근한 것처럼 비쳐 마치 로또 맞은 것처럼 표현하는 뉘앙스가 싫다"라고 전했다. 충분히 억울할 만한 일이다.

아나운서와 결혼한 스포츠스타들을 보면 그 어느 부부보다 깨소금을 볶으며 잘 살고 있다. 대부분이 결혼 후 아나운서 일을 그만 뒀지만, 남편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조를 잘 하며 성실하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아나운서 출신 아내들에게, 여전히 속물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사진=에이스펙코퍼레이션, 코엔스타즈 제공]

(SBS funE 강선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