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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곳…50년 만에 고향 땅 밟은 '밤섬 실향민'

공식 행사 때나 밟을 수 있는 고향…"너무 좋습니다"

<앵커>

철새들의 낙원으로 유명한 한강 밤섬에는 50년 전만 해도 사람이 살았습니다. 여의도 개발 때 어쩔 수 없이 섬을 떠났던 옛 주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가깝고도 먼 고향 밤섬을 찾았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대한뉴스 662호 : 한강주변과 여의도를 개발하는 계획에 따라 세칭 밤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이 아주 없어지게 됩니다.]

1968년 2월 10일, 지금의 서강대교 아래 한강 밤섬에 거대한 폭음이 울렸습니다. 62가구 443명이 나룻배 만들고 농사짓던 마을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섬을 폭파해 나온 석재가 여의도 개발의 기초가 됐습니다.

밤섬 옛 주민들이 고향 가는 배에 올라탑니다. 섬 북쪽 창전동에 집단 이주했다 최근 아파트 개발로 뿔뿔이 흩어지고 이젠 50명 정도 남았습니다.

2012년 보호 습지로 지정된 뒤엔 공식 행사 때나 밟을 수 있는 고향이라 더 각별합니다.

[염정호(79살)/서울 마포구 성산동 : 얼마나 좋아요. 혼자 올 수도 없는 덴데. 아무리 오고 싶어도…. 너무 좋습니다.]

33살 때 섬을 떠난 이일용 할아버지의 두 눈 속엔 지금도 옛 풍경이 훤합니다.

[이일용(82살)/서울 마포구 성산동 : 이쪽 앞이 모래사장이고. 모래사장 여기서 (아버지를 도와) 배를 만들고 그랬지.]

갓난아이 때 떠난 뒤, 반세기 넘어 고향 땅을 밟아본 김재숙 씨는 고향이 풍경이 조금은 낯섭니다.

[김재숙(64살)/서울 마포구 염리동 : 저는 아주 어렸을 때 나갔어요. 감개무량하죠. 부모님 고향인데….]

옛 주민들은 이른 추석 차례를 지내고 밤섬 전통 '부군당 굿'으로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다리 위에서, 강 너머에서 매일 마주하면서도 갈 수 없는 가깝고도 먼 고향 밤섬.

두 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고향의 추억을 한껏 품어본 옛 주민들은 내년 명절을 기약하며 다시 배에 올랐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이승환, CG : 류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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