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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답안지 내밀며 "대신 써달라"…국기원의 수상한 채용

<앵커>

세계 태권도의 본부라고 자부하는 국기원에서 직원 채용에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기원 전 직원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지원자 1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줬다고 털어놨습니다.

김기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6월 국기원에서 퇴사한 강 모 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국제사업팀장이었던 강 씨는 신입직원 채용 면접관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시험 당일 오후 연수원 사무처장이 자신을 사무실로 불러 지원자 A 씨의 영어 답안지가 거의 백지상태라며 대신 쓰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강 모 씨/국기원 전 팀장 : 이사장하고 행정 부원장하고 다 얘기가 됐으니, 이걸 내가 책임지고 해야 하니까 내 체면을 봐서 네가 좀 한 번만 해줘라.]

47명 가운데 2명을 뽑았는데 A 씨는 영어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최종 합격했습니다.

국기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 씨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국기원 관계자 : 우리 조직 체계상 그 당시는 이사장과 원장, 부원장과 사무처장이 있습니다. 만약에 예를 들어서, (청탁을) 한다고 하더라도 팀장에게 그 얘기를 하겠습니까? 직접적으로?]

그렇다면 A 씨와 국기원은 아무 연결고리가 없는 걸까.

A 씨의 아버지는 2002년부터 8년 동안 의정부시 체육회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한 지역 유력 인사입니다.

2014년 당시 국기원 이사장은 의정부를 지역구로 둔 홍문종 의원이었습니다.

홍 의원 측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지난해 4·13 총선 유세현장 사진에는 A 씨가 등장합니다.

국기원 직원인 A 씨는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간 육아휴직을 냈습니다.

[A 씨/국기원 직원 : (홍문종 이사장 선거운동 하셨다던데?) 전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의원 측은 A 씨의 특혜 채용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고 유세현장에 나타난 것은 A 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국기원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하지만 A 씨 채용 당시 시험지와 답안지는 사라져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특혜 채용 의혹 수사가 막바지 단계라면서도 홍 의원이 수사 대상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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