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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세월호'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공개조사 개시

'영국판 세월호'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공개조사 개시
최소 80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에 대한 공개 조사가 현지시간 어제(14일) 시작됐습니다.

조사 위원회장으로 위촉된 마틴 무어-빅 전 항소법원 판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21세기 런던에서 어떻게 이 같은 재앙이 발생했는지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공개 조사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진 사안에 대해 정부가 저명인사를 위촉해,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이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렌펠타워 화재 공개 조사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우선, 화재 원인과 화재가 빠르게 번져나간 이유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뒤, 두 번째로 건물 설계와 이에 따른 화재 이후 반응에 대해 분석을 진행합니다.

무어-빅 전 판사는 "다른 고층 빌딩에도 비슷한 결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단계를 빠르게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렌펠타워 거주자를 조사팀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서는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의 불만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야권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렌펠타워가 있는 켄싱턴 자치구의 에마 덴트 코드 노동당 의원은 공개 조사 개시 발표가 런던 중심가의 호화 호텔에서 열렸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샹들리에가 달린 대연회장에 앉아서는 '우리는 다른 세상 사람들인데, 보잘것없는 당신들을 위해 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무어-빅 전 판사는 약 45분간 성명을 발표한 뒤 피해자 측 변호인의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녁에는 수백 명이 폐허가 된 그렌펠타워에 모여 침묵 행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14일 아파트 내 주방에서 불이 난 뒤 24층 건물 전체로 급속히 번진 그렌펠타워 화재는 한 세기 동안 영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최악의 사고로 지목됩니다.

당시 최소 8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실제로는 희생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희생자 대다수는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공공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민자, 난민, 불법체류자 등 소외계층이었습니다.

값싼 가연성 외장재 때문에 불길이 커졌다는 등 공공재 부실관리에다가 화재 위험에 대한 입주자들의 우려가 끊임없이 당국에 접수됐지만, 무시된 사실까지 드러나 공분이 일었습니다.

화재로 집을 잃은 150가구 중 두 가구만이 영구임대주택으로 옮겼으며 대다수는 여전히 런던 전역의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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