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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미국은 왜 '건강한 고령운전자'를 강조하나?

[리포트+] 미국은 왜 '건강한 고령운전자'를 강조하나?
지난 7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75살 손 모 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버스를 들이받고 정류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1명이 숨졌고 4명이 다쳤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손 씨는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령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교통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 운전자만 노린 범죄까지 발생하면서 고령운전자의 교통안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고령운전자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고령사회 접어든 대한민국…고령운전자 사고 얼마나 늘었나?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60대 이상 운전자들도 급증했습니다.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대별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천119만 명의 운전면허 소지자 중 60대 이상 면허 소지자는 전체의 14.8%인 461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4년 372만 명보다 89만 명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건수 발생 건수는 22만 917건으로 2015년 23만 2,035건에 비해 1만 건 넘게(11,118건) 줄었습니다. 사고 건수가 지난해 대비 줄었지만 특이하게도 61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오히려 2,784건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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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자료
[전체] 232,035(15년) 220,917(16년)
[20세 이하] 9,646(15년) 9,006(16년)
[21~30세] 30,986(15년) 29,797(16년)
[31~40세] 38,681(15년) 35,900(16년)
[41~50세] 52,033(15년) 47,219(16년)
[51~60세] 57,762(15년) 54,299(16년)
[61세 이상] 36,950(15년) 39,734(16년) <증가><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1093951"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915/201093951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 60대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가 교통사고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령운전자의 인지능력이나 운동능력이 젊은층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도로 위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겁니다.

또 고령화로 인해 고령운전자 수가 늘면서 사고 발생 건수도 자연스레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고령운전자들은 연령에만 집중해 나이 든 운전자를 모두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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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경력 30년 택시기사 황 모 씨(71세)]
"나 같이 나이 든 사람 대부분이 운전할 때 더 조심합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데 도로에 나오는 건 위험하죠. 근데 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하면서 건강 관리에 열심인 사람도 많아요. 요즘에는 기사가 나이 많다고 안 타는 승객도 있으니 씁쓸하죠."
■ "건강한 고령운전자와 의학적 위험 운전자는 다르다"

고령운전자 증가와 사고 예방 대책 마련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일본은 1998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면허를 반납한 이들에게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사 요금 10% 할인, 관광 패키지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됩니다.

또 고령운전자를 도로에서 격리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연령을 세분화해 '고령자 운전 교육', '인지기능 검사 의무화', '치매 판정 시 면허 취소'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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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대책
미국도 고령운전자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미국 교통부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고령자 교통안전 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 정부도 "나이 든 운전자라고 해서 모두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치부하면 안 된다"며 "건강한 고령운전자와 의학적으로 위험한 운전자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학계, 의료계가 협력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고령운전자의 안전을 증진해야 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정부에서 고량운전자 교통사고 관련 정보를 세부적으로 수집해 학계 등 민간 단체와 공유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령운전자가 운전에 무리가 없는지 등 건강과 관련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게 합니다.

뉴질랜드 역시 면허 갱신 시 신청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갱신 여부를 결정합니다. 만약 '전문가 진단 필요' 결과가 나오면 노인학자나 검안사 등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조건부 가능' 진단을 받은 운전자는 자동 기어 차량만 운행할 수 있거나 장거리 운전 금지 등 제약을 받게 됩니다.

■ 종합대책 발표했지만…갈 길 먼 우리나라 고령운전자 정책

지난 4월 우리 정부는 75세 이상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5년에 한 번씩 갱신하도록 했던 기존 제도가 고령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해외 사례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고령운전자 관련 대책은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고령운전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고령운전자들의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등장했지만 주어지는 혜택도 많지 않고 참여하는 운전자도 거의 없었습니다.

한 전문가는 "고령운전자 대책의 핵심은 실효성에 달려있다"며 "고령운전자 관련 정책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정부와 더불어 의료 기관, 전문 연구 기관 등이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해, 신체 변화에 따른 운전 교육을 제공하고 교통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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