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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소방관들, 불 꺼놓고 사비 몇천만 원 보상해야 했던 사연

* 대담 :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서 팔봉 119센터장

SBS뉴스

작성 2017.09.15 08:42 수정 2017.09.15 10:55 조회 재생수7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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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7년 9월 14일 (목)
■ 대담 :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서 팔봉 119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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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 진압 중 파손되는 가구 등 때문에 항의 받는 경우 있어
- 벌집 제거하다 태운 나무 보상금으로 몇 백만 원 지급
- 베란다 문이나 유리창 깨진 것도 보상하기도
- 재산권과 시민 구조 활동 사이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어
- 소방관 면책 위한 소방기본법 개정안, 1년째 표류

▷ 김성준/사회자:

깜빡 가스 불을 켜놓고 외출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까 온 집에 불이 나있고, 신고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불을 가까스로 껐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그러면 그 때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부서진 문 생각이 나시겠습니까, 아니면 내 재산 다 탈 뻔한 걱정이 먼저겠습니까? 소방관이 문을 부쉈으니까 소방관 보고 책임져라. 안전장비도 소방관 돈으로 사라고 해서 그동안 문제가 됐었잖아요. 심지어 장갑 같은 것 소방관이 직접 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건 또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직접 말씀을 나눠보죠. 33년차 베테랑 소방관입니다.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서 팔봉119센터장을 연결해서 한 번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겠습니다.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지금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저는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저희 집에 불이 났어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저는 밖에 나가있었고 문은 안 열리고. 그러니까 문을 부쉈다든지, 아니면 안에서 불을 끄다가 소파가 훼손됐다든지 이랬다면. 저 같으면 그것 신경 안 쓸 것 같은데 그걸 진짜 배상하라고 요구했다고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모든 국민이 다 그렇게 하시는 것은 아니고요. 경우에 따라서 불을 끈 것보다는 본인들의 재산에 손해가 간 것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세요.

▷ 김성준/사회자:

그런데 이게 이 사안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경험하셨거나 들으셨던 사안들이 예를 들어서 그냥 궁금해서 묻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는데 소방관이 일부러 들어가서 문도 막 도끼를 휘둘러서 부수고, 소파 불도 안 붙었는데 찍고. 이래서 보상을 요구한 것은 아닌가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그렇지는 않죠. 저희도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일부러 그러지는 않고요. 공무원이. 저희가 현장 가서 판단을 해서 설혹 당장 타지 않았다 하더라도 거기에 물을 미리 뿌려둬야 옆으로 불이 번지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면 물을 흠뻑 적신다거나. 멀쩡한 문이라도 그 문을 부숴야만 옆의 실내 공간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던가 그러면 부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들을 이해를 못하시거나 저희가 설명을 드려도 그것보다는 왜 그렇게 했느냐. 말하자면 물에 젖지 않고, 부수지 않고 잘 끌 수 있지 않았겠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 저희가 보기에 억지일 수도 있고 이해를 잘 못하셔서 그럴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이 좀 계세요. 종종.

▷ 김성준/사회자:

이게 약간 화장실 들어가기 전하고 들어 갔다 온 다음하고 차이나는 것과 똑같은 얘기 아닌가 싶은데. 대부분의 아파트 화재 같은 경우에 안에 누가 문 열어줄 사람이 없으면 집의 문은 일단 부숴야 하는 거죠?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그렇죠. 집 문을 부수거나, 좀 층수가 낮으면 저희가 베란다를 통해서 들어가거나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파손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죠.

▷ 김성준/사회자:

그런데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까? 실컷 불 꺼놨더니 이것 배상하라는 식으로 문제 제기하는 게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매번 그렇지는 않죠.

▷ 김성준/사회자:

매번 그러면 안 되겠죠.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보통은 불을 끄고 들어가면 대개 미안해하시고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간혹 가다가 이런 일이 있으면 저희가 한 번씩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어요. 일을 하다가 중대과실이나 고의가 아닌 바에는 어떤 일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손실이 갈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소방관의 소방 활동에 대해서 손실 보상을 할 수 있는 그런 구제책이 현재 없어요.

▷ 김성준/사회자:

그것도 좀 깜짝 놀랐어요. 그 얘기 본격적으로 나누기 전에 아까 사례를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무슨 벌집 제거하다가도 나무 태워서 배상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저희 같은 경우에 특히 요즘 시기가 벌이 가장 기승을 부릴 때거든요. 벌집을 많이 제거하다보니. 그러다보면 하루에 몇 건씩 출동을 다녀요. 그러다보면 저희가 쉽게 할 수 있는 게 불로, 토치램프 같은 것으로 소각을 해서 벌집을 제거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 김성준/사회자:

화염방사기처럼 불 확 뿜는 것 말씀하시는 거죠?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그렇죠. 그런 것으로 하는데. 나무에 벌집이 있어서 제거하다가 나무를 좀 태웠거든요. 다 타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그 나무가 좀 비싼 나무라고 해서, 몇 천만 원 짜리 나무인데 보상을 해라. 이렇게 해서 저희가 요청하고 사정하고 부탁해서 몇 백만 원 정도 합의해서, 돈을 걷어서 보상한 경우가 있고요.

▷ 김성준/사회자:

소방관 돈을 걷어서요? 주머닛돈을.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그렇죠. 개인 돈으로 걷어야죠. 그걸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게 아니니까요. 베란다 문을 부숴서, 혹은 유리창 깨진 것 정도는 아마 많이들 그런 사례가 있을 거예요. 저희 팀도 그런 것을 했었는데. 그런 정도는 있는데. 저희가 그런 것이 있어도 제도적 정비가 안 돼 있어서 말씀을 드려도 잘 듣지 않으시고. 그런 것을 그냥 방치하면 또 그 분들이 계속 민원을 넣죠. 그러니까 민원 넣으면 여러 가지로 저희도 힘들고, 윗선에서도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 김성준/사회자:

윗선에서 뭐라고 하시는 분들은 그러면 안 되죠. 제도가 그런데. 우리 센터장님도 영화나 외국 드라마 같은 것 보셨을 텐데.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많지 않습니까. 그런 것 보면 불을 끄러 갔는데 아마 포르쉐 이런 고급 외제차가, 비싼 차가 소화전을 가로막고 있으면 아예 차를 부수든지, 아니면 유리를 깨서 소화 호스를 연결해서 불을 끄고 그런 모습을 보잖아요. 그러면 멋있어 보이던데.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그런 것 보면 정말 환호하죠. 미국은 저런다는데. 저희는 실제로 꿈을 못 꾸고요. 반대쪽으로 돌아서 가거나, 호스를 연결하려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불가능하거나 그러죠. 그러면 다른 소화전을 찾아야 하고요.

▷ 김성준/사회자:

그러면 실제로 아파트 같은 곳에 들어가서 불을 끄려고 하다가도 이런 걱정 때문에 좀 위축이 될 수 있겠어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네. 실은 그게 좀 큰 문제입니다. 소방 활동을 하다보면 상충되는 원칙들이 있어요. 빨리 출동을 해야 하는데 빨리 가다보면 안전이 상충되잖아요. 특히 저희 소방관 출동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으니까. 구급차도 5분 이내에 도착을 하는 게 소생률이 높고. 소방차도 7분 이내에 도착을 해야 불이 크게 번지기 전, 현상 이전에 가서 끌 수 있고. 이런 것 때문에 신속하게 출동을 해야 하는데. 신호 체계 같은 경우를 저희가 위반하고 갈 수는 있어요. 그런데 가다가 사고가 나면 어떤 대책이 없는 거죠.

▷ 김성준/사회자:

그런데 이것 법적으로라든지 무슨 제도적으로 이걸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저희가 계속 법령을 제정해 주십사 하고 요청을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고요. 외국 같은 경우는 신호 연동 체계라고 해서 911이 출동하면 신호 체계가 바뀌어요. 그래서 저희 같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안 갖고 있죠. 신호 체계가 나가면 전부 다 119가 먼저 갈 수 있도록 신호가 바뀌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현재 그런 게 안 돼있어요.

▷ 김성준/사회자:

저희가 취재를 해봤더니 이런 소방관 면책을 위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가 됐는데 1년째 표류를 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그렇죠. 현장 대원들이 생각할 때는 그런 연동 체계도 안 되고 어떤 면책해주는, 민형사상 면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안 돼 있고 그러니까 실제로 전부 다 현장대원들의 몫이죠. 그러다보면 좀 소화 활동이 위축이 되죠. 현장에 나가서 저희가 불을 끄다보면 기본적으로 파괴나 수송 피해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을 하다보면, 효율적인 활동을 하다보면 재산권하고 충돌이 되잖아요.

▷ 김성준/사회자:

이게 소화 활동이 위축이 된다고 그런 표현을 쓰셨는데. 말이 그게 소화 활동 위축이지 불 끄러 가서 불 제대로 못 끈다는 거잖아요.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예. 단순히 소화 활동 위축뿐만이 아니라 인명 구조 활동의 위축이죠. 엄밀히 말하면. 저희가 소화하고 파괴하고 들어가고 나야 그 다음에 그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저희는 일단 그 안에 분명히, 저 안에 아무도 없다고 누군가 얘기하기 전이라면,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사람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이 위축되니까 고민을 하죠. 뿐만 아니라 이런 판단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해서, 혹은 재산권과 시민의 구조 활동 사이에서 판단을 긴급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해야 하잖아요.

▷ 김성준/사회자:

하실 말씀 많겠습니다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하고요. 이건 참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서 팔봉119센터장이었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정은애 익산팔봉119센터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