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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브리핑] 최영미 "호텔방 논란, 첫날에는 잠도 못 잤다"

▷ 주영진/앵커: 어제(13일) 이 시간에 전해 드렸죠? 시인 최영미 씨 많은 분들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 시집으로 아직도 기억을 하실 겁니다. 홍보를 해 줄 테니까 호텔방을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그 내용을 스스로 공개했고 그다음에 뜨거운 논란이 있었는데 어제 이 시간에 저희가 자세히 다뤄드렸습니다. 최영미 시인 이 자리에 나오셨는데요. 최영미 시인과의 인사 나누기 전에 먼저 최영미 시인과 관련한 영상 저희가 준비를 해 봤습니다.

▷ 주영진/앵커: 영상에서 보셨죠? 최영미 시인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영미/시인: 네, 반갑습니다.

▷ 주영진/앵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영미/시인: 네, 감사합니다.

▷ 주영진/앵커: 텔레비전 생방송에 이렇게 출연하신 적이 예전에 있으세요?

▶ 최영미/시인: 있어요.

▷ 주영진/앵커: 있으십니까? 그러면 뭐 경험이 있으시니까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되겠네요. 그래도 3년 만이라 좀 떨리네요.

▷ 주영진/앵커: 3년 만이요? 어제 저희가 이 시간에 전해드렸고 방송이 끝난 다음에 저하고 우리 최영미 시인과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문제가 잘 해결됐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어떻게 해결됐는지 다시 한 번 나오셨으니까 직접 말씀해 주시죠.

▶ 최영미/시인: 신문보도가 아마 일요일 밤에 나왔던 것 같고.

▷ 주영진/앵커: 일요일 밤에? 신문보도가?

▶ 최영미/시인: 저도 이제 그때 알았고 사건이, 사건이라고 합시다. 이 소동이 월요일 난리났었고 아마 월요일 밤이나 화요일 오전이었던 것 같은데 문자가 왔어요, 집주인으로부터.

▷ 주영진/앵커: 집주인이.

▶ 최영미/시인: 그런데 이렇게 길어요, 문자 내용이. 그러면서 뭐 어떤어떤 사정으로 집을 비워달라고 했는데 1년 더 살아도 된다. 그동안 마음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 주영진/앵커: 그동안 집주인과는 관계는 좋으셨던 거죠?

▶ 최영미/시인: 나쁠 건 없죠, 그냥. 뭐 가끔. 연락도 거의 안 하고 살죠. 집이 문제가 없으니까.

▷ 주영진/앵커: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을 보면 집이 마음에 들어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곳도 직접 고치고 참 애정을 많이 들였던 집인데 만기가 되어서 나가라고 해서 참 당황스럽다, 이런 심경도 쓰셨던 기억이 납니다.

▶ 최영미/시인: 네.

▷ 주영진/앵커: 어쨌든 1년 더 살도록. 물론 2년, 3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1년이라고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참 잘 해결이 되어서 마음이 편하다 이런 느낌이 있으셨겠어요?

▶ 최영미/시인: 그렇죠. 처음에는 좀 놀랐죠. 이게 뭐야?

▷ 주영진/앵커: 집주인이 갑자기 왜 나가달라고 하다가 왜 마음을 바꾸셨지?

▶ 최영미/시인: 그것도 그렇고 약간 이 상황이 제가 막. 아무튼 결국은 해피엔딩이었구나, 해프닝이었구나 이런 생각에 안도하고.

▷ 주영진/앵커: 그 호텔방 둘러싸서 그 댓글들 많이 보셨을 텐데 비판한 댓글들 좀 보셨어요?

▶ 최영미/시인: 제가 사실은 댓글을 잘 안 보는 사람이에요.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포털에 잘 안들어가고 제가 이번 이전에도 제가 한 번쯤 인터넷에 갑론을박의 대상이 된 적이 있어서 거의 안보는 편인데 친구가 보라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저녁 때 제가 강의 준비하는데 막 전화가 오고 그래서 들어가봐서 좀 놀랐죠. 그래서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처음에는 안 읽으려고, 처음에는 기사만 대충 봤는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내가 이것에 대해서 반박을 해야 하니까 이 사람들이 왜 난리 치는지 제가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댓글을 조금 봤어요, 많이는 안 보고. 조금 봤어요.

▷ 주영진/앵커: 조금 봤는데 좀 충격 받으셨습니까? 너무 비판하는 내용들이 세지 않았습니까?

▶ 최영미/시인: 충격을 안 받았다면 거짓말인데 제 친구들도 막 걱정해서 저한테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너 밥 먹고 뭐 잘 먹고 잘 자라 하는데 사실은 제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멘탈이 강해요. 그래서 사실은 좀 건방지다고 오해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별로 커다란 동요는 없었고 그보다 오히려 나 이 집 문제 어떻게 하지? 처음에는. 세상에 다 알려졌는데 어차피 이거는 어쩔 수도 없는 거고.

그래서 그날 첫날은 사실은 잠을 못잤죠. 첫날은 제가 막 왜냐하면 해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해명하는 글을 또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올렸어요. 이게 제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시인은 항상 짧게 말하는 사람인데 이거를 내가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오해를 풀어줘야 하니까 글 올리고 정신 차려보니까 자정이 가까워졌는데 그 시간까지 제가 저녁을 못 먹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컵라면을 먹고 새벽까지 잠을 못 잤죠.

▷ 주영진/앵커: 그러면 처음에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게 뭐 기자가 취재해서 쓴 게 아니라 최영미 시인이 먼저 SNS를 통해서 공개하신 거 아니에요.

▶ 최영미/시인: 그게 저의 실수였어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공개하실 때는 어떤 생각에서 공개를 해야겠다,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

▶ 최영미/시인: 제가 SNS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돼요, 1년 몇 개월밖에. 사실 SNS의 파급력을 잘 몰랐던 것 같고 처음에는 내 페친들에게 좀 재미난 이야기하면서 약간의 나의 상태에 대해서 제가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 글을 올려요. 그런데 이번에 올릴 거리가 없네 하면서 그냥 뭐랄까. 별로 심각하게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사건이 커질줄 몰랐죠. 그래서 그냥 친구들한테, 친구들 사이에 술마시거나 같이 농담할 때 하는 친구들한테 하는 말처럼 했는데 그게 이제 갑자기 커진 거죠.

▷ 주영진/앵커: 그리고 그 비판하는 글들 보면 아무리 최영미 시인. 그런데 보면 세상 민심이 그렇게 왔다갔다 한다. 어떨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해에 좀 상황이 안 좋다는 내용이 알려졌을 때는 최영미 시인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많았는데 이번에 갑자기 호텔 무료 투숙,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비판하는 내용의 글도 좀 많았어요.

▶ 최영미/시인: 네, 저도 그래서 그 원인을 생각해 봤는데 제가 이 사회의 미묘한 문제, 계급 문제를 건드린 것 같아요.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 제가 뭐 특급호텔을 원한다, 수영장 달린 방을 원한다 이렇게 쓴 것들이 사람들의 어떤 그런 가장 민감한 부분들을 건드린 것 같아요. 실수한 거죠, 제가.

▷ 주영진/앵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말이죠. 최영미 시인이 또 외롭지만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게 많은 분들이 최영미 시인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글로 SNS에 올렸는데 저희가 한번 준비를 해봤어요. 황현산 문화평론가, 고려대학교 교수하셨던 분이시죠? 황현산 문학평론가.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빈민에 속하는 최영미 씨가 호텔에 언제 갑인 적이 있었던가 이랬고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강원석 시인이 자신의 SNS에 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시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리고 슬퍼서 아침부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저같이 등단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인 입장에서 최영미 시인은 대단한 존재다. 대단한 존재인 최영미 시인마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어떻습니까? 두 분의 말씀 다시 한 번 이렇게 보시니까 좀 힘이 되십니까? 어떻습니까?

▶ 최영미/시인: 대단히 감사하고요. 제가 후배들한테 좋은 모범을 못 보여줘서 좀 민망하네요.

▷ 주영진/앵커: 그 글에서 처음에 쓰셨을 때 또 화제가 됐던 게 도로시 파커라고 하는 분을. 아마 세상 많은 분들은 몰랐을 텐데 최영미 시인 덕분에 아마 도로시 파커의 존재가 알려졌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도로시 파커의 생애를 저도 그래서 간략하게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봤어요. 실제로 도로시 파커 덕분에 앨곤퀸 호텔이 아주 1920년대, 30년대 뉴욕의 명소가 됐다고 하는데 로망이었던 것은 사실인 겁니까?

▶ 최영미/시인: 사실이죠. 제가 여태까지 혼자 글쓰고 혼자 살아왔었어요, 최근까지만 해도.그런데 그녀는 1919년이던가요? 뉴욕 44번가에 새로 생긴 호텔에서 주말 때면 매일 점심을 먹었어요. 그게 비공식 작가모임, 사교 모임이 된 거죠. 거기 뭐 작가도 있고 기자들도 있고 영화배우도 있고 거기에서 서로 재치 있는 농담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면 또 그걸 그 다음자 신문에서 크게 썼어요. 그래서 그런 뭐라 그럴까 조금….

글쎄 표현을 하기 힘든데 조금 약간의 삶의 여유.그렇게 사람들하고 같이 이렇게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이렇게 뭐 농담, 재치있는 이야기 나누고 이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은 즐거울 수 있죠. 그런 게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사실은 제가 문제의 A호텔을 찍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저희 집에서 가깝고 그 호텔이 새로 생긴 호텔이에요. 그리고 저는 막 화려하고 디럭스한 호텔보다 그냥 그 정도 그냥. 사실 약간 관광투어리스트 호텔 등급 정도인데 그냥 이렇게 약간의 여유가 있고 좀 한 2만 원 내외로 우아한 식사를 가끔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거기를.

▷ 주영진/앵커: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어쨌든 간에 많은 분들이 뭐 시인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도 받아들여주는 세상이 조금은 여유 있는 세상 아니냐 이제 이런 반응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오는 것 같은데 최영미 시인이 말씀하셨듯이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내가 좀 잘못 건드린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경솔했다고 지금 말씀을 하신 것 같고요.

도로시 파커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저희가 도로시 파커의 글이나 작품을 잘 알지는 못하거든요. 나오셨으니까 도로시 파커가 과연 시인이자 평론가이고 극작가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도로시 파커의 시.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한번 나오셨으니까 읽어주시면 그 시를 읽고 나서 또 이야기를 한번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시죠, 도로시 파커의?

▶ 최영미/시인: 제가 번역하고 해설을 붙인 책, 시를 읽는 오후에 실린 시인데요.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 주영진/앵커: 내가?

▶ 최영미/시인: 아,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베테랑이라는 제목의 시에요.

▷ 주영진/앵커: 베테랑이라는 제목의 시고요.

▶ 최영미/시인: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깃털 장식을 세우고 깃발 날리며 세상을 바로잡으러 달려 나갔다. 나와라, 개자식들아, 싸우자고 소리치고 나는 울었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러나 이제 나는 늙었다. 선과 악이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어 앉아서 나는 말한다. 세상이란 원래 그래.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지. 이기든 지든 별 차이가 없단다, 얘야. 무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그걸 철학이라고 말하지.

▷ 주영진/앵커: 왜 베테랑이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시를 들으니까 이해가 됩니다.

▶ 최영미/시인: 삶의 베테랑이라는 뜻이죠.

▷ 주영진/앵커: 세상이란 원래 그런 거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이번에 혹시 이런 마음 좀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최영미/시인: 그랬죠. 제가 어쨌든 도로시 파커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저의 로망인 도로시 파커처럼 사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읽으면서 그래,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 곧 잠잠해지겠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런데 서른, 잔치는 끝났다. 그 시대에, 또 80년대, 90년대 엄혹하기도 했고 조금은 뭔가 이렇게 경직됐던 것 같은 세상에서 통렬하게. 아마 저는 그 시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80년대 학번이긴합니다만. 그래서 그 시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많이 팔렸는데 최영미 시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그 또 소식 듣고도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 거죠.

▶ 최영미/시인: 저도 놀랐죠. 저는 제가 한 번도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정말로. 지금도 제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작년이던가요? 마포세무서 컴퓨터가 저를 근로장려금 대상자로 분류해 놓은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통지가 와서 어? 이게 뭐지? 그래서 제가 그때 알았죠. 상대적인 어떤 다른 사람이 나보다 훨씬 부자구나. 내가 가난한 거구나. 하지만 저는 지금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가난하다는 거를.

▷ 주영진/앵커: 가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자기 집이 없으시고 월세에 사시고. 시집은 서른, 잔치 끝났다 가령 인세나 책도 많이 내시고 그랬는데 그런 거를 통해서 어쨌든 경제적으로 좀.

▶ 최영미/시인: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시는 게 있는데 그 책이 팔렸다고 그 팔린 값이 다 자기한테 오는 게 아니고 저는 책의 정가의 10%만 받아요.

▷ 주영진/앵커: 그렇죠, 인세라고 하는 게.

▶ 최영미/시인: 그리고 사람들이 저를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더 이상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그 말을 저한테 안 하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이 시집 서른, 잔치가 끝났다가 나온 것은 20년이 넘어요. 그때 첫 시집만 베스트셀러였지 그 이후로 나온 책들은 그렇게 많이 안 팔렸어요. 제가 가장 최근에 낸 시집은 1만 부도 안 나갔어요. 그러니까 1만 부면, 사실 돈 이야기를 하자면 1만 부면 저한테 1천만 원도 안 와요. 그런데 제가 그 시집이 3년 만에 낸 시집인데 3년 만에 낸 시집을 내서 저한테 들어온 것이 1만 부도 안 된다, 그 정도죠. 그러니까 이게 저만 아니라 모든 시인들이 처한 현실이에요. 그렇지만 다른 또 수입도 있어요. 뭐 강의도 하고 원고도 쓰고.

▷ 주영진/앵커: 이번에 이런 일을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다시 한 번 우리나라에서 문학하고 예술하시는 분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간에 그런 계기를 제공하신 것 같기는 해요. 의도하셨든 의도하시지 않았든 간에. 그런데 끝나고 나서 제가 어제 잠깐 전화통화에서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세상이 따뜻하고 고마운 분들이 있다고 하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나오셨으니까. 물론 이제 살던 집에 1년 사시는 걸로 결론을 내렸으니까 어떤 따뜻한 마음들이 전달됐었는지 한번.

▶ 최영미/시인: 저한테 가까운 분들이 문자가 많이 왔어요, 격려성. 그중에 어떤 유명한 분인데 이름은 말하기 곤란한데 스승님인데 영미야, 너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그냥 무시해라. 그리고 세상이 그런 게 문제다, 그런 식으로 보냈고. 또 개인적으로 제 강의를 들었던 의사 부부가 있어요. 작년에 제 문학 강의 들었던 분인데 저한테 긴 장문의 문자가 왔어요. 그 A라는 호텔 1년 치 호텔값을 지불하겠다. 자기가 지불할 테니까 제 마음대로 그러니까 묵으시라, 자기네들이 지불을 하겠다, 1년 치를. 그래서 호텔에 연락을 했대요. 그런데 호텔에서 최 시인한테 먼저 컨펌받으라고 해서 그래서 문자가 와서 제가 고맙지만 저 문제 해결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했어요.

▷ 주영진/앵커: 의사선생님 부부한테.

▶ 최영미/시인: 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문제 A라는 호텔보다 훨씬 지명도가 높은 글로벌 호텔 체인 중에 하나의 어떤 호텔에서 저한테 방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메일이 왔어요.

▷ 주영진/앵커: 그 A호텔에서는 연락이 없었습니까?

▶ 최영미/시인: 없었어요.

▶ 최영미/시인: 저희가 전화를 했더니 내부적으로는 결론이 났다 그러면서 저한테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 최영미/시인: 왜냐하면 이메일을 한번 받았고 제가 A라는 호텔의 이메일을 딱 한번 받았어요, 거기는.제 페북 글과 기사, 기사 나오기 전이었구나. 페북글을 보고 아마 어떤 중앙지 기자가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니까 얼마큼 디스카운트를 원하는 거냐 이거 물어보더라고요, 저한테. 그래서 제가 딱 알았죠. 아, 이 사람들이 부담 느끼는구나. 그래서 제가 다시 이메일 보냈죠. 끝이에요.

▷ 주영진/앵커: 어쨌든 간에 고마운 마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고 그것이 최영미 시인에게는 큰 힘이 됐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어렵게 나오셨으니까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최영미 시인께서 느끼셨던 것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말씀을 한번 간략하게 좀 해 주시고요. 그러고 나면 제가 하나 더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그러고 인사를 드릴게요.

▶ 최영미/시인: 제가 원래 길게 말을 논리정연하게 못하는 사람이에요.

▷ 주영진/앵커: 짧게 하셔도 좋습니다.

▶ 최영미/시인: 저는 늘 제가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제가 작년에 페이스북 시작하면서 지지해주는 분, 친구분들이 제 페이스북 주위로 모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참 그게 저한테 힘이 됐고 거기에 약간 도취했던 것 같아요. 페이스북 글에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 누르면 저도 기분 좋고. 또 페이스북 시작한 뒤부터 저한테 일거리가 많이 왔어요. 사실 그전에는 제가 맨 처음에 근로 장려금 받는 사실 올린 이유는 나한테도 일거리를 달라.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이미지가 좀 이렇게 부티가 나서 저한테는 별로 일거리 제안이 없어요. 그래서 나한테도 원고 청탁도 하고 뭐 강연 요청도 나한테 해달라는 뜻이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저를 홍보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야 제가 생존이 가능한 처지가 됐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그렇게 살면서 사실 1년간, 지난 1년간 행복했어요. 강의도 많이 들어오고 그래서 했는데 제가 페이스북에 약간 중독돼서 이게 페이스북에 올려서는 안 될 사적인 이야기를 해버린 거죠. 그래서 제가 제 실수를 인정하고 좀 경솔했고 제가 원래 성격이 또 급해요. 그래서 그걸 저로 인하여 마음 상하신 분이 있다면 좀 제가 사과 드리고 용서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또 많은 분들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생각도 저는 개인적으로 합니다. 나오셨으니까 어려운 부탁 하나 더 드릴게요. 도로시 파커 시 말고 최영미 시인의 시를 한번 우리 시청자 여러분께 들려주시죠. 들으면서 힘도 나고 위로도 되는 그런 시가 있으면 좀 소개 좀 해 주시고. 그리고 그 시 다 읽으시고 나면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 최영미/시인: 네, 알겠습니다. 과일가게에서.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복숭아는 포도를 모르고 포도는 시어토라진 밀감을 모르고. 이렇게 너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어느 가을날 오후 부부처럼 만만하게 등을 댄 채 밀고 당기며 붉으락푸르락.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 주영진/앵커: 네, 붉으락푸르락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는구나. 가을이라는. 가을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 찾아주시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최영미/시인: 네, 감사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출처 :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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