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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軍만은 중립을 지켜야" 당연한 원칙 그리고 4년 만의 재조사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작성 2017.09.12 10:52 조회 재생수2,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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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軍만은 중립을 지켜야" 당연한 원칙 그리고 4년 만의 재조사
“헌법 5조 2항에 ‘국군은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된다’라고 분명히 돼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중략) 국정원 대선 개입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누가 뭐래도 군만은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 2013.10.15 국회 국방위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 이석현 의원 발언 중 

어제 오늘 나온 새로운 지적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년 전에 나왔던 발언이다. 2013년 10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 지적은 놀랍게도 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통용된다. 당장 오늘 어느 기사에 담길 한 논평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군의 정치 개입이 가져온 아픈 역사를 모두가 알기에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을 두고 그날 국정감사장을 가득 메웠던 성토와 지적에도, 당시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은 현재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이기 때문에 확인된 것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사이버사령부 산하의 심리전단을 언급하며 질문을 해 오는 한 국회의원에게, 그 의원이 ‘언론에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말씀을 많이 했다’고 응수했다. 사회를 보던 국방위원장이 ‘의원 발언에 대한 책임은 의원이 지니 사령관은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주의하면 된다’고 지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언론 보도로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조사를 지시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사안을 조사한 뒤 군 검찰에 넘겨 기소가 됐고 일부 판결까지 나왔지만 왜 4년 뒤 이 사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까. 또 왜 당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으로 일했던 김기현 씨는 카메라 앞에 서야 했나.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2013년 12월과 2014년 8월에 각각 이 사건의 중간 수사 및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이렇다. 당시 전·현직 사이버사령관 2명과 심리전단장을 포함해 21명을 형사입건했다. 조사본부는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을 당시 이 모 심리전단장으로 파악했는데, 극우·보수 성향의 이 전단장이 NLL 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국방 및 안보 관련 특정 사안에 대해 왜곡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등, 일부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면서 대응하도록 지침을 하달했다고 결론 내렸다. 정치관여다. 연제욱, 옥도경 당시 전·현직 사령관 2명은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를 적용받았다.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에 일부 정치적 표현이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서, 요원들이 정치적 표현도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요원들은 군 특성상 전단장의 지시에 따른 작전 임무 수행 과정에서 비롯된 행위였다는 이유로 정상을 참작 받아 입건이 유예됐다. 이 모 전단장도 정치에 관여하려 했다는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 관여가 되었다는 게 국방부 조사본부의 결론이었다. 조직적인 대선개입은 없었다는 결과도 함께였다. 장관에게는 심리전단의 실시간 대응을 보고하지 않고 보고된 것이 없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이유에서, 국방부 장관은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도 받지 않았다. 
군 댓글부대이런 결과를 내놓을 조사가 착수됐을 시점에, 사이버사령부 내에서는 이미 증거인멸이 시작됐다.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 모 심리전단장은 이후 정치관여뿐 아니라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서울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단장은 당시 국방부 장관이 조사를 지시한 직후, 부대원들의 장비 등에 대해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생각에 많은 자료들이 담겨 있는 팀장급 부대원들에 대한 노트북 9대부터 우선 초기화하도록 지시했다. 일일이 노트북과 저장매체 장비들을 지목하기도 했고, 이 지시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 부대원에게는 ‘이거 밖으로 나가면 우리 다 죽는다’며 증거 인멸을 강행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 전단장에게 “진상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기 위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으며, 현재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와 이어 군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인 곳에서, 전단장의 지시에 따라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어려워졌을 수 있는데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당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왜 모든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수사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 증거인멸 우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조사와 수사는 마무리됐다. 군사법원 1심에서 전·현직 사이버사령관에게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유예 판결이 각각 내려졌다. 역시 정치관여 혐의를 받았던 3급 군무원 박 모 씨에게는 1심에서 선고유예가, 4급 군무원 정 모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보통군사법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로 인해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됐다”지만, 아무도 실형을 선고받진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국방위 김종대 의원실에 따르면, 형사 입건된 21명 중 이 모 전단장과 전·현직 사령관 2명, 군무원 2명 등 5명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이 모 전단장의 지시에 따라 댓글 달기나 SNS 활동을 하고 증거인멸에도 가담했지만, 상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이라는 이유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또 다른 부대원 등 나머지 관련자들 역시 서면경고를 받는 것에 그쳤다. ‘인터넷 사이트 및 SNS 등에 댓글을 작성하거나 타인의 글을 리트윗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여 정치에 관여한 비행사실이 인정되어 엄중 문책해야’ 한다면서도, ‘그간의 근무공적, 반성의 정도, 기타 제반사항을 참작하여 이번에 한해 엄중 경고’한다는 경고장이 이들이 받은 처분의 전부였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전역하거나 전출을 간 2명을 제외하고는 14명이 여전히 사이버사령부에 근무 중이었고 이 가운데 6명은 진급을 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긴 한 건지,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의지가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이뤄질 당시 이 내용이 청와대와 국방부 윗선에게도 보고됐고, 심리전단 부대원들에게 국정원에서 매달 25만 원씩을 지급했으며, 2012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청와대의 개입에 의해 이 부대원들을 대거 충원했다는 의혹이 4년 여가 흐른 2017년 새롭게 불거졌다. 당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간부였던 김기현 전 총괄계획과장의 양심선언이 나오면서다. 완전히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당시부터 상부 보고와 지시 의혹, 국정원 개입 의혹, 부대원 충원 의혹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다만 내부자의 입으로 당시의 이야기가 속속들이 전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도 이 댓글 공작의 실체를 알았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야당 인사 발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등의 정치적 내용이 담긴 작전 지침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결재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언론의 잇따른 보도 이후 TF를 꾸려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재조사에 착수했다(기무사에서도 댓글 부대가 운영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자체 개혁 TF가 조사에 나선 상태다). 4년 만의 재조사를 두고서도 국방부가 과연 스스로 잘못을 파헤치고 인정하고 밝힐 지에 대해 의문의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 만큼 이번 재조사는,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는, 너무도 당연히 지켜야 할 헌법 하에, 4년 전 쏟아져 나왔던 지적이 무색하도록 할 만큼의 재조사와 후속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