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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찰위성 임차, 완전 무산…킬 체인 조기구축 못 한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9.11 13:11 조회 재생수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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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정찰위성 임차, 완전 무산…킬 체인 조기구축 못 한다
북한 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 북한 지휘부를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KMPR).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으로 군은 3축 체계 구축을 선포했는데 3축 가운데 2개 축이 바로 킬 체인과 KMPR입니다. 킬 체인과 KMPR의 핵심 전력이자 ‘눈’은 정찰위성입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군은 3축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며 복안을 내놨습니다. 정찰위성 임차사업입니다. 정찰위성을 독자 개발해서 띄우려면 4년 이상 걸리고 그 동안 킬 체인과 KMPR은 가동할 수 없으니 외국에서 정찰위성을 빌려서 임시로 킬 체인, KMPR을 가동하자는 계획입니다.

애초에 임차하겠다는 구상부터가 무리였습니다. 정찰위성은 빌려 주고 빌려 쓰는 전력이 아닙니다. 군사 강국에게도 정찰위성은 '전략 무기'급입니다. 절대로 빌려주지 않습니다. 군은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에서 정찰위성을 빌려 볼까 했는데 역시나 3개 나라로부터 ‘임대 불가’ 통보가 왔습니다. 정찰위성을 임차해서 킬 체인, KMPR 조기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예고됐던 참사입니다. 그런데 군은 현재까지도 실패를 털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정찰위성을 임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임차사업을 위한 선행연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시 바삐 잘못을 실토하고 다른 쪽에서 조기 구축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세상의 질타가 두렵다면, 그 정도로 비겁하다면 당장 군복을 벗는 편이 낫습니다.

● 이스라엘·프랑스·독일, 일제히 ‘정찰위성 임대 불가’ 통보킬 체인 차질국회 국방위원회 김중로 의원(국민의 당)에 따르면 국방기술품질원은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로부터 ‘정찰위성 임대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5월 “정찰위성을 임대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정찰위성을 빌려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찰위성의 영상을 대여, 판매할 수도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프랑스는 “민간위성의 영상정보는 우방국과 정보 교환 차원에서 가능하다”고 덧붙였지만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위성 영상 정보는 수준 차이가 커서 바꿔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킬 체인은 영상 정보를 한가하게 교환해서 운용할 수 있는 전술 개념이 아닙니다.

군은 사실 독일과 프랑스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이스라엘도 ‘정찰위성 임대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역시 위성 영상의 임대와 판매도 할 수 없다고 알려 왔습니다.

정찰위성 임차사업은 완전히 무산됐습니다. 정찰위성을 못 빌리면 위성 영상을 몇 장씩 빌리거나 사서라도 킬 체인을 가동해보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못하게 됐습니다. 작년 10월 쯤 군이 의욕적으로 발표했던 킬 체인 조기 구축 사업이 신기루처럼 날아갔습니다.

● 예고된 참사…시간만 끄는 軍

처음부터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정찰위성은 임차할 수 없다는 제언이 이곳저곳에서 나와도 군은 귀를 막았습니다. 먼저 정찰위성 임차가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문가에게 선행연구를 맡겨 임차 가능 위성이 기술적, 군사적으로 킬 체인에 적합한지를 검토하는 것이 일의 순서였습니다. 하지만 정찰위성을 빌릴 나라도 구하지 않은 채 민간 전문가에게 선행연구부터 맡겼습니다.

임차 희망 국가들로부터 망신만 당했습니다. 정찰위성 임차사업은 완벽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예비역 준장 출신의 김중로 의원은 “정찰위성의 정보는 정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정보”라며 “정찰위성을 빌려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인데 이를 시도까지 했으니 국제적으로 망신만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군은 “선행연구의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입니다. 빌릴 위성이 없는데 임차 위성이 기술적, 군사적으로 쓸모가 있는지 따지는 선행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버티는 만큼 시간은 허비되고 킬 체인 조기 구축만 멀어집니다. 정찰위성 임차사업 책임자들이 욕을 먹느냐 마느냐, 책임을 지느냐 안 지느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두렵겠지만 하루 속히 이실직고하고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