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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임팩트 투자가 뜬다

민간 임팩트 투자 재단 결성 추진…자발적 기부 규모가 성패 좌우할 듯

[취재파일]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임팩트 투자가 뜬다
직원 28명 가운데 13명을 고령자나 탈북자 같은 취약계층에서 선발해 고용한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 '일촌나눔하우징'. 이 회사 대표 박창수 씨는 지난 2015년과 지난해 한국 사회투자에서 각각 9억 원과 2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훨씬 저렴한 2%. 덕분에 SH공사에 다세대 임대 주택을 지어 공급하거나 한국에너지재단이 시행하는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충실히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취약계층을 여럿 고용하는 일 외에도 주택난 해결을 위해 다세대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또 에너지 빈곤층 돕기 사업을 벌이면서 박 대표는 회사 경영도 경영이지만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자긍심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정용 태양광 시설을 대여하거나 태양광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 '해줌'도 한국 사회투자에서 2015년 2% 저리에 5억 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태양광이라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벌인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에 저렴한 금리로 사업 자금을 대출해 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는 서울시 기금 526억 원을 위탁받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운영했습니다. 두 회사처럼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들, 이른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제 때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이 신장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간 대출을 통해 발생한 이자 수익은 9억 원 남짓. 이 수익은 다시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기금에 합산돼 다시 기업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재무적인 수익까지 거두는 투자를 임팩트(Impact) 투자라고 합니다. 일자리, 고령화, 환경 문제 등 사회 발전이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업을 하는 기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걸 말하는데, 이 임팩트 투자와 소액 금융지원을 뜻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합쳐 '임팩트 금융'이라고 부릅니다. 

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2015년 말 180억 원 수준으로 아직 태동기에 불과합니다. 2000년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전 세계 약 259억 달러 (우리 돈 약 30조) 규모의 임팩트 금융 재원이 조성돼 있습니다. <JP모건과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보고서>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5년 말 기준 540억 규모이나 여기서 서울시 기금으로 운영되는 '한국 사회투자' 기금을 빼면 180억 정도에 불과합니다.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요즘 이 임팩트 금융을 키우고 활성화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23일 '임팩트 금융추진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이 위원회는 '한국 임팩트 금융(IFK)'라는 민간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사회적 프로젝트에 대출, 투자, 출자, 기부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올해 말까지 700억 원 규모의 출연금과 기부금을 모으고, 2천억 원 정도의 일반 투자자 참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배당도 할 계획입니다. 그간 정부 주도로 진행돼 온 임팩트 금융을 민간 차원으로 확대하자는 게 계획의 핵심입니다. 

또 지난 8월 28일에는 민병두, 유승민, 최운열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동참한 '국회와 함께 하는 사회적금융(임팩트 금융) 포럼'도 발족해 입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본격화 됐습니다. 이날 발족식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습니다.

최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 현장(민간) 주도의 임팩트 금융 확산 위한 모멘텀 조성 ▲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 영역에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전용 공적 펀드 조성 ▲ 민간 자금에 공적 보증 제공해 초창계 생태계 정착 지원 등의 약속을 내놨습니다. 

최 위원장은 또 "우리 금융회사들이 손쉬운 가계 대출에 안주하면서 생산적, 혁신적 분야에 대한 지원과 같은 금융의 사회적 가치 지향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손쉬운 대출 관행을 벗어나서 사회적 경제 협력에 모험 자본을 적극 공급하고 사회적 가치를 대출, 투자 심사 등에 반영하는 등을 통해서 사업 전략에, 전략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시장에선 이런 움직임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거기에 민간기금을 위해 기부가 가장 중요한데, 최순실 국정농단 포비아가 채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발적인 기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임팩트금융포럼 발족식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패자부활전이라는 표현을 싫어한다. 차라리 농구의 리바운드 사회, 끊임없이 던지고 공이 안 들어가면 또 던지고, 던져서 들어갈 때까지 던지는 리바운드 사회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껏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리바운드 사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한 번 실패로 모든 것이 끝나는 사회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임팩트 금융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주거문제, 환경, 교육 등 정부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재원이 빠듯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민간의 재원과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하는데, 임팩트 금융이 문제 해결의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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