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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 임시배치와 여야…누가 누굴 욕하나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9.08 11:00 수정 2017.09.08 11:02 조회 재생수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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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드 임시배치와 여야…누가 누굴 욕하나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1개 포대가 마침내 경북 성주 기지에 온전히 배치됐습니다. 한국에서의 사드는 태생부터 정치적인 무기였으니 정치권의 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상대를 헐뜯고 자신을 합리화하고….

여든 야든 누굴 탓할 처지가 아닙니다. 자유한국당은 여당 시절 당시 청와대와 함께 중국을 사드로 잔뜩 자극해 한중 관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사드 반대한 민주당을 해체하라"는 논평을 낼 입장이 못 됩니다.

안보실조차 사드에 무지했던 현재의 청와대는 조용하고, 사드 반대에 앞장섰던 여당은 영혼 없는 논평 한 줄 냈습니다. 여당은 "지금은 임시 배치이고 일반환경영향평가 후에 신중히 최종 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를 막을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때는 뭐라고 둘러댈 생각인가요?

● 박근혜 정권과 과거 여당이 초래한 한중 사드 갈등

중국을 덜 자극하고 사드를 들일 수도 있었습니다. 사드는 애초에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 배치의 필요성을 본국에 제기하면서 한반도 안보의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절차는 미국이 먼저 내부적으로 배치 여부를 논의하고 배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나라에 한미 간 협의를 하자고 통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미가 협의해서 배치의 실익이 높다고 평가되면 배치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하자 한미가 공동으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가능성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드가 잡지도 못하는 장거리 로켓 발사 때, 북한이 장거리 로켓으로 겨냥한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사드의 배치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엉터리 같은 발표였습니다. 미국이 요청하면 우리나라는 '수동적으로' 협의 테이블로 가기로 돼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사드 배치를 '능동적으로' 논의하게 됐으니 중국의 타깃이 됐습니다.

한미가 처음 한목소리로 사드를 꺼낸 작년 2월은 한 달 전 4차 핵실험을 한 북한을 UN 차원에서 제재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던 때였습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순순히 참여하지 않자 미국이 중국을 이리저리 밀어붙이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때 중국이 꺼리는 사드 카드를 꺼내 들었으니 사드 카드는 UN의 북한 제재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임이 자명해졌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정치 무기' 사드를 반대할 탄탄한 명분을 확보했고 미국만큼 사드를 강행하는 한국이 얄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파일] 사드 임시배치와 여야…누가 누굴 욕하나UN의 대북 제재는 봉쇄와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에게는 큰 타격도 못 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고립되면 고통스럽습니다. 사드는 중국을 자극할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카드였습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제안하자 마지못해 협의에 응하는 모양새를 조성했으면 중국이 우리나라를 이렇게까지 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여당은 한미가 사드의 배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사드에 열광했습니다. 사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중국을 설득하는 효과적인 지렛대로 쓸 수 있었는데도 '빨갱이'라고 공격하기에 바빴습니다. 사드가 없으면 한반도가 당장 핵 폭풍에 사라질 것처럼 공포를 조장했습니다. 청와대가 군을 시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도적으로 사드를 들이는 꼴이었는데 당시 여당은 이런 구도를 더욱 공고하게 해서 중국의 화를 돋우었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 또는 스커드, 노동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북한이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도발을 했을 때 우리 정부가 미국의 사드 배치 논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미가 머리를 맞댔으면 중국은 우리나라에게 크게 시비 걸 수 없었습니다. 사드 배치를 위해 미국과 직접 협의를 벌였던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쏜 뒤 한미의 사드 논의 개시를 발표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 사드를 몰랐던 안보실과 청와대, 반대했던 여당

청와대는 사드가 1개 포대가 전개된다는 의미를 몰랐습니다. 1개 포대가 전개된다는 것은 1개 포대에 속한 발사대 6기와 레이더, 사격통제장치(사통장치) 등 사드의 일체 세트가 작전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청와대는 사드 포대의 반입과 배치의 차이도 몰랐습니다. 반입은 무기가 어떤 지역으로 옮겨졌다는 의미이고, 배치는 반입돼서 실전에 사용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 [취재파일] 사드에 이어 北 발사체까지…오락가락 '청와대 입'

무기체계 이동에 관한 기본 개념도 모르면서 청와대 안보실과 민정수석실, 국민소통수석실은 지난 6월 사드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도 청와대는 반입, 배치, 전개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조사는 제대로 했는지, 그 결과는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더욱 큰 의문은 청와대와 여당이 절차적 정당성을 운운하며 사드의 배치를 늦추려 들더니 이제 와서는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 날치기하듯 사드의 잔여 발사대 4기를 성주 기지에 집어넣은 변심의 이유입니다. 권력을 잡고 나서야 북한의 위협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수권(授權) 자격이 부족한 것이고, 권력을 잡기 전에는 야당이었으니까 반대했다고 하면 이적(利敵)을 했던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말고는 여권의 변심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