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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또 솜방망이 처벌?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7.09.08 10:36 수정 2017.09.08 18:00 조회 재생수1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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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또 솜방망이 처벌?
청와대 홈페이지에 24만 명 가까이 동의한 청원 서명이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법은 폐지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인데, 글의 내용을 보면 사실 '소년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으로 보입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처럼, 만 19살 미만 소년들이 이 법을 악용해 더 잔인한 범행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 소년법 폐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가 예로 든 사건입니다.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중학생 아이가 배고파서 가게에서 빵을 훔쳤습니다. 가게 주인이 학생을 붙잡으려다가 중학생과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고,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볼 수 있을 듯 한 평범한 사건 같습니다.

이 범행도 '강도 상해죄'에 해당합니다. 형법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물론 성인의 경우에 말입니다. 성인도 중학생도, 판사가 형법상 깎아줄 수 있는 건 일단 절반입니다. 7년에서 3년6개월로 내려갑니다. 이걸 형법상 '작량 감경'이라고 부릅니다. 형을 깎아주더라도, 판사가 마음대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3년6개월이면 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해줄 수 없습니다. 3년 이하 징역만 집행유예로 풀어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소년법'이 힘을 발휘합니다. 소년법에 보면 '소년 감경'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만 19살 미만이면 판사의 재량으로 한 번 더 깎아줄 수 있습니다. 그럼 3년6개월에서 다시 절반을 깎습니다. 1년9개월로 줄어듭니다. 그럼 이제 '3년 이하의 징역'이 되었으므로, 형법상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빵을 훔친 중학생에게 인생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년법의 존재 이유입니다. 

법무부가 낸 '2016 범죄백서'를 보면 소년범죄에 대한 통계가 나옵니다. 최근 소년들이 저지른 강력 흉악범죄 보도가 잇따르면서, 언뜻 흉악범죄가 굉장히 늘어난 듯한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만, 통계는 느낌과 다릅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소년 범죄 가운데 강력범죄(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는 5% 안팎의 비율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95%의 범죄, 즉 소년범죄 대부분은 흉악범죄가 아닌 것이죠. 2015년을 기준으로 폭력 범죄가 전체 소년범죄의 30.7%, 재산범죄가 전체의 56.3%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사건들에 연루된 소년들은 소년법이 폐지되면 어떻게 될까요. '욱해서' 저지른 죄를 아무리 반성해도, 인생에서 더 이상의 '찬스'를 쓸 수 없습니다. 소년법 1조 '목적'에는 그래서, "이 법은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소년법 폐지는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 소년법 폐지가 어렵다면, 형량이라도 올려야?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주범, 공범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에서 검찰이 주범에게 구형한 형량이 20년이었습니다. 주범이 소년법을 적용받는 나이였기 때문에, 검찰이 구형할 수 있는 법정 최대치가 20년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천 사건도 그렇고, 이후 통영 여중생 성매매 사건, 이번에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까지. 잊을 만하면 소년들이 저지른 강력 사건이 보도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우후죽순 소년법 개정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년'이 낮으니 더 높여보자는 개정안입니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소년이 아무리 죽을죄를 지었어도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고, '살인'과 같은 무거운 죄를 지었을 때는 소년법이 아니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을 더해 20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 법체계에서는 소년을 20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20년이라는 상한을 없애보자, 20년 이상 구형하고, 법원도 20년 이상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또 한 가지는 소년법의 적용 나이를 한 살 낮춰보자는 개정안도 있습니다. 지금은 '19살' 이하로 되어 있는데, 이걸 '18살' 이하로 개정하자는 것이죠. 소년법상 이 나이는 1988년에 '20살 미만'이었는데, 2007년에 '19살 미만'으로 개정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10년 만에 나이를 또 한 살 낮추자는 개정안이 나온 셈입니다. 2007년에 소년법 적용 대상을 1살 낮춘 뒤에 소년범죄가 그 이전보다 유의미하게 줄었을까요. 의미 있는 데이터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1살 더 낮추자고 하는 개정안은 효과가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피해자들 위해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형벌은 범죄 예방의 기능과 함께,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래서 범죄 예방의 기능이 확실치 않더라도, 후자의 기능을 위해 위와 같은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소년범을 20년까지 처벌할 수 있는데, 이걸 30년으로, 40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엄벌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소년범을 대상으로 실제로 20년까지 처벌한 사건을 찾기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소년범을 엄벌하지 못하는 것은 20년이라는 숫자가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소년 감경' 제도 때문입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소년법 60조 2항. "소년의 특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겁니다.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은 모든 소년범들의 죄를 깎아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감경해야 한다'고 법을 만들지 않고, '감경할 수 있다'고 만들었습니다.

'소년 감경'은 한마디로, 대법원이 범죄 별로 정한 양형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판사에게 성인 사건보다 더 많은 재량을 부여해 소년을 선처해주는 제도입니다. 판사는 소년이 반성은 하고 있는지, 피해자와 합의는 했는지, 상대방의 피해를 보듬으려고 노력했는지, 부모의 의지는 어떠한지, 전과는 없는지 등을 고려해 백지 상태에서 형량을 정합니다.

그런데 '소년 감경'을 죄의 경중을 따져가면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보통 다 해주다 보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강력 흉악 범죄일지라도, 또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처럼 범죄 수법이 아무리 잔혹해도, 소년 감경은 마치 양형의 기본값처럼 판결문에 들어가곤 합니다. 그러니까 통영에서 여중생에게 강제로 수십 번에 걸쳐 성매매를 시키고, 그걸 거부했다고 담뱃불로 지지고 폭행하고, 그런 가해자들도 1심에서 줄줄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가해자 변호인도, "올해 안에 재판이 끝나길 희망한다", 즉 나이 1살을 더 먹으면 소년 감경을 못 받으니까, 그 전에 재판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게 되는 겁니다. 초등생을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해도 법원이 해줄 거라고 믿는 것이 바로 '소년 감경'입니다.

●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소년 감경' 받을까?
부산 여중생 폭행경찰은 가해 여중생 2명에 대해 '보복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법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된 범죄입니다. 하지만 소년법상 '소년 감경'을 받으면 큰 의미 없는 형량이죠. 앞서 통영 여중생 사건의 가해자 4명도 1심에서 줄줄이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당시엔 아청법상 성매매 유인과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 또 공동상해죄도 있었습니다. 형량으로만 놓고 보면 부산 여중생 사건보다 훨씬 무거운 죄입니다. 성인이었으면 징역 10년도 나올 법한 사건이라고 당시 소년법 전문가는 말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초등생 살해 사건 변호인도 '소년 감경'을 바라는 판입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도 그래서, '소년 감경'을 받아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피해 여중생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가져왔지만, 죄명만 놓고 보면 '보복 상해'이기 때문입니다. 법원도 이보다 죄질이 나빴던 사건들에 대해 많은 경우 '소년 감경'을 해줬기 때문에, 부산 여중생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소년 감경'을 해주지 않고 성인처럼 처벌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소년 감경을 받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실제로 '소년 감경'을 해주지 않은 전례가 있긴 합니다. 90년대 사건들인데, 당시 가해자의 변호인이 대법원에 왜 소년 감경을 해주지 않느냐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대법원 논리는, 소년법상 감경은 '해줄 수 있다'고 되어 있지, '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당연한 얘기입니다. 당시 원심 재판부가 소년 감경을 해주지 않은 건 가해자가 집행유예 상태에서 또 죄를 지었다는 이유였습니다. 부산 여중생 사건의 가해자는 '보호관찰' 상태, 쉽게 말해 검찰이 예전에 한 번 너그럽게 판단해 형사재판에 넘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 소년법, 어떻게 고쳐야 할까?
법원, 재판, 생중계'소년 감경' 제도 자체를 없애는 건 소년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이 감경을 대부분의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소년법에는 소년 감경을 할 수 있다, 거기까지만 되어 있고, 어느 경우에 할 수 있고, 언제는 안 되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수 외래교수는, 강도나 성폭력 등 특정한 흉악 범죄는 소년 감경을 해주지 못하도록 현미경처럼 콕 찍어서 소년법을 개정하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 개정 전이라도, 법원은 소년 감경을 지금처럼 적용해주는 현실이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소년이라고 형량을 깎아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걸, 살인범까지 다 깎아주니까 법이 나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관대하다고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