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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말 걸지 말아주세요"…'침묵 서비스' 인기 끄는 이유는?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7.09.07 16:56 조회 재생수2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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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라이프] "말 걸지 말아주세요"…침묵 서비스 인기 끄는 이유는?
*그래픽
(상황1 옷 가게)
"고객님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이거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한번 입어보세요. 저한테 가방 주세요. 이리 오세요."

(상황2 택시)
"여기가 직장이세요? 여자친구 있어요? 여자친구한테 잘하게 생겼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손님이 없어요."가끔 적극적이고 친절한 서비스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이웃 나라 일본과 국내에서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는 '침묵'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친절 서비스'를 우선시하던 매장에서 '침묵 서비스'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겁니다.

■ "조용히 가고 싶어요"…'침묵 택시' 등장한 일본

지난 6월 일본의 한 의류업체 매장에 파란색 가방이 등장했습니다. 손님이 '말 걸 필요 없음'이라고 적힌 이 파란 가방을 들고 매장에 들어가면 직원이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직원이 제품을 권하는 것에 구매 압박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손님들을 배려한 서비스입니다.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택시회사는 지난 3월부터 '침묵 택시'를 운영 중입니다. 택시 조수석 뒤편에는 "기사가 말 거는 것을 자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침묵 택시의 기사들은 인사할 때와, 목적지를 물을 때, 계산할 때, 손님이 질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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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택시 회사 관계자]
"택시기사 중 교토의 관광·역사·날씨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택시 공간은 승객의 것이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승객이 있다고 생각해서 침묵 택시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직원의 관심이 불편하다면…'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어라?

우리나라에도 침묵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이 있습니다. 한 화장품 업체는 지난해 8월부터 일부 매장 입구에 두 가지 종류의 바구니를 설치했습니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와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인데, 손님은 필요에 따라 원하는 바구니를 들고 매장에 입장하면 됩니다.
직원의 관심이 불편하다면…'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어라?고객이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든 경우 매장 직원들은 고객에게 말을 걸거나,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반대로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들고 있는 고객에게는 직원이 직접 응대하며 제품을 추천하고 화장품 선택에 도움을 줍니다. 5개 매장으로 시작한 침묵 서비스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현재 40개 매장으로 확산 됐습니다.

침묵 서비스와 비슷한 '거리 두기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도 있습니다. 화장품과 기능성 식품 등을 판매하는 한 잡화점에는 손님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직원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체험해보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게 도입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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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 씨]
"화장품 같은 건 먼저 발라보고 나중에 사고 싶을 때도 있는데 다른 매장에서는 너무 눈치를 줘서 불편해요. 여기서는 살 건지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여유롭게 구경하게 되더라고요."■ '직원과 거리두기'…침묵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침묵 서비스'가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넷 사용 환경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졌습니다.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이미 온라인 검색을 통해 정보를 파악한 상태라 직원의 도움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겁니다.

친절한 서비스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감정노동'과 '갑질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특히 물건을 사는데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구매자는 '갑', 판매자는 '을'이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침묵 서비스가 이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고객의 만족도 충족시킬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침묵 서비스나 거리두기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에서는 도움이 필요 없는 고객이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직원들은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유통 업계 관계자(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